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1-17 16: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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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공약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관련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두고 각자 '굵직한'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이로 인해 올 7월로 예정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 시행이 미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 일본 아사히신문이 16일(현지시각)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탈모치료와 관련된 건강보험 적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임신성 당뇨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도 연속혈당측정기 비용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내놨다.
현재 연속혈당측정기 비용에 있어 건강보험 지원은 소아 환자만 대상으로 한다.
건강보험 적용범위 확대를 공약하는 후보는 윤 후보뿐만이 아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역시 지난 14일 “정신건강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시하겠다”면서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를 꺼내 들었다.
대선 후보들의 건강보험 관련 공약 경쟁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탈모 공약’이 검토단계에서부터 크게 호응을 얻자 지난 14일 정식으로 공약하고 모발이식 등 기존보다 공약 범위의 확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과 관련된 공약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강보험이 대중의 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질병, 질환이 다양한 만큼 공약 발굴도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이 후보 측에서는 ‘소확행 공약’, 윤 후보 측에서는 ‘석열씨의 심쿵약속’에 공을 들이는 등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달리 소규모 공약을 다양하게 제시하며 경쟁하고 있다.
이제 건강보험 관련 공약이 먹히고 있다는 점을 각 캠프 모두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여야 대선 후보가 건강보험을 둘러싼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을 진행해야 하는데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현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돼 있음에 따라 발생하는 건강보험료 부담의 불공정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작업이다.
현행 부과체계에서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관계없이 재산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소득파악률이 낮아 명쾌한 대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다.
지역가입자가 고가 외제차를 타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가입자에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는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이 부정적 영향을 준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을 놓고 평가소득 폐지 등 큰 틀에서의 가닥은 이미 잡혀 있다. 하지만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당분간은 건강보험 적용 확대 쪽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돈 나가는 이야기는 계속되는데 돈 들어오는 쪽 이야기는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 마음을 졸이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 7월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의 실시 시기로 잡아 왔다. 하지만 올해 대선과 이후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연내 실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을 개편하자는 논의는 의료보험이 통합된 2000년 이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그러나 사실상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사안이라 정치권의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계속 늦춰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2018년 7월부터 개편안 1단계가 겨우 시행됐을 정도다.
새 정부가 큰 틀을 흔들지 않고 건강보험 관련 공약을 현실화하는 정도라도 건강보험 지출 구조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이와 관련해 건강보험료의 부과율, 관련 보장 범위 등 세부사항을 놓고는 후속작업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대중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내용의 개편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 처음부터 새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7일 “대선 공약을 반영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이 다소 바뀔 수 있다”며 “새 정부 출범 등 사정을 고려하면 올해 7월에 2단계 개편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