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이 파업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설득에 적극 나설 수도 있어 보인다. 

HMM 사무직 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에 이어 선원들로 이뤄진 해상노조도 곧 쟁의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을 때 채권단과 협의해 임금인상률을 더욱 높여 제시한다면 파업을 막을 수도 있다.
 
[오늘Who] HMM 노조와 합의는 역부족, 배재훈 채권단 설득 나설까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HMM과 해상노조는 20일 오후 2시부터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아래 2차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배 사장도 직접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이날 조정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노사 양쪽의 설명이다.  

일단 해상노조가 원하는 수준의 임금인상 등 방안을 당장 제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회사는 육상노조 때도 채권단을 설득해 기존보다 임금인상률(8.8% 인상)을 높여 최종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아 타결에 실패했다. 

더욱이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육상노조가 먼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회사와 임금인상을 놓고 합의하면서 해상노조도 다른 선택을 하기가 힘들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이날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해상노조도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그 뒤 해상노조는 육상노조와 비상대책위원회(가칭)를 꾸리고 공동 투쟁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파악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HMM에서 사상 첫 파업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는 시선이 해운업계에서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배 사장에게 노조와 대화로 임단협을 마무리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려면 조합원 찬반투표도 거쳐야 해 시간적으로도 조금 여유가 있는 데다 노조로서도 파업을 벌이는 데 부담이 적지 않다. 곧바로 파업에 들어가기보다는 유급휴가를 우선 소진하면서 다시 회사와 협상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배 사장이 노조를 설득하고 파업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임금인상률을 높여 제시하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배 사장은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채권단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상노조 때 채권단을 설득해 임금인상률을 높여 제시했던 만큼 이번에도 한 번 더 채권단 설득에 나설 수 있다.

현재 노조는 회사가 채권단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벌이지도 않고 직원들의 희생이나 실질적 성과는 무시한 채 소폭의 임금인상만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크게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임금인상률을 좀 더 높여 제시한다면 노조가 파업 카드를 거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이야기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25% 인상, 성과급 1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를 고집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상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외부에서 임금을 11.8%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컨설팅을 받고도 한 번도 거기에 미치는 임금인상률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그 정도는 돼야지만 합의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육상노조 관계자는 “임금을 8.8% 올려주겠다는 최종안을 놓고서도 95%가 반대한 것은 그것으로는 적정한 수준의 보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며 “8년 동안 임금을 동결하고 지난해에 2.8% 올려 받았는데 통장에 찍혀 나오는 월급은 오히려 조금 줄었다”고 말했다.

배 사장으로서는 연임 여부 등을 채권단이 결정하는 만큼 채권단과 관계가 불편해지는 데 부담도 크지만 노조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현실화했을 때 책임을 피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HMM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게 되면 해운업은 물론 국내경제 전반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선박이 부족한데 HMM 배가 서면 수출 물류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여느 때와 달리 HMM 임단협과 관련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노조의 지나친 요구와 파업 예고 등에 비교적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HMM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어 배 사장은 임단협에서도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해운업 호황이 뒷받침되긴 했지만 배 사장은 HMM의 경영 정상화까지 적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 사장은 2019년 3월 HMM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글로벌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 가입하고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HMM의 실적개선 이끌었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으며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