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소 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지키겠다.”
김기홍 J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우선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등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겠다는 경영방침을 내놓고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JB금융지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도입을 무난히 승인받으면 김 회장이 이런 경영 전략에 변화를 주고 적극적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31일 JB금융지주에 따르면 김 회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하며 내실 경영으로 JB금융그룹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은 2019년 회장에 취임할 때도 JB금융지주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작지만 강한 강소금융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는데 이 경영전략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날 내놓은 인사말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기반의 안정적 성장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 및 계열사 사이 시너지 확대를 통해 그룹의 성장세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진행한 내실 경영으로 ‘강소 금융그룹’이라는 목표에 상당히 가까워졌음에도 아직은 경영 전략에 큰 변화를 줄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려면 충분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바라본다. 그동안 내부등급법 도입을 추진해 온 것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와 은행이 자체적으로 추정한 리스크 측정요소를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체계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은 아직 내부등급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이전 단계인 표준등급법을 활용하고 있다.
표준등급법은 안전을 위해 내부등급법 보다 위험가중치를 훨씬 높게 잡는다. 따라서 표준등급법에서 벗어나 내부등급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되면 금융회사의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고 많은 여력이 생기게 된다.
JB금융지주에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면 자기자본비율이 지금보다 0.8~1.2%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셈이다.
김 회장은 내부등급법 도입이 마무리되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경영전략에 변화를 줄 수 있다.
JB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가 부족한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 회장 역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매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2021년 7월 상반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기회가 생기는 대로 증권사든 대형 자산운용사든 자본시장에서 JB금융그룹의 포지션을 늘리기 위해 시장 매물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JB금융지주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현장검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권은 2분기 안에는 내부등급법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JB금융지주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0.30%로 2018년 말보다 1.28%포인트 높아졌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1년 말 은행 및 은행 지주회사 BIS 기준 자본비율 잠정 현황’에 따르면 2021년 말 국내은행 및 은행 지주회사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99%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첫 임기에서 코로나19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사업 체질을 바꾸고 수익성을 높이며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JB금융지주는 김 회장이 취임한 2019년부터 금융사의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크게 개선됐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18년 말 0.68%에서 2021년 말 0.96%로 0.28%포인트 높아졌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같은 기간 9.1%에서 12.8%로 3.7%포인트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 0.67%, 자기자본이익율 9.52%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의 내실경영 노력의 성과는 실적 확대로도 이어졌다.
JB금융지주의 순이익 규모는 2018년 2415억 원에서 2021년 5066억 원으로 2배 넘게 불었다.
김 회장은 3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해 2025년 3월 정기 주주총회때까지 3년 더 임기를 이어간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