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가 SK머티리얼즈 지주사업(투자)부문과 합병을 계기로 전기차배터리소재와 반도체소재 등 부문에서 대형 인수합병 혹은 합작회사 설립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SK의 SK머티리얼즈 투자부문 합병 결정을 두고 “SK의 ‘사이즈업’ 전략이 기대된다”며 “SK가 반도체소재 등 글로벌 전방시장의 극심한 투자 변동성에 대응하고 해마다 증가하는 연구개발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해 합병을 통해 투자부문 규모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첨단소재부문에 모두 4천억 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첨단소재부문 전문 투자센터를 두고 SK그룹의 배터리, 반도체사업 밸류체인을 공고히 하는 데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SK머티리얼즈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던 투자부문까지 SK로 들고와 첨단소재부문 컨트롤타워를 완전히 일원화한다.
첨단소재분야 투자의 전문성과 규모를 더욱 키우고 의사결정 과정도 신속하고 명확하게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배터리와 반도체소재는 친환경, 4차산업혁명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미래시대에 크게 성장할 산업영역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시장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경쟁도 치열하다.
장 사장은 이 첨단소재시장에서 투자형 지주회사의 역할과 가치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장 사장은 3월 온라인 투자자 간담회에서 "첨단소재를 비롯한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전문가치 투자자'로 진화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K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는 배터리와 반도체소재시장이 앞으로 1~2년 안에 큰 변화가 올 것이고 이 기회를 선점해야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SK는 글로벌 대규모 투자부문 인력이나 재원 조달 역량, 사업개발 경험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투자부분의 역량을 집중화하면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K는 현재 SK리츠를 출범해 상장을 추진하면서 그룹 자산 유동화를 통한 성장재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동원하면 핵심사업영역에서 폭넓고 장기적 투자를 실행할 수 있다.
또 SK는 반도체용 웨이퍼를 만드는 SK실트론부터 이번에 투자부문을 합병하는 SK머티리얼즈까지 반도체소재와 배터리소재 등 부문의 사업을 하는 다양한 계열사를 두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소재사업이 주력이지만 최근 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세워 실리콘 음극재사업에도 진출했다.
SK는 세부 산업분야를 아우르는 투자로 계열사들의 사업적 시너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힘을 실어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와 반도체소재 부분의 역량 확보는 SK그룹이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 성장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딥체인지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첨단소재시장 자체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기도 하고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사업,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소재는 전기차배터리의 성능, 가격경쟁력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소재부문 기술을 확보해 내재화하면 제품 생산과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한 입지를 갖출 수 있다.
글로벌 패권 다툼이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시장에서도 소재 국산화는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SK가 SK머티리얼즈 투자부문을 합병해 첨단소재분야 투자에 더 전격적으로 힘을 싣는 것을 SK 자체 기업가치를 높이는 목적을 넘어 그룹 차원의 경영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