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30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취임식 날짜다. 취임날짜를 기준으로 한다면 이제 막 ‘취임 1년’이 된 셈이다.
구현모 사장은 취임 1년이 된 현재 본격적으로 기업구조 개편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구현모 사장은 KT를 왜, 어떻게 바꾸려는 걸까?
◆‘쪼개야 산다’, 구현모가 KT라는 거대한 바위산을 나누려는 이유
구현모 사장은 ‘디지코(디지털 기업)’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까지 KT의 ‘디지털화’를 강조하고 있다.
구현모 사장은 2020년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성장과 변화를 설명하며 “KT를 성장없는 회사, 변화없는 회사라고 많이 생각하지만 KT는 ‘디지코’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의 이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단순한 통신회사에서 벗어나 종합 디지털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 발 더 나아가면 KT의 체질을 바꿔놓겠다는 이야기로도 해석된다.
4차산업혁명, 혹은 사회의 디지털 진화에 민첩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단순히 KT의 사업내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KT의 체질 자체를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기업으로 바꿔내겠다는 것이다.
구현모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업은 성장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라고 말했다.
매우 원론적 이야기로 들리지만 이 말을 KT에 대입해보면
구현모 사장의 고민이 드러난다. KT는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에는 너무 비대하고 둔하기 때문이다.
비대하다는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 사업들의 성장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점 역시 비대한 조직의 몫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월10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KT는 규모가 너무 커서 성장성이 부각되지 않는 상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구현모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계속해서 기업가치 재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KT가 진정한 기업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사장은 종종 “경쟁사인 SK텔레콤보다 매출도, 고용인원도 더 많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항상 KT를 2등으로 인식한다”는 불만을 내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구현모 사장의 이런 생각은 주가부양 의지로 나타나고 있다. 주가는 시장이 기업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잣대인 만큼 최고경영자(CEO)가 주가부양을 천명하는 것은 기업가치를 높이겠다, 재평가받겠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KT의 주가는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작년 초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상승폭과 비교해보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3월8일 종가 기준 KT의 주가는 2만6100원으로 2020년 1월2일 종가와 비교해 소폭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2175.17에서 2996.11까지 급상승했다.
구현모 사장이 KT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KT의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서는 KT의 비대한 몸집 속에 가려져 있는 KT의 숨겨진 성장산업들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기업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현모 사장은 KT를 어떻게 개편하려고 하는 걸까?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비즈니스포스트의 통신 담당기자, 박혜린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 분할과 합병, 상장과 매각, 구현모는 KT를 어떻게 쪼개려 하는가
박혜린(이하 박):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에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를 출입하고 있는 박혜린 기자입니다.
윤휘종(이하 윤): 방금 박 기자도 또 SK텔레콤을 KT보다 먼저 말했는데요. 사실 KT는 억울할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히 KT는 2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박: 맞아요. 윤 기자도 통신기자했을 때 그렇게 썼죠?
윤: 그렇죠 아무래도. 그러니까 사실 구 사장이 KT를 바꿔야한다, 기업구조를 바꿔내야 한다 이 말은 이해가 돼요. 이유가 공감도 가구요. 그렇다면 어떻게 바꾸냐가 문제일텐데, 사실 지금 기업구조 개편이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니까 어떻게 바꾸는지와 관련해서는 정말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저는 이렇게 나눠서 이야기 해 보고 싶어요.
우선 기업 다이어트라는 측면에서 성장성이 낮은 사업들의 매각 및 철수, 두 번째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업들의 성장성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분할과 합병, 그리고 상장.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KT 자체의 변신, 그러니까 지배구조의 변화라고 할까, 지주회사나 중간지주사, 이런 문제들, 이렇게 세가지로 나눠서 접근하면 어떨까 해요.
박: 그렇다면 처음으로 얘기할건 먼저 매각과 철수, 이 얘기가 되겠네요.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기도 하구요. KT가 최근에 KT파워텔을 매각했거든요.
