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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할 이유 많다, 전장사업 확대 위해 결단하나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2021-06-14 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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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LG의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 역량은 내외부의 힘을 모아 키우고 필요하다면 선제적으로 투자해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구본준 전 LG 부회장이 2018년 5월 LG그룹의 ZKW 인수 결정을 두고 한 말이다. ZKW는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조명기업이다. LG그룹은 미래사업으로 자동차 전자장비(전장)부품사업을 점찍고 당시 ZKW 인수에 1조4440억 원을 썼다.
 
LG그룹이 한온시스템 인수할 이유 많다, 전장사업 확대 위해 결단하나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LG그룹은 전장사업 육성을 위한 또 하나의 결단을 앞두고 있다.

바로 한온시스템 인수 여부다. LG그룹이 한온시스템을 사들이면 전장부품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지만 ZKW의 5배에 이르는 인수대금은 부담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통큰’ 인수합병에 나설지 주목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22일 열리는 한온시스템 지분 70%에 관한 예비입찰에 LG그룹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시스템 분야에서 국내 1위, 글로벌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공조시스템은 자동차 냉난방과 환기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말한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에너지효율을 높여주는 공조시스템을 개발해 폴크스바겐, 현대차 등 완성차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LG그룹은 전장부품사업을 그룹 차원의 새 먹거리로 육성하며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기준 주요 계열사들의 전장부품 분야별 점유율을 보면 자동차 무선통신장비 21.8%(LG전자), 자동차모터 11.2%(LG이노텍), 자동차 디스플레이 25.9%(LG디스플레이) 등으로 집계됐다. 

LG그룹이 여기에 더해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경우 경쟁력 있는 새로운 제품군을 앞세워 전장부품시장 공략의 보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온시스템 인수는 ZKW 인수 이후 LG그룹 역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한온시스템 시가총액은 11일 종가 기준 9조4천억 원을 넘는다. LG그룹이 한온시스템 지분 70%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해도 ZKW보다 약 5배 더 많은, 7조 원에 육박하는 돈을 줘야 한다.

LG그룹의 인수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온시스템 인수주체로 유력한 LG전자는 1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5580억 원, 매출채권 5조2220억 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인수대금을 나눠서 치를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지주사 LG가 힘을 보탤 수도 있다. LG는 별도기준 현금성자산과 금융기관예치금 등 1조6천억 원가량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LG그룹은 앞서 ZKW를 인수했을 때도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가 나눠서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을 통해 자금 부담을 줄였다. 당시 LG가 30%, LG전자가 70% 지분을 각각 사들였다. 

또 LG그룹은 해외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이뤄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LG그룹이 실제로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구광모 회장이 전장사업에 관한 ‘선제적 투자’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는지가 LG그룹의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관계자는 한온시스템 인수와 관련해 “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번 한온시스템 매각에 관해 부품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최근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넘어가면서 공조시스템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배터리와 모터가 과열되지 않고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도 오랜 시간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열 관리가 필요하다.

한온시스템이 개발한 열관리시스템은 전기차 모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차량 내부 난방에 활용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을 높인다. 히터를 따로 작동시키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주행거리를 20% 이상 늘리고 에너지 소모를 최대 30~60%까지 줄일 수 있다.

한온시스템은 이 열관리시스템을 앞세워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관련 공조시스템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현재 보유한 수주잔고 410억 달러 가운데 40%가량이 전기차 물량이다. 특히 올해는 신규수주 가운데 97%가 전기차 관련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전기차에 효율적 열관리시스템 납품이 가능한 글로벌 3대기업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어 이번 매각에 시장의 관심이 높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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