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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현대차 게임체인저 되고싶다, 정의선 더 보여줄 것 많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8-0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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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정말 ‘게임체인저’로 바뀌고 있는 것일까?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생존하려면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시장의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체인저가 되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체제 이후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추진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들은 변화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과거 성장전략인 ‘패스트팔로워’에서 아직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명실상부한 게임체인저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게임체인저 되나

게임체인저는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나 사건, 서비스, 제품 등을 뜻한다.

독창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업계와 사회 전반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제품으로 휴대폰시장을 바꾼 애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시대를 연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 게임체인저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시장에서 진정한 게임체인저로 거듭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시각들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내놓은 아이오닉5와 EV6는 출시시기로 보면 분명 게임체인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차를 출시한 기업들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아직 소수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제품만을 봤을 때 게임체인저라고 부르기는 다소 애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테슬라의 선전으로 높아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 혁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한 V2L(Vehicle to Load)은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대형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능이다. 노트북과 전기포트,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드라이기 등 다양한 전자기기를 차에 꽂아 쓸 수 있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의 또 다른 매력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디지털사이드미러(DSM)다. 일반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사이드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해 자동차 안에서도 후측방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내세운 아이오닉5의 차별점들이 이미 시장에 상용화된 기술들이라는 점에서 혁신을 상징하는 기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본 닛산은 이미 2018년에 전기차 리프에 V2L 기능을 탑재했다. 당시 닛산은 지진 등 재해로 전기가 끊겼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디지털사이드미러도 이미 일본 토요타가 2019년 출시한 세단 ES시리즈에 처음 탑재된 바 있으며 아우디도 2020년 출시한 순수 전기차 e트론을 통해 이를 상용화했다.

성능면에서도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전용 플랫폼을 공개할 때만 해도 E-GMP를 통해 1회충전으로 이동가능한 거리가 500km 이상이 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모델 기준으로 429km를 확보한 것으로 출시됐다.

테슬라의 대중 전기차 모델로 평가받는 모델3 롱레인지 모델이 최소 492km에서 최대 528km의 항속거리를 확보한 것과 비교된다. 

물론 현대차 아이오닉5의 상품성은 실내외 디자인이나 충전속도 등 다른 측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특히 주행 때 승차감 측면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가 테슬라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5월 ‘이달의 차’에 현대차 아이오닉5을 뽑으면서 ‘현시점에서 살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 전기차’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최초로 내놓은 전기차에 탑재된 기능들이 기존에 시장에 나온 기능의 업그레이드 버전에 그친다는 점을 살펴볼 때 현대차그룹이 기존의 성장전략인 ‘패스트팔로워’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신차들이 ‘변화를 시작했다’고 선언하는 태동기에 보여주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이 직접 ‘미래 모빌리티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한 뒤 2년 넘게 이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차량들이라는 점에서 전기차시장의 게임체인저로서 2%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의미가 있다.

기아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EV6를 놓고 “EV6는 주행거리, 성능, 품질, 디자인, 가격 등을 최적화해 어떤 전기차보다 종합적 상품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며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첨단 신기술을 집약해 전혀 다른 차원의 고객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테슬라는 어떻게 혁신의 길 가고 있나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확실한 게임체인저로 만들려면 시장에서 확고한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는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바로 테슬라다.

테슬라는 글로벌 완성차기업의 잇따른 전기차 출시로 시장 점유율이 곳곳에서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 감지되지만 여전히 게임체인저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6월에 직접 공개한 고급 전기차 ‘모델S 플래드’는 테슬라가 어떻게 혁신의 길을 걷고 있으며 게임체인저로 어떻게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모델이다.

모델S 플래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로 자동차의 성능적 측면에 있다.

테슬라 설명에 따르면 모델S 플래드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에 도달하는 시간은 1.99초다. 내연기관차들이 달성한 적 없는 수치다. 최고출력도 1020마력으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수준이다.

물론 모델S 플래드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에 도달하는 시간이 더 빠른 차도 있다. 고성능 전기차기업인 크로아티아 리막이 출시한 네베라는 이 시간이 1.85초로 분명 모델S 플래드보다 성능이 좋다.

하지만 테슬라는 대량판매가 가능한 가격으로 모델S 플래드를 내놓아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네베라의 가격은 27억 원인데 이 가격이면 1억7천만 원으로 출시된 모델S 플래드를 15대 넘게 살 수 있다.