윤: KT파워텔이면 그거죠, 무전기회사. 이 회사가 그냥 무전기사업만 하는 건 아니고 사물인터넷(IoT)사업도 하고 그런다고 들었는데, 이 회사를 매각한 이유는 뭘까요?
박: 성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한거죠. KT 파워텔 매출을 보면 알 수 있어요. 2010년에 KT파워텔 매출이 1270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그게 627억 원까지,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거든요.
윤: 그런데 KT파워텔은 통신회사잖아요. 어떻게 보면 KT의 본업을 구성하는 회사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 이 사업을 매각했다는 건 구 사장의 기업구조 개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박: 그렇죠. 아까 윤기자가 말했던 대로 KT는 엄청 비대한 조직이고 비효율적 사업들도 많으니까 그런 사업들을 ‘다이어트’ 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비효율적이고 성장성이 없는 사업이라면 본업인 통신업이어도 얼마든지 다이어트 할 수 있다. 그런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죠. 더 이상 통신회사라는 틀에 휘둘리지 않겠다.
윤: 비효율적 사업 얘기하니까 또 바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이 떠오르는데요. 유선전화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죠?
박: 맞아요. 유선전화부문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5년동안 유선전화부문 매출이 1조 원이 줄었어요. 사양산업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철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고.
윤: 어쨌든 결국은 비대해진 KT를 슬림하게 만들자 이런 측면에서 매각, 철수작업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저는 이 얘기를 준비하면서 갑자기
구현모 사장의 그 발언이 생각나더라구요, 구 사장이 그랬잖아요. 왜 KT가 항상 SK텔레콤 뒤에 나와야 하냐. 우리가 매출도 더 크고 사람도 더 많이 고용한다.
근데 왜 영업이익 이야기는 안했을까?
그래서 실제로 한번 비교해봤어요. 2020년 기준으로 SK텔레콤의 매출이 11조7천억, KT의 매출이 17조9천억 원으로 KT가 1.5배가 넘게 많단 말이죠.
근데 영업이익을 보면 똑같이 2020년 기준으로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이 10조2천억 원, KT의 영업이익이 8조8천억 원으로 SK텔레콤이 오히려 많아요. 그래서 옛날 것까지 다 보니까 역시 SK텔레콤이 더 많을 때가 훨씬 많아요. 매출은 KT가 쭉 훨씬 높은데.
이 말은 KT의 사업이 뭔가 더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구 사장이 조직다이어트를 해야겠다, 이 말은 어떻게 보면 SK텔레콤을 이기고싶다, 이런 얘기로도 들려요.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점이, 유선전화 말고 또 다음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자회사들이 있나요?
박: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기업으로는 KT텔레캅, KT서브마린 등이 있어요.
윤: KT텔레캅이면 보안회사 아닌가요? 이거 재밌네요. 경쟁사인 SK텔레콤은 아예 비통신사업의 3대축 가운데 하나로 보안사업을 설정하고 ADT캡스같은 자회사를 통해서 엄청 밀어주고 있잖아요? 그런데 KT텔레캅은 매각 얘기가 나왔다는 거죠?
박: 일단 ADT캡스와 KT텔레캅의 사정이 많이 달라요. 보안시장에서 지금 ADT캡스가 2위, KT텔레캅이 3위로 평가받는데, 영업이익을 보면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ADT캡스의 영업이익이 320억 원인데 KT텔레캅의 영업이익이 10억 원밖에 안돼요. 심지어 지금 보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도중인데도 KT텔레캅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2019년과 비교해 급감했죠.
윤: 그래도 또 보안사업은 SK텔레콤이 보여주듯이 본업인 통신사업과 굉장히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잖아요. 특히 4차산업혁명, 디지털시대로 가면 갈수록 보안 사업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거라고 하고.
