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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왼쪽부터). |
정부가 산업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조선산업을 이끌어가는 조선3사의 사업통폐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선3사를 유지하면서 강점이 있는 사업을 몰아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사업통폐합 이후 인력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동계에서 조선업종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 조선 3사, 사업 통폐합 가닥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조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열리는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해운산업과 함께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대해 “구조조정을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조선3사는 8조 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저유가에 따른 수주가뭄에 대응하고 제 살 깎아먹기식 수주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형태든 구조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조선3사를 1~2개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조선3사가 살아남기 위해 1~2개로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외신에서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대우조선해양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조선3사의 통합은 어려운 과제다.
대신 정부는 조선3사의 사업통폐합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에 강점이 있는 회사에 다른 회사의 플랜트사업을 몰아주는 방식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 상선·해양·특수선, 조선 3사 빅딜 청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해양플랜트 부실로 5조5천억 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해양플랜트사업 비중이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수주잔고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2%였는데 1년만에 45.3%로 감소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LNG선과 같은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해양플랜트를 줄이고 대우조선해양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각각 강점이 있는 선종에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중공업은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와 드릴십에 경쟁력이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하고 있는 특수선사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규모의 경제면에서 앞선다.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수주잔량은 49억 달러로 현대중공업의 29억 달러보다 많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조선3사의 사업통폐합이 진행되면 경쟁이 완화해 가격결정력이 생길 것”이라며 “특히 해양플랜트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적자산업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연구원은 “해양플랜트 통폐합이라면 각 사의 해양사업부를 분할해 통합하고 신설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8월13일 시행되는 원샷법을 이용한 구조조정이 하반기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인력구조조정 피하기 어려울 듯
문제는 사업을 통폐합할 경우 경영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때 정부 주도로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요산업의 빅딜이 진행됐을 때도 감원한파가 휘몰아쳤다.
조선업의 경우 기존 고용규모가 큰 데다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수주절벽으로 구조조정 우려가 많아 사업 통폐합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호 부총리도 조선업 구조조정에 대해서 “고용문제 등에 직접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선3사 노조는 조선 3사가 위치한 울산과 거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실업급여기간 연장, 보험금 지급, 근로자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등 다양한 지원책이 가동된다.
하지만 아직 조선3사에서 대규모 감원이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건도 채워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들은 조선3사의 해양플랜트 인도가 대거 이뤄지는 6월 이후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이른바 ‘물량팀’이 대거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늦기 전에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선3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먼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전체 인력의 10%가 넘는 3천 명 이상을 줄일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인력구조조정이 사무직 중심으로 이뤄진 데 반해 이번에 생산직 직원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호 부총리는 21일 “구조조정에 고용문제가 반드시 따라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기존 법정 장치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필요하면 추가로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