모델S 플래드와 경쟁할 내연기관차도 없다. 모델S 플래드와 비슷한 성능을 내는 내연기관차의 가격은 7억 원이 훌쩍 넘는다.

모델S 플래드의 성능이 대중들에게 필요하지 않는 오버스펙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는 여태껏 신차를 출시하면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스펙의 차를 대중들도 접근할 수 있는 가격에 내놓는 방식으로 업계를 선도해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델S 플래드는 전기차 개발에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는 다른 완성차기업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머스크 CEO가 모델S 플래드 공개행사에서 “무엇 때문에 이런 정신나간 성능의 차량을 만드는지 묻고는 한다”며 “이런 것에 대한 목적은 미래의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서 전기차가 최고의 대안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런 흔적을 후대에 남기는 것이다”고 말했다는 점에서도 테슬라의 분명한 목표가 잘 나타난다.

테슬라는 단순히 기능적 측면에서만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이미 다른 완성차기업이 상상하지 못한 기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런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모든 인풋(사람들이 조작하는 행위)은 에러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테슬라는 오너가 무엇을 해야했다면 자동차가 이미 해당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프트웨어가 이미 알고 다 실행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차량 소유주가 차로 다가가기만 하면 차량은 운전자가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차량과 연동된 폰키를 감지한 뒤 차량의 잠금을 해제하며 문 열고 차량에 앉아서 그냥 운전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차량 기어를 움직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차가 이미 운전자의 모든 의도를 알고 있고 미리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길을 간다는 측면에서 테슬라의 혁신은 미래지향적다.

테슬라의 이런 파괴적 혁신은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통적 자동차기업인 포드와 르노, 제너럴모터스 등을 앞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정의선 회장이 주목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런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이 정말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를 지향한다면 성능적으로 다른 차를 압도한다든지 다른 업체의 자동차에서 충족할 수 없는 새로운 고객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아이오닉5와 EV6에 쏟아지는 호평도 많지만 ‘비(非)테슬라 진영’에 있는 완성차기업의 자동차 가운데 경쟁력 있는 차라는 평가만으로는 10년 뒤를 장담하기 힘들다.

정의선의 게임체인저 전략은 어디에서 나올까

분명 현대차그룹은 정의선체제 출범 이후 과거와 달리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빠르고 분명해졌다.

미래 자동차시장은 크게 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fication)라는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결과 관련해 현대차는 2022년 초까지 커넥티드카 서비스 가입자 1천만 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자율주행분야에서는 미국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차량공유사업을 놓고는 세계 각지에서 경쟁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으며 전동화와 관련해서도 이미 모든 모델의 전동화 로드맵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현대차그룹만의 변화가 아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시장의 변화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테슬라가 주도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속도전만으로 승부를 보려면 이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단순히 속도전에 힘을 쏟는 것만으로는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게임체인저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에도 이런 판단들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남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새로운 포지셔닝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영역을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전기차, 수소차)뿐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측면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완성차기업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보스턴다이나믹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 포트폴리오 안에서도 자동차가 전체의 50%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시장의 주도권을 들고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다른 새로운 것을 보여줄 여지는 없는 것일까?

현대차그룹이 최근 공개한 아반떼N 관련 영상을 보면 힌트가 보인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기아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이 영상에서 “앞에 연료전지가 있고 뒤에 고출력 배터리가 있는 선행기술 프로토카를 기억하나?”라며 “거기다 모듈러 연료전지시스템을 활용하면 더 멋진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수한 수소기술을 지니고 있다”며 “만약 수소와 전동화 기술이 결합된다면?”이라고도 말했다.

수소차와 전기차를 합한 새로운 형태의 전동화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의 상용화시기가 전기차보다 느릴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전기차와 비교해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아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점도 충분하다. 전기차의 고질적 약점으로 꼽히는 항속거리를 수소차가 보충해줄 수 있다. 수소차는 내연기관차처럼 수소를 연료로 주입하는 방식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한 번 연료를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전기차보다 매우 짧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성공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차를 시장에 내놓는다면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체인저로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마치 토요타가 내연기관과 친환경차의 중간 형태인 하이브리드차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것과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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