이런 측면에서 정말
구현모 사장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기업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있는데, 과연 어떤 사업을 버리고 어떤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가. 다이어트 측면에서는 이게 구 사장 최대의 고민이 아닐까 싶네요.
그렇다면 이번엔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요. 기업가치를 높이고 사업들의 성장성을 드러내는 측면에서, 분할과 합병. 어떻게 보면 앞에서 말한 ‘KT 쪼개기’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 KT를 보면 ‘물적분할 덕후다’, 이렇게 표현해도 과장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박: 당장은 미디어사업 쪽에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대표적으로 구 사장이 취임 초기에 단행했던 콘텐츠 자회사 스토리위즈의 설립을 얘기할 수 있겠죠.
윤: 시즌도 분사한다고 하더라구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그러니까 KT에서 만든 넷플릭스 같은 거죠?
박: 맞아요. 아직 검토 수준이긴 한데, 그런 얘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해요.
윤: 사실 시즌은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잖아요. 안그래도 그 얘기를 듣고 주위 사람들한테 시즌 아냐, 라고 물어봤는데 이름만 들어봤다는 사람 반, 이름도 못들어봤다는 사람 반이더라구요. 쓴다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구요. 그런데 그런 시즌을 분사하겠다는 건 어쨌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성장산업이니까,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성장성이 보이는 사업은 따로 떼어내서 독립시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겠네요.
박: KT의 물적분할은 명확한 의도를 띄고 있어요. 지금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사업에 특화된, 좀 더 작고 민첩한 조직을 만들어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것이죠.
윤: 아까 이야기한 너무 비대해진 KT 라는 측면에서 그걸 개선하겠다는 것이군요. 듣고 보니 전 약간 이렇게 이해가 되네요. 예를 들어 탱크가 앞으로 가고 있는데 뒤에서 적이 나타났다, 그러면 탱크가 180도 회전해서 적을 공격하는 것보다, 포탑이 개별적으로 돌아가서 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이런 느낌으로 이해가 돼요.
박: 그렇죠,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측면이 더 있어요. 아까 제가 듣고있을 때 윤기자도 말씀하신 것 같은데, 바로 주가 측면이죠.
윤: 아, 자회사의 상장 이야기군요.
박: 맞아요. 사실 성장성 있는 자회사를 물적분할 한 뒤 그 자회사를 상장시켜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굉장히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죠. 현금도 들어올 수 있고. 그러면 이 현금을 인수합병에 사용할 자금으로 쓸 수도 있고, 이런 전략인거죠.
윤: 방금 또 중요한 이야기가 나온 것 같은데요, 인수합병. 그런데 일단 이 인수합병 이야기는 조금 더 뒤에서 해보기로 하구요, 기업가치, 그리고 이를 보기 위한 주가 이야기를 좀 더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까 KT가 SK텔레콤보다 매출은 더 많다고 했잖아요 영업이익은 살짝 적고. 그런데 시가총액을 보면, 이게 압도적으로 SK텔레콤이 높단 말이죠. SK텔레콤은 20조인데 KT는 6조8천밖에 안돼요.
보통 주가가 기업가치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볼 때 우리가 쓰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있잖아요. 그걸로 보면 SK텔레콤이 18배인 것과 비교해 KT는 11.21배에 그치고 있더라구요. 확실히 구 사장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아야겠다는 욕구가 솟아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박: 그렇죠.
구현모 사장은 진짜 사장 자리에 오른 뒤 끊임없이 주가부양 이야기를 해왔어요. 심지어 자사주를 사기까지 했죠. 근데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KT의 주가가 그리 신통치 않아요 계속. 요새 KT 주가가 엄청 오르긴 했는데, 최근에 좀 오르긴 했는데, 그래도
구현모 사장 취임할 때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구 사장의 카드로는 이만한 것이 없죠. 물적분할을 통해 KT라는 기업 자체의 ‘쪼개기’를 진행하면서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다.
