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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삼성전자에게 미국 중국 반도체 패권다툼은 정말 위기일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5-11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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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그리고 미국의 ‘반도체 애국주의’ 등이 삼성전자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인텔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파운드리사업에 뛰어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파운드리시장이 TSMC-삼성전자의 1강1중체제에서 인텔을 포함한 1강2중체제로 변화할 것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미국의 팹리스기업들이 인텔에 반도체 생산을 몰아준다면 인텔의 파운드리사업이 순식간에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삼성전자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낸드플리시시장에서는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연합하고 그 연합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는 데까지 이른다면 삼성전자의 시장 1위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 낸드플래시 생산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압도적 1위인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3D 낸드를 공개하는 등 기술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실제로 파운드리시장과 낸드플래시시장을 자세히 한 번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시장의 재편 움직임들이 삼성전자에 큰 위협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뜻이다.

◆ 키옥시아 인수하겠다는 마이크론, 낸드플래시 재편되면 삼성전자 영향은

먼저 낸드플래시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31.4% △키옥시아 17.2% △웨스턴디지털(WD) 15.5% △SK하이닉스 11.7% △마이크론 11.5% △인텔 11.5% 등으로 삼성전자가 압도적 1위 자리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최근 나오는 낸드시장 재편 이야기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부문을 인수한 데 더해 최근에는 미국 회사인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WD)이 협력해 일본의 키옥시아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1강5중이었던 낸드시장이 3강구도(삼성전자/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SK하이닉스 인텔)로 변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의 YMTC 역시 파운드리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도는 성립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우선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협력해 키옥시아를 인수한다는 시도가 성공할 확률이 별로 높지 않다.

현재진행형인 ‘반도체 애국주의’ 바람은 단순히 미국과 중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유럽연합까지 각자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현재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보이고 있으며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업종은 반도체”라며 “반도체 사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키옥시아는 일본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메모리 반도체업체다. 일본이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아예 배제될 수도 있는 인수합병을 일본 정부가 거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키옥시아의 최대주주인 한국 미국 일본 합작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매각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블룸버그는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키옥시아 인수설과 관련해 “키옥시아는 인수자 접촉보다 기업공개(IPO)를 우선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인캐피탈에 참여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최근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키옥시아에 모종의 제안을 하고 있다는 뉴스가 많다”며 “베인캐피탈이나 키옥시아로부터 원래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에 기업공개를 재추진하겠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지금까지 누려왔던 지배적 지위가 흔들리고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사업이 타격을 입게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인수한다고 해도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키옥시아가 협력하는 수준을 넘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하나의 플레이어처럼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키옥시아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해 이 때문에 삼성전자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배제된 채 다른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협력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삼성전자에 오히려 이익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낸드플래시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다한 경쟁 상황이 오히려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키옥시아 인수합병이 성사된다면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는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낸드업체가 6강에서 4강으로 재편되며 산업통합에 따른 중복투자와 경쟁구도를 완화시켜 낸드플래시 수급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 3강체제로 고정된 D램시장처럼 낸드시장의 공급 과점화가 진행되면 낸드시장의 수익 변동성 축소도 가능해진다”고 전망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낸드 경쟁구도가 재편되면 앞으로 낸드산업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갈 기업은 삼성전자와 YMTC만 남게 되면서 대규모 증설을 전개할 기업이 이 2개 회사로 줄어들고 나머지 기업들은 이해관계를 같이하며 증설속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같이 대규모로 증설하면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대규모 증설에 대해 보수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 고민, 미국과 중국 ‘양자택일’ 아닌 ‘투자 우선순위’ 결정

파운드리시장의 현안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과 이에 따른 미국의 반도체 애국주의 바람 등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2월 “반도체는 21세기의 말편자 못에 해당한다”며 “우리와 이익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우리가 반도체를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익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는 중국을 뜻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후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국 중국 고위급회담에서 날카로운 말들이 오가는 등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점점 심해져 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것은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두 고객이 서로 으르렁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는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이 끝난 지 3일만인 4월15일 중국의 팹리스기업 페이텅의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페이텅은 미국의 안보를 침해한다며 미국 상무부가 4월8일 ‘블랙리스트’에 올린 7개의 중국 기업 가운데 하나다. TSMC는 “우리는 미국의 편을 들겠다”는 태도를 확실하게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TSMC와 달리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삼성전자의 2020년 전체 매출 가운데 26%가 중국에서 나왔을 뿐 아니라 중국 시안에 대규모 메모리공장을 두고 있기도 하다. TSMC처럼 섣불리 미국의 편을 들었다가 제2의 ‘사드 보복’사태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과연 삼성전자를 중국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이 가능할까?

