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와 함께 한국과 미국 사이 경제협력이 두산중공업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지 주목된다.
사망사고가 잦은 철강, 중공업 산업에선 산업안전이 화두다.
특히 사망사고가 많았던 포스코를 향해 안전대책 강화를 요구하는 국회의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시장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생산 및 생산설비 확충 등을 위해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1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과거 현대차그룹은 모두 21억 달러를 들여 2005년 현대차 미국 앨리배마 공장, 2009년 기아 미국 조지아 공장을 준공해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 판매순위 5위까지 성장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기차시대를 맞아 당시 신규투자와 비교해 3배가 넘는 자금을 투입해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테슬라를 비롯해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보유한 제너럴모터스, 폴크스바겐그룹과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시장 판매량을 보면 테슬라가 20만6천 대로 압도적 1위에 올랐고 제너럴모터스가 2만1천 대로 2위, 폴크스바겐그룹이 1만2천 대로 3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시장을 독식하고 있고 제너럴모터스와 폴크스바겐그룹의 판매규모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경쟁력을 빠르게 확대한다면 2위에 올라서는 일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선이 나온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육성책에 힘입어 미국 전기차시장이 2025년 240만 대를 거쳐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미국에서 전기차 관련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목적기반 모빌리티(PBV)’사업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쉽게 말해 고객 요구에 따라 차량을 제작해주는 맞춤형 제품으로 자율주행시대에는 물류차량, 택시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기차 생산시설은 정 회장이 목적기반 모빌리티사업에서 글로벌 물류업체, 기술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차가 강점을 지닌 수소연료전지 기술은 목적기반 모빌리티사업에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해외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6월 이후 하반기에도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등 레저용차량(RV)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을 앞세워 판매 확대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기아와 함께 연간 점유율 10%를 넘기며 혼다를 잡고 현대차그룹이 미국 완성차 빅5에 처음 올라설 가능성도 있다.
◆ 기아
기아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르면 6월에 국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 스포티지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스포티지 신차는 2015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을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한 5세대 모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모델은 4세대 모델에서 2018년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다.
5세대 스포티지는 외관, 차체, 실내 디자인에서 기존 4세대 모델과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티지는 기아의 글로벌 핵심 볼륨모델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소형SUV에 밀려 판매량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국내 소형SUV 수요가 30%가량 크게 줄고 있다.
국내 주요 소형SUV 차량 판매가격은 준중형SUV 일반트림이나 중형SUV의 낮은 트림과 비슷하다. 새 스포티지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적절한 가격을 책정한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기아는 해외판매에서는 미니밴 카니발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한 첫 모델인 EV6를 앞세워 판매 확대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쌍용자동차
쌍용차가 이르면 6월 초 매각주간사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주간사 후보로는 미래에셋증권과 EY한영회계법인 등이 거론된다.
매각주간사가 선정되면 쌍용차 매각절차가 다시 빨라질 수 있다. 인수 후보자로는 기존 협상자였던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전기버스 제조사인 에디슨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인 박선전앤컴퍼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들의 역량이 쌍용차를 인수하기에 모자란다는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더구나 쌍용차가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영업활동을 정상화하지 못하면서 임금과 세금, 납품대금 등 공익채권이 늘고 있다.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쌍용차를 향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쌍용차 매각은 결국 정부의 지원 결단에 달려 있다는 시선이 많다.
◆ 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차는 노사관계 안정이 주요한 과제가 됐다.
르노삼성차는 6월부터 XM3 유럽 수출을 본격화하는데 생산물량을 문제없이 확보하려면 노사관계를 안정시키는 일이 관건이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전면파업과 부분직장폐쇄로 5월까지 강대강 대치를 보였다. 회사는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임금동결을 원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3년째 임금을 제자리에서 맴돌게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르노삼성차는 국내 완성차5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차는 6월1일부터 주야간 2교대 근무로 원상복귀하기 위해 부산 공장의 부분 직장폐쇄를 철회한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노조는 전면파업을 철회할 지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라면 올해 임단협 협상은 시작조차 못할 수도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당분간 대립을 이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조선경기 회복에 힘입어 올해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원자재인 조선용 후판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선박 건조가격을 올려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다만 핵심 계열사 현대중공업에서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를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해마다 사망 산업재해가 발생했는데 올해 2월5일에 이어 5월9일 또다시 노동자가 작업공간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 2020년 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2020년 6월1일 직접 나서 그룹의 작업장 안전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내놓고 3년 동안 3천억 원을 안전관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도 사망사고를 막지는 못했다.
