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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회장 물러나는 김정태, '큰형님' 리더십으로 도약 이끌어

차화영 기자 chy@businesspost.co.kr 2022-02-1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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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김 회장은 10년 임기 동안 하나금융그룹의 성장을 위해 쉼 없이 달렸다. 금융지주 사이 경쟁에서 다소 밀려나 있던 하나금융지주의 눈부신 도약을 이끈 것도 김 회장이다.
 
하나금융 회장 물러나는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797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정태</a>, '큰형님' 리더십으로 도약 이끌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경영권 승계작업도 사실상 마쳤다. 김 회장은 이제 하나금융그룹의 새로운 과제를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한 발 떨어진 곳에서 하나금융그룹을 성원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김 회장은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넘기고 물러난다.

김 회장이 2012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고 10년 만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지주 15년 역사에서 김 회장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하나금융지주는 2005년 12월 출범했다.

김 회장의 리더십은 강력하면서도 포용력이 있어 ‘큰형님 리더십’이라고 불려왔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하나금융그룹의 당시 상황에 가장 필요했던 리더십이었으며 눈부신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덕분에 인수합병 등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빠르게 이뤄나갈 수 있었으며 그 결과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 김승유 초대 회장과 결별, ‘김정태 친정체제’ 구축

하나금융그룹에서 김 회장 체제가 본격적으로 구축된 시점은 2014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초대 회장이 고문에서 물러난 시점과도 맞물린다.

김 회장은 첫 번째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대폭의 물갈이 인사를 실시했다. 교체 대상자는 모두 김승유 초대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김승유 초대 회장이 고문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김승유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 당시 금융권에서 나왔다. 

김 회장의 잠재적 경쟁자로 꼽히던 윤용로 당시 외환은행장까지 물러나면서 김 회장의 친정체제는 강화됐고 김 회장은 2015년 3월 첫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그 뒤 조직 장악력을 바탕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 작업에도 속도를 냈다.

김 회장은 은행의 수익성을 하루빨리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2014년 7월부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조기 통합을 반대하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을 상대로 직접 협상에 나서 고용보장과 외환은행의 정체성 유지 등을 제시하며 노조의 마음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통합협상을 총괄 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5 대한민국 협상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은 2015년 9월1일 출범했다. 김 회장의 리더십이 없었으면 이렇게 빠른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하나금융그룹의 실질적 성장 이끌어

김승유 초대 회장이 하나금융그룹의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실질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김 회장은 금융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라 비은행 부문 강화와 해외사업 확대, 사업구조 다변화, 디지털 전환 등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의 실적을 끌어올렸다.

하나금융지주 순이익은 김 회장 취임 전인 2011년 1조3030억 원에서 2021년 3조5261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8년부터 4년 동안 역대 최대 순이익을 이어가며 2021년 마침내 하나금융그룹에서도 ‘순이익 3조 시대’가 열렸다.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도 크게 성장했다.

김 회장은 2014년에 비은행 비중을 2025년 30%까지 높이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는데 2020년에 이 목표를 달성했다. 예정보다 5년 일찍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34.3%까지 확대했다. 2021년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중은 35.7%로 2020년보다도 1.4%포인트 높아졌다. 

하나금융그룹 안팎에서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실질적으로 성과를 보게 된 것에는 김 회장의 결단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하나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투자는 김 회장의 결단력이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본다”며 “단순히 은행에 투자하면 단기적으로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것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비은행 부문을 지원한 것이 성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김정태를 따라다닌 먹구름

김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지내온 10년 동안 그의 리더십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정치권과 연루된 의혹은 김 회장 10년 경영 역사에 오점을 남겼다. 

김 회장은 2017년과 2021년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모두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맞물린 사안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은 최순실)씨로부터 간접적 인사청탁을 받고 이상화 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을 승진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이었던 이상화씨는 최서원씨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인물로 지목됐다. 김 회장은 이상화씨를 승진시키라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청탁을 두 차례에 걸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알선수재 의혹과 관련해 2021년 12월 김 회장을 조사했다. 검찰의 조사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 회장에게 곽 전 의원으로부터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청탁을 받았는지 등을 물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정태 고문으로 남아 영향력 계속 행사할까

김 회장의 입지가 워낙 단단했던 만큼 그가 하나금융지주에 고문으로 남아 당분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전망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김승유 초대 회장은 회장에서 물러나고도 2년 동안 고문으로 있으면서 주요 현안 결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영향력이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에도 득과 실이 분명한 만큼 김 회장 자신도 고문으로 남는 문제를 두고 깊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을 빼고는 하나금융지주를 논할 수 없다는 말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회장에서 물러난다. 하나금융그룹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1952년 2월11일 부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30살에 은행계에 발을 내디뎠고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 등 은행과 증권 분야를 거치면서 뛰어난 영업실적을 거뒀다. ‘영업의 달인’이라는 별명은 이때 생겼다. 

2012년 김승유 전 회장의 후임으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그 뒤 2015년, 2018년, 2021년 세 번 연임에 성공했고 10년 임기를 지내 금융지주 최장수 회장으로 남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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