파운드리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시장의 17%를 차지하고 있는 2위 기업이다. 반면 중국 파운드리업체인 SMIC의 점유율은 5%, HH그레이스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또한 기술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와 TSMC는 다른 파운드리업체와는 차원이 다른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TSMC가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세계 시스템반도체시장이 엄청난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진영논리를 이유로 삼성전자를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D램과 낸드 등 메모리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과 함께 시장을 3분할하고 있고 낸드시장에서도 삼성전자를 위협할만한 세력은 SK하이닉스 아니면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기업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고민은 반도체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인가 하는 우선순위의 문제이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삼성전자가 ‘새우등이 터지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한쪽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그들의 영토 안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잘 이용하면 삼성전자가 안 그래도 반도체 투자를 늘리려는 상황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비용의 40%를 세액공제해주겠다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발표했으며 중국 역시 28나노 이하 공정+사업기간 15년 이상의 기업에 10년 동안 법인소득세를 면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미국의 반도체 애국주의와 인텔 파운드리 투자, 삼성전자에게 ‘위협’은 확대해석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사업에 약 22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결정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인텔이 ‘사실상 반도체 제조를 중단했다’고 인식되면서 인텔의 물량을 삼성전자가 받아 생산하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살피면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에 일격을 맞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최근 보이는 ‘반도체 애국주의’ 경향이 심화하면 인텔이 수많은 미국 팹리스들의 물량을 받아 파운드리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TSMC를 상대하기도 벅찬 삼성전자에 또 다른 새로운 경쟁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삼성전자에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물론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은 어느 시장에서나 기존 플레이어들에게 위협적 일이지만 인텔의 파운드리사업이 현재 단계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두 회사 사이의 파운드리 기술격차가 너무 크다.

인텔과 삼성전자, TSMC는 2014년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14나노 공정을 도입했다. 그리고 인텔이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기술력을 쫓아갈 수 있었던 것은 여기까지였다. TSMC와 삼성전자가 7나노, 5나노, 그리고 올해는 3나노 공정까지 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여전히 인텔은 ‘14나노’를 주력 공정으로 삼고 있다.

미국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는 인텔이 2023년에 10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때쯤 삼성전자와 TSMC는 3나노 공정으로 더 멀리 달아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며 미국의 반도체 생산기반을 마련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오히려 삼성전자와 TSMC에 세제혜택을 대폭 줘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애국주의라는 것은 미국 기업에만 반도체 생산을 맡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생산공장을 미국에 지어라’ 하는 의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미국 팹리스기업들에 인텔 파운드리를 이용하라는 압박을 넣는다고 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이 그대로 따를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파운드리사업부를 완전히 별도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 기술 유출 걱정이 없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는 삼성전자에도 제조를 맡기기 꺼리는 미국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 설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의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데는 엄청난 저항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텔 파운드리사업의 고객이 될 수 있는 회사로는 엔비디아, AMD, 퀄컴 등이 있는데 이 기업들은 모두 인텔의 경쟁기업이다”며 “핵심 설계도를 경쟁사에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압박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 기업의 정서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권’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이 삼성전자에 반드시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에게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반도체는 삼성전자’라는 말이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 반도체시장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낸드시장의 재편 움직임, 인텔이 파운드리 포기에서 순식간에 파운드리 투자로 돌아선 일, 마이크론을 비롯한 메모리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점 등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있기에는 너무나 빠른 변화들이다.

중국은 현재 반도체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1, 2세대 반도체가 아닌 3세대 반도체(실리콘 카바이드, 갈륨나이트라이드)를 통해 현재 상황을 뒤집겠다고 벼르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음에도 아직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공급자로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투자역량을 반도체에 집중하겠다고 계속 밝히는 점 역시 반도체시장에서 자칫하면 뒤처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일 수 있다. 

반도체는 현재 한국 산업의 가장 핵심산업이다.

ICT(정보통신기술)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4차산업혁명시대에 미국도, 중국도 아닌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권’을 이어갈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 분쟁이, 그리고 세계의 반도체 애국주의가 마구 요동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그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해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계속해서 세계를 주도해 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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