이에 오너경영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이 산업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 실장은 정몽준 현대중공업지주 최대주주의 아들로 현대중공업그룹 총수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소밸류체인 구축이나 디지털 전환 같은 미래 먹거리 발굴뿐 아니라 안전문제도 함께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2017년 가동을 중단했던 전북 군산 조선소를 다시 돌릴지 여부도 조선업계의 관심거리다. 현대중공업은 주력 울산 조선소에서도 가동하지 못한 도크가 있는 만큼 군산 조선소 재가동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북도와 정치권에선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를 비롯한 지역 조선산업 생태계 복원을 통해 군산 조선소 재가동을 유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4개월 만에 수주목표 65%에 도달할 정도로 수주 증가세가 가파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거뒀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수주 부진과 저가수주 영향으로 올해도 영업손실 600억~2천억 원가량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해 고부가 LNG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를 늘리며 올해 수주목표를 달성하고 내년에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문제는 그동안 실적의 발목을 잡았던 해양플랜트 충당금 리스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중공업이 2022년까지도 영업손실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LNG(액화천연가스)선박과 해양플랜트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인 컨테이너선과 탱커선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무구조와 사업구조 등 체질 변화를 위한 시간이 삼성중공업에게 더 필요해 보인다.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거친 뒤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분주하다. 가스터빈과 풍력발전터빈에 이어 수소가스터빈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수소는 기존 가스터빈 발전연료인 LNG보다 화염 확산속도가 6배가량 빠르고 발열량도 3배 많다. 연소 뒤 이산화탄소 부산물이 전혀 배출되지 않는 차세대 친환경에너지 발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가스터빈은 수소만 사용한 전소 방식과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한 혼소 방식으로 나뉜다.
두산중공업은 독자적으로 5MW급 수소가스터빈의 핵심 요소인 수소 전소 연소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또 2025년을 목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래 한국기계연구원과 300MW급 수소가스터빈용 수소 혼소 연소기도 개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세계에서 5번째 가스터빈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를 발판으로 시장 형성기인 수소가스터빈시장에 도전한다면 입지 구축에 성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로 원전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을 하나의 원자로 용기에 담은 일체형 원전을 말한다.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세계적으로 기존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발전을 확대하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발전만으로는 모든 전력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발전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대형원전은 안전성에 관한 우려가 여전해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소형모듈원전이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한국과 미국이 소형모듈원전에서 협력하기로 해 관련 기술력이 우수한 두산중공업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소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전은 두산그룹 차원의 수소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확보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 포스코
포스코는 올해 연결기준으로 2014년 이후 7년 만에 매출 65조원 대를 회복하고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영업이익 6조 원대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철광석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중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자동차를 포함한 전방산업의 경기 회복으로 당분간 호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산업재해 문제로 국회의 압박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은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에게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국회의원들은 포스코의 산업안전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바라본다.
최정우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 포스코 제철소에서 노동자가 11명이나 사망했다. 이 가운데 7명이 추락이나 끼임 같은 후진국형 재해로 숨졌다. 또 7명이 하청업체 및 협력업체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원인으로는 크게 시설 노후화와 작업인원 부족 등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점은 최 회장도 청문회에서 어느 정도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산업재해의 원인이 노동자의 행동에 있다는 태도를 여전히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전관리요원 숫자를 늘리거나 위험현장의 CCTV 설치 등 감시체계를 강화하는 점을 국회의원들에게 안전대책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노후시설 개선, 인력 확대 등 포스코의 안전대책을 향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산업재해와 관련해 포스코를 향하는 국회의 따가운 시선을 함께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현대제철에서도 8일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016년부터 이번 사고까지 6년 연속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등 국내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사업장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국회에서도 여당과 야당을 막론하고 이번 사고를 주시하고 있다. 현장 검검을 나서려는 움직임과 함께 안전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안동일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시작과 동시에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일어나면서 산업안전이 내부 화두로 떠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애초 계획했던 신년행사를 취소하고 신년사 첫 머리에 사과문과 함께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담는 등 산업안전 강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가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아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위아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노동자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대책 강화는 올해 실적 못지 않게 중요한 경영화두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