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2017년 취임 뒤 5년 동안 한화투자증권을 배당을 다시 실시할 정도로 단단한 회사로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권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 강화에 본격적으로 힘쓸 준비를 하고 있다.
10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배당가능이익이 2020년 말 마이너스(-)를 벗어난 뒤 빠르게 늘고 있다.
배당가능이익은 과도한 배당에 따른 기업 부실을 막기 위해 상법이 규정하는 실제 배당 가능한 법정 한도액을 말한다.
한화투자증권은 2020년 말 이익잉여금 규모가 주식할인발행차금 규모를 넘어서며 2015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가능이익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동안 배당가능이익 규정에 따라 순이익을 내면서도 배당을 할 수 없었다.
권 사장은 2017년 한화투자증권 취임 직후 과거 파생결합증권 운용 과정에서 본 순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는데 당시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액면가와 신주발행가의 차액 만큼인 총 2500억 원가량을 주식할인발행차금으로 인식했다.
그동안 순이익이 나도 2500억 원 규모의 주식할인발행차금 때문에 배당을 할 수 없었는데 2020년 말 이를 모두 털어낸 뒤 배당가능이익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이사회에서 2021년 실적과 관련한 배당을 6년 만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 규모는 438억 원으로 1주당 배당금은 보통주는 200원, 종류주는 250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도 안정적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배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화투자증권은 양호한 사업기반의 중형 증권사로 이익안정성이 올해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위험 익스포저(노출액) 부담이 줄었고 자본적정성 관리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권 사장 역시 주요 주주친화정책으로 배당에 적극 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분기별 사업보고서마다 “최근 몇 년 동안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래가치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왔다”며 주주가치 강화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배당을 꼽았다.
권 사장이 주주가치를 강화해 한화투자증권의 시장 지위를 더욱 단단히 한다면 한화그룹 내 위상도 더욱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한화그룹 내에서 한 계열사를 오래 책임지는 장수 CEO로 평가된다.
그는 1963년 태어나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쳤다.
1988년 한화증권에 입사한 한화맨으로 한화증권 자산운용본부장, 기획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한화생명 투자부문장을 거쳐 2017년 3월 한화투자증권 경영관리총괄을 맡았고 그해 7월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올랐다.
당시는 한화투자증권이 2015년 하반기부터 발생한 파생결합증권 관련 운용손실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순손실을 볼 때로 권 사장은 시장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구원투수로 평가됐다.
권 사장은 취임 뒤 파생결합증권 운용규모를 줄이고 자산운용 관련 시스템 정비와 인력 개편을 추진하는 등 위험관리 강화 노력을 통해 우선 자기매매손익을 안정화했다.
여기에 주식매매 회전율 제한 완화 등 리테일부문에서 각종 제한 규정을 완화하며 사업경쟁력 강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 대표로 취임한 2017년 그해부터 한화투자증권을 매년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바꿔놓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1441억 원을 냈다. 권 사장 취임 직후인 2017년 순이익 44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권 사장은 2019년 3월과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고 앞으로 2023년 3월까지 한화투자증권을 이끈다.
한화투자증권은 2000년 이후 대표이사 가운데 임기를 3년 넘게 이어간 사례가 드물고 권 사장을 빼면 길어도 임기가 3년7개월(진영욱 전 대표)에 그쳤다.
권 사장이 배당을 늘리는 일은 모회사인 한화생명의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할 수 있다.
현재 한화투자증권 최대주주는 한화자산운용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한화투자증권 보통주 지분을 모두 사들여 보통주 지분율이 기존 19.63%에서 46.08%로 2배 이상 늘었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한화투자증권의 배당금은 향후 신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한화생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은 주요사업뿐 아니라 베트남사업, 싱가포르 대체투자, 토스뱅크나 두나무 등 디지털사업 투자 등 여러 분야에서 사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주주가치 강화를 위해서도 지속해서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