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투자은행업계(IB)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4월 말 3천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친환경 투자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녹색채권으로 발행해 조달자금을 환경 관련 설비 확충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채권은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과 함께 ESG채권에 포함된다.
롯데케미칼의 녹색채권을 발행한다면 첫 ESG채권 발행이 된다. 이는 김교현 사장이 ESG경영을 강화해 친환경신사업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3월23일 열린 제 4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1년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롯데케미칼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다"며 "전사적 ESG운영체계를 구축해 규제에 대응하고 내부역량을 강화하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수소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 확장을 위한 첫 성과를 거두며 친환경신사업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0L급 차량용 수소탱크 신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초 완성차기업(OEM)이 요구하는 성능 5종과 관련한 기술평가 및 확보를 끝냈고 현재 국제 안정성 인증(GTR)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탱크는 수소연료전지에 쓰이는 고압수소를 저장하고 전기를 만드는 '스택'으로 수소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수소탱크는 수소전기차의 핵심부품으로 국제인증을 받으면 정식 상용화가 가능해진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수소차 콘셉트카 '인트라도'에 쓰일 차량 경량화소재를 공급한 뒤 수소차 등에 쓰이는 수소탱크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월 ESG경영전략과 친환경목표인 '그린 프로미스(Green Promise) 2030'을 내놓고 미래 신사업 검토방향으로 '수소에너지 가치사슬 확보'를 주요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관련 기술 확보를 먼저 추진해 사업기회를 지속해서 잡겠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오랫동안 공들여 온 수소탱크 제작기술을 통해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수소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사장은 그린(친환경)수소사업을 비롯한 친환경사업 확대에도 시동을 건다.
김 사장은 5일 삼성엔지니어링과 탄소중립 실현, 친환경기술 공동 투자·개발, 친환경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각자의 위치에서 전문역량과 영향력을 보유한 두 회사의 협력으로 그린사업분야의 환경 조성에 힘을 싣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수소탱크 상용화를 위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소사업 관련 연구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들여다보는 단계"라며 "친환경사업 강화 차원에서 재생소재, 바이오소재, 자원 선순환 확대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교현 사장의 친환경사업 확대는 석유화학산업의 급격한 업황 변화와 친환경 전환 기조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코로나19 확산세 완화에 따른 전방산업 경기회복과 지난해 3월 화재사고로 멈춘 대산 NCC(나프타분해설비) 공장의 완전가동, 모노에틸렌글리콜(MEG), 부타디엔(BD)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9조5천억 원, 영업이익 1조9천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59.6%, 영업이익은 439.2%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침체 등으로 큰 폭의 실적 후퇴를 겪어야 했다. 또 올해 2분기부터는 석유화학업황이 정점에 오른 뒤 하강 기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롯데케미칼로서는 경기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본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나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앞으로 새롭게 제시될 성장사업의 비전을 통해 기업가치 평가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