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전기차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전략 수립을 모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차별화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짐 팔리 포드 CEO는 테슬라와 애플 등 잠재적 경쟁사를 뒤따라 전기차를 단순한 자동차가 아닌 IT기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 아래 포드의 새로운 '자동차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각으로 2일 “포드의 기존 자동차사업과 전기차사업이 둘로 완전히 나눠진다"며 “전기차사업에서 공격적 성장 목표를 두고 큰 폭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드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해 판매하는 기존 사업조직을 남겨두고 전기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별도 조직을 분리해 독립적 연구개발 및 영업체제를 갖추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짐 팔리 CEO가 포드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테슬라 등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가파른 기업가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바라봤다.
2일 미국증시에서 포드 주가는 하루 만에 8.4% 오른 18.1달러로 마감했다. 포드의 전기차 중심 사업전략 변화를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팔리 CEO는 2020년 11월 취임 직후부터 전기차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일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기술 및 영업전략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후 약 1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전기차사업 강화를 위한 포드의 변화 전략을 구상한 뒤 마침내 실행에 옮겼다.
그는 2일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포드는 당장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휘발유와 디젤 기반 차량을 계속 생산해야 한다”면서도 “다음 10년의 성장을 이끌 동력은 결국 전기차”라고 말했다.
포드는 전기차 전담 사업부의 이름을 ‘포드 모델e’로 지었다.
첫 대량생산 자동차로 20세기 초 미국의 자동차 혁명을 주도했던 초기 완성차 '포드 모델T’의 이름을 본따 전기차로 제2의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포드는 전기차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할 계획은 없다며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가 모두 포드의 성장 및 기업가치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당장 주력사업으로 자리잡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미래는 전기차에 걸려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강조한 셈이다.
포드가 전기차사업을 독립적 체제로 운영하게 된 것은 단순한 역할 분담 이외에도 사업전략 수립 방향과 조직문화, 인재 운용 방식 등에서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1903년 설립돼 약 120년의 역사를 갖춘 포드의 기업문화는 자연히 내연기관 차량과 주력시장인 미국을 중심에 둘 수밖에 없다.
반면 테슬라와 애플 등 전기차시장 선두기업 또는 유망기업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사용경험 등 요소를 제품 경쟁력에 글로벌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자동차사업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기존의 완성차업체와 근본적으로 차별화된 셈이다.
팔리 CEO가 포드의 전기차사업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며 소프트웨어 분야 발전 계획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 포드에도 점차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전략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테슬라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일하다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더그 필드 최고기술책임자가 포드에 영입돼 전기차사업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이런 변화에 힘을 실을 공산이 크다.
팔리 CEO는 지난해 더그 필드 영입을 발표하며 "소비자의 삶과 이용경험 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 기술 혁신에 힘을 실어줄 세계 최고 기술자"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포드의 대규모 전략 변화가 전기차와 디지털 분야의 우수한 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포드 전기차사업 조직이 테슬라와 애플에 갈수록 더 닮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자동차산업 성장을 주도한 시초로 꼽히는 포드가 기존의 성공 방식을 포기하고 전기차사업에 IT기업의 유전자를 심으려 시도하는 것은 자동차시장에 큰 변화를 상징한다.
포드가 결국 중장기적으로 전기차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테슬라와 애플의 전기차에 직접 경쟁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증권사 바클레이는 “포드 전기차사업 분사가 단기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며 “이번 사업부 분리는 주주들에게 포드의 전기차 전략을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