실제로
구현모 사장이 한 말이에요. 작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직접 들은 말인데, 정확히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어떤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이 정확하게. “분사와 상장을 통한 KT 기업가치의 재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구 사장의 이 계획이 이제 시작되고 있는거죠.
윤: 너무 분명한 얘기네요. 그런데 우리가 ‘쪼개기’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기업구조 개편에는 분할만 있는 것은 아닐 거란 말이죠.
구현모 사장이 합치는 작업 역시 하고 있죠?
박: 네, 맞아요. 합쳐서 시너지가 난다면, 합치는 것이 오히려
구현모 사장이 생각하는 ‘슬림한 KT 만들기’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죠. 대표적으로 KTH와 KT엠하우스를 합친걸 들 수 있겠네요. 커머스와 미디어를 합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시도죠.
윤: 미디어와 커머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예전에 CJE&M과 CJ오쇼핑의 결합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그럼 분할, 합병, 이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면 오늘 이야기 중에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지금 아까 말했듯이 거의 KT가 ‘물적분할 덕후’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사업회사를 하나, 둘, 떼어내다보면 결국 KT가 지주회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요즈음 이 이야기가 가끔씩 나오더라구요. KT의 지주회사 전환.
◆ KT를 완전히 변화할 지주회사 전환, 구현모 사장은 그 길을 걸을까
박: 사실 그 사안과 관련해서
구현모 사장이 이미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왔죠. 이 보도 관련해서 알아본 결과 일단 신빙성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더라구요.
윤: 그럼 일단 공식입장은 아니지만 KT가 지주회사 전환을 한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해보자구요. 일단 KT가 사실상 인적분할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이제 지금 하는 것처럼 사업회사를 물적분할로 떼어내면서 지주회사로 나아가는 방법을 선택할 것 같은데요.
박: 그렇죠. KT의 1대주주가 국민연금인데, 국민연금이 12.58%를 들고 있어요. 소액주주 비율이 무려 50%에 이르죠. 지주회사 전환을 한다고 하더라도 인적분할은 아예 선택지가 아닐거에요.
윤: 근데 이런 얘기도 나오더라구요, KT가 왜 지주회사를?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서라면, 지금 하는 것처럼 성장성이 높은 비통신 사업들을 물적분할해서 자회사로 떼어내고, 이 자회사들을 상장시키고, 이런 방법들로 충분한 것이 아니겠냐는거죠.
일반적으로 대기업그룹집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고 오너들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잖아요. 국민기업인 KT가 그런것도 아닐테고.
박: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한다!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확실히 애매하지만, 저는 SK텔레콤을 보면 지주회사 전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보인다고 봐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지금 통신사들을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전부 ‘탈통신’이죠. 그리고 지주회사 전환 역시 마찬가지에요.
통신회사로 남아있는 것 보다, 통신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지주회사가 되는 것이 4차산업혁명시대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IT산업을 전개하는 데 훨씬 쉽다는거죠. 한마디로 사업을 넓게 펼치는데 훨씬 유리한 구조다.
물론 지주회사가 된다면 각 사업자회사들의 가치를 좀 더 제대로 기업가치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런 장점도 있을테구요. 통신사업자로서 남아있는 것보다 지주회사로 전환했을 때 신사업 추진 등의 계획을 세울 때 정부의 규제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는 장점도 있죠.
그래서 사실 KT의 지주회사 전환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긴 해요. 무려 14년전인 2008년에도 KT의 지주회사 전환 이야기가 나온적이 있었고, 2012년에는 아예 황창규 당시 KT회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죠. 물론 지금까지 지주회사 전환이 실제로 추진된적은 없지만요.
윤: 그렇군요. 예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는 말을 들으니 이번 지주회사 이야기는 뭐가 다르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 생각나는게 있어요.
박: 그게 뭔가요?
윤:
구현모 사장이 주가부양, 기업가치 제고, 디지코, 이런거 말고 또 굉장히 많이 이야기하는 거 있잖아요. 