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4-12 13: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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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샤오미와 오포의 자체 반도체 개발정책에 힘입어 고객사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샤오미는 화웨이의 뒤를 잇는 대형모바일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고객대열에 합류할 경우 세계 파운드리 1위 TSMC와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샤오미와 오포가 자체 반도체 개발에 들어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주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샤오미와 오포는 5G통신모뎀이 통합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해 이르면 올해 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포는 산하 브랜드 원플러스와 리얼미에서도 자체 반도체 개발이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말한다.
현재 5G통신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고부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파운드리기업은 많지 않다. 앞서 세계 최초의 5G통합칩 엑시노스980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8나노급 공정에서 만들어졌다.
이런 10나노급 미만 공정은 세계에서 삼성전자와 TSMC에서만 제공된다. 중국 1위 파운드리기업 SMIC조차 최근에야 14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 미세공정 경쟁력이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미 샤오미와 오포의 주요 반도체 공급사로 꼽히는 만큼 파운드리분야에서도 협력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에서 만들어진 1억 화소 이미지센서를 스마트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최근 국내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레드미노트10프로에 1억800만 화소 센서를 탑재했다.
오포는 리얼미를 통해 3월 인도에서 1억 화소 스마트폰을 선보인 바 있다.
물론 샤오미 등의 반도체 일감이 TSMC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TSMC는 샤오미가 2017년 선보인 첫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서지S1’의 생산을 담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반도체 공정은 28나노급 수준으로 10나노급을 넘어 7나노급, 5나노급에 이른 현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술 수준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TSMC가 이전에 샤오미의 반도체 생산을 맡았다는 것이 새 반도체 수주의 이점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퀄컴의 경우 기존에 TSMC에서 고사양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만들다 최근 삼성전자에 5나노급 반도체 전량을 맡기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내년 양산이 예정된 3나노급 공정에서 TSMC와 다른 기술을 채택하며 반도체 고성능화를 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마트폰 사양이 점점 더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바일기업들의 시선은 차별적 기술력을 내세우는 삼성전자에 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3나노급 공정을 비롯한 극자외선(EUV) 기반 생산라인이 조성됐다. <삼성전자>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은 2022년 양산이 이뤄진다”며 “예정대로라면 기술 면에서 TSMC에 앞설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되다”고 말했다.
게이트올어라운드는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기존의 ‘핀펫’과 다르게 바꿔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3나노급 공정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 도입을 추진하지만 TSMC는 핀펫구조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3나노급 반도체는 7나노급 핀펫 기반 반도체와 비교해 성능은 35%가량 개선되는 반면 차지하는 공간과 소비전력은 각각 45%, 50% 감소한다.
샤오미와 오포는 세계 2위 스마트폰기업이었던 화웨이의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만큼 자체 반도체를 스마트폰에 투입할 경우 막대한 파운드리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설계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사용하면서 반도체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 왔다.
시장 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250억 달러 규모의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시장에서 하이실리콘의 시장 점유율은 18%(45억 달러)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보다 높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향후 샤오미와 오포의 반도체 일감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지가 TSMC와 파운드리 대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기준 TSMC는 세계 파운드리시장 54%를 점유하며 삼성전자(17%)와 30%포인트 이상의 시장 점유율 격차를 벌리고 있다.
다만 샤오미 등 중국 기업에 관한 미국의 추가 제재 여부가 자체 반도체 개발 및 파운드리기업의 수주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방부는 1월 샤오미를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으로 분류해 투자 금지대상 목록(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러나 3월 중순 미국 법원은 정부가 샤오미와 중국군의 협력에 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제재를 일시적으로 해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글로벌 IT업계에서는 기업마다 제품에 알맞은 반도체를 자체개발하는 동향이 주류가 되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맥PC 등 자체 제품에 탑재하기 위한 용도로 ‘애플실리콘’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PC와 클라우드 서버에 탑재되는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도 다음 스마트폰 픽셀6을 위한 맞춤형 반도체를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