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퀄컴에 이어 엔비디아까지 대형 고객사를 놓치면서 첨단공정에서 가동률이 떨어질까 긴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은 ‘수율안정화’와 ‘가격경쟁력’으로 고객사의 마음을 되돌리는 동시에 AMD 등 신규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도 삼성전자 위탁생산 떠나, 최시영 대형 고객사 되찾기 시급

최시영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2022년에 엔비디아가 출시할 모든 GPU(그래픽처리장치)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대만 TSMC가 독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PC용 GPU ‘지포스 RTX 4000’ 시리즈는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공급처 다변화를 위해 RTX3000 시리즈를 삼성전자에게 맡겼지만 다시 TSMC로 돌아간 것이다.

또 엔비디아가 3월에 공개한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컴퓨팅(HPC) GPU인 ‘호퍼’도 TSMC 4나노 공정에 맡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 IT전문매체 WCC테크는 “엔비디아는 TSMC의 5나노 공정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약 70억 달러를 지불했으며 4나노 공정 이용에 100억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관계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퀄컴도 모바일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Gen1 생산을 삼성전자 4나노 공정에 맡겼지만 업그레이드 모델은 TSMC에 맡기면서 삼성전자는 대형 고객 2곳을 거의 동시에 놓칠 위기에 놓여있다.

엔비디아와 퀄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떠나는 가장 큰 원인은 수율(완전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문제다.

엔비디아와 퀄컴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율문제로 원하는 수준의 반도체를 확보할 수 없었고 이는 제품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시영 사장은 삼성전자에게 여전히 기회가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최 사장은 올해 3월16일 임직원 소통 채널인 ‘위톡’을 진행해  “기회는 늘 사자의 얼굴로 찾아온다”며 “사업부 내부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두렵고 망설여지더라도 도전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가 된 수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공장은 최적화된 설비를 구축하고 알맞은 제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수많은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율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삼성전자도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5나노 이하 공정에서 초기에 램프업(장비 설치 뒤 본격 양산까지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수율을 개선해 안정화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SMC가 가동할 수 있는 라인에 제한이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에게는 희망적 요인이다.

엔비디아나 퀄컴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를 맡겼던 것은 TSMC의 공장 라인이 애플에 우선적으로 배정돼 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다. 향후에도 파운드리 수요는 계속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나 퀄컴도 삼성전자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유리하다.

또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지속되고 있고 대만과 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입장에서도 TSMC에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커지는 일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월에 열린 ‘GTC 2022’ 행사에서 “TSMC는 현재 세계 최고의 파운드리업체지만 삼성전자도 훌륭하다. 우리는 두 업체와 함께 일해왔다”고 언급한 것은 엔비디아가 여전히 삼성전자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 TSMC가 파운드리 가격을 가파르게 올리면서 삼성전자의 가격경쟁력도 무기될 수 있다.

TSMC는 올해 초부터 5~16나노 공정은 최대 10%, 22나노 이상 공정은 15% 위탁생산 가격을 인상했다. 또 올해 3분기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을 10~20%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익성 높이기에 집중하는 TSMC와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파운드리사업에서는 고객 확보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 초점을 두고 있다.

AMD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신규 고객으로 거론되고 있다.

2021년 말에는 삼성전자가 4나노에서 AMD의 물량을 수주할 수 있다는 해외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TSMC가 지난해 9월 파운드리 생산라인 부족을 이유로 AMD에 20% 안팎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반면 애플에게는 2~3%의 가격 인상을 적용한 것에 불만이 커졌다는 이유였다.

당시 반도체 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는 “AMD는 5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을 요구하는 반도체의 위탁생산처를 삼성전자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2021년 초부터 검토해왔다”며 “TSMC의 애플 우대 가격정책에 불만이 있던 차에 생산라인도 충분히 배정받지 못하자 삼성전자에 일감 발주를 검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AMD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올해 출시된 모바일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의 GPU 개발을 담당했을 만큼 최근 들어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한 전문가는 “5나노 이하 첨단공정에서는 현재 TSMC 외에 대안이 삼성전자 밖에 없기 때문에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도 가격협상력을 확보하려면 삼성전자를 배제할 수 없다”며 “파운드리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