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주요 혈액제제를 미국에 공급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허 사장이 다른 분야에서 GC녹십자의 성장동력을 넓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GC녹십자 혈액제제 미국진출 근접, 허은철 10년 공들인 수확 눈앞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면역글로불린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은 내년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GC녹십자는 판매허가가 나오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상업화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글로불린제제 등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장을 정제해 생산된 의약품을 말한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은 면역결핍증인 무감마글로불린혈증, 길랑바레증후군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중증감염증을 치료할 때 항생물질과 병용되기도 한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과 같은 혈액제제는 GC녹십자 실적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상반기 GC녹십자 별도기준 매출 5050억 원 가운데 35.8%가 혈액제제에서 나왔다.

향후 GC녹십자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을 앞세워 미국시장을 개척하면 혈액제제 매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면역글로불린시장 규모는 세계 최대 수준으로 약 9조 원에 이른다. 면역글로불린 가격도 국내보다 4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이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미국 진출에 여러 해 동안 공들이는 까닭이다.

GC녹십자는 허 사장이 공동대표로 선임된 2015년 당시 미국에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 제품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예비심사까지 통과했으나 실제 상업화에 이르지는 못했다. 제조공정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돼 허가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GC녹십자는 면역글로불린 농도를 더 높여 약효를 강화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제품을 미국에 먼저 출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 미국 면역글로불린시장의 70%를 순도 10% 제품이 점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은 새로운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제품이 미국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8월 보도자료를 통해 “GC5107(국내이름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임상3상 성공, 신약 허가신청서 제출 등으로 북미 혈액제제시장 진출에 근접하고 있다”며 “희귀질환 환우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GC녹십자 혈액제제 미국진출 근접, 허은철 10년 공들인 수확 눈앞

▲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 및 5% 제품. < GC녹십자 >


허 사장은 아직 GC녹십자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이 구체화하지 않은 만큼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미국 진출을 통해 성장세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민간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코로나19 백신 5억 도즈 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실제 위탁생산을 위한 본계약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지원을 받은 백신들이 비교적 늦게 개발되는 데다 원료의약품 공급부족 등의 요인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백신의 위탁생산 가능성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8~9월 들어 일부 국내 언론들이 GC녹십자가 얀센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C녹십자는 해당 보도에 관해 확정된 바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GC녹십자의 코로나19 위탁생산 여부가 안갯속인 가운데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GC녹십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1월26일 50만5천 원에 이르러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하지만 현재는 20만 원 중후반대를 오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허 사장이 GC녹십자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의 미국 진출을 성공시키면 주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승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혈액제제의 글로벌 공급부족이 지속하는 가운데 GC녹십자는 국내 혈액제제시장의 80%를 이미 점유하고 있어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며 “품목허가 승인 이후 미국시장에서 장기적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