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공회의소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영역에서 재계와 정부, 산업현장 등 이해관계자들을 잇는 구심점 역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활동의 보좌 역할로 낙점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공헌위원장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곁에 부회장 이형희에 시선, SK ESG경영 '분신'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7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최 회장체제에서 새롭게 출발한 ESG경영팀이 8일 제1차 ESG경영포럼을 연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ESG 관련 기업 관계자와 연구원 등 전문가가 모여 ESG와 관련한 대한상의의 역할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 최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 회장체제의 대한상의가 경제단체로서 역할과 과제에 있어 ESG 관련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형희 위원장을 서울상의 부회장으로 합류시켜 회장단에 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서울상의 부회장은 대한상의에서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기보다는 중요한 문제 등에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의 비상근 명예직이다.

다만 이 위원장은 최 회장의 대한상의 활동을 보좌하기 위한 SK그룹 쪽 인사라는 점에서 서울상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다른 기업 대표들과는 차이가 있다.

최 회장이 이 위원장을 비서실장 격의 역할을 맡기지 않고 서울상의 부회장에 올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때를 보면 두산그룹에서 상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이 합류했지만 단순 업무지원 등을 맡아 비서실장의 역할을 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한상의 업무부분 지원은 대한상의 홍보팀으로부터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 위원장을 비롯해 서울상의 부회장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등 IT업계 기업인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ESG 등 분야에서 함께 노력하겠다는 뜻을 내놓기도 했다.

최 회장은 3월29일 대한상의 공식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상의 부회장단 개편과 관련해 “지금 기업들이 놓인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어떤 방법론을 쓸까를 놓고 생각했다”며 “신세대와 소통이 많고 새로운 시각을 지닌 기업인들은 ESG 등 새로운 이야기를 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상의 내부에서 이런 부분들이 토론되고 수용되면서 아무래도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며 “그런 협력을 많이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곁에 부회장 이형희에 시선, SK ESG경영 '분신'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


이 위원장은 SK그룹에서 사회적가치부터 ESG 경영까지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그룹 차원에서 실행에 옮기고 전파하는 선봉장을 맡았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이 위원장은 대부분 함께 했다.

이 위원장이 대한상의에서도 최 회장이 정부, 재계와 손발을 맞춰 ESG경영을 확산하는 데 실질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선을 받는 이유다.

이 위원장은 2018년 12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공헌위원장에 선임돼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실제 계열사 CEO 등의 경영평가지표 등에 적용하는 일을 이끌었다.

SK그룹 계열사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는 작업을 맡아 임원인사의 주요 근거가 되는 사회적 가치 평가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을 총괄했다.

최 회장은 친환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은 세계적 추세로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 부분으로 강조하고 있다. 

또 ESG 이슈에 따른 산업환경의 변화에서 한국 기업들이 리더십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친환경 등 ESG 이슈는 규제가 아닌 새로운 트렌드, 신사업이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이를 위해 ESG 개념과 성과를 수치화할 수 있는 측정방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위원장이 SK그룹에서 담당했던 부분이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간담회에서 ‘상의 회장으로 ESG를 어떻게 기업들에 널리 전파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ESG경영에서는 어떤 속도로 어떻게 가야 하나 하는 방법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한 번에 모든 공해 배출을 다 중단하라고 하면 경제가 멈출 수밖에 없다”며 “또 친환경 등 ESG경영활동의 성과를 눈에 보이는 수치로 측정하지 않는다면 말뿐에 그치고 하나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최 회장의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와 ESG경영 확산에 뜻을 함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3월31일 대한상의가 주최하는 ‘상공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ESG 경영은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라며 "정부는 올해를 '모두를 위한 기업 정신과 ESG경영' 확산의 원년으로 삼고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도록 힘껏 돕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제도 개선, ESG 표준 마련과 인센티브 제공 추진, 민관 합동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등 구체적 추진내용도 언급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7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 이호준 산업정책 비서관 등이 최태원 회장과 산업현장과 경제정책 등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을 방문했다. 

이호승 정책실장은 ‘어떤 논의를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제경제질서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같이 손잡고 가야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정부와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서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소통이나 의견교환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