▲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 본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안 된 것도 없고 된 것도 없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 본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의 지난 5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산업은행이 주도했던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아시아나항공, KDB생명 등 굵직한 매각 등이 성과를 내지 못했고 자금투입 회수율도 20~30%에 그치는 만큼 국가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은행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힘에서 경제전문가로 손꼽히는 윤창현 의원이 단독으로 주최했다.
윤 의원은 개회사에서 “구조조정 해결사로서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혁신과제 논의가 시급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초선임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획위원회 상임위원을 맡아 역할이 작지 않다.
이번 토론회만 봐도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류성걸 정책위원회 부의장, 김희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직접 토론회장을 찾아 윤 의원에게 힘을 보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축사에서 “산업은행은 기업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해 기업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금융위원회나 청와대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정책금융기관의 핵심인 산업은행의 역할을 강조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 본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산업은행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산 이전 공약은 물론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를 놓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산업은행을 향한 관심을 방증하듯 이날 토론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간이의자를 포함해 세미나실에 놓인 90여 석의 자리는 일찌감치 가득 차 참석자 일부는 서서 토론회를 들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200여 부의 토론회 자료집도 시작 전부터 동났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발제자와 패널들은 산업은행의 과다한 역할과 업무 중복 등을 문제점으로 꼽으며 산업은행 역할 변화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발제를 맡은 구정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정책금융은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 정보비대칭에 따른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했는데 기술발전과 디지털화 등으로 정보비대칭이 축소되고 있어 정책금융의 주요 역할도 변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지금 방식인 채권은행 중심의 사후적 구조조정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산업의 선제적 사업재편을 이끌고 미래 신사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금융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에서 36년 동안 일하며 이명박정부에서 산은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한 윤만호 EY한명 경영자문위원회장은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 업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제적 대응을 통해 구조조정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조치하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전문가 영입과 새로운 기법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과도한 역할을 줄이기 위해 업무를 기능별로 쪼갠 뒤 분산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 제언도 나왔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산업은행은 현재 공룡으로 덩치가 너무 크고 느려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업은행을 기능에 따라 재편하고 새로운 정책금융 수요에 대응할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 정책금융 재편의 현실적 대안”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산업은행 기능을 중소기업금융지원, 구조조정 및 혁신기업 투자, 상업금융 등으로 나눈 뒤 중소기업금융지원과 상업금융부문을 민영화하거나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 역할을 모은 ‘중소기업 정책금융공사’에 이전하는 방안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기영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도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의 과다한 규모, 조직, 제도는 시장의 정상적 매커니즘을 왜곡하고 시장 마찰을 유발한다”며 “상업금융업무를 분리하는 등 과다한 정책금융을 조정해 효율적 정책금융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 본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에서 토론발제를 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금융권과 정치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인
윤석열 당선인의 산업은행 부산행 공약과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 관련한 사안도 이날 토론회에서 빠지지 않았다.
국회 정무위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김희곤 의원은 축사에서 “국가 정책적 차원과 균형발전 차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만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적극 추진돼야 한다”며 “현재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도 함께 움직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앞으로 정무위에서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토론회 말미 질의응답 때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찬 국민의힘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산업은행 지방이전 방침이 과연 적절한 소통 과정과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 든다”며 “지역균형 발전 논리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산업 발전이 절실한 상황에서 대다수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서로 윈윈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 인사 문제는 토론회를 마련한 윤창현 의원이 직접 들고 나왔다.
윤 의원은 개회사에서 “산업은행이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는 정권과 독립성”이라며 “현 정부 들어 산업은행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됐는데 산업은행법 상 비어있는 정치적 중립의무 조항을 명시하고 산업은행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법제도 장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토론회 이후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관련 법안을 초기 구상하는 단계”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지냈고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한재 기자
▲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왼쪽 9번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8번째)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토론회 참가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 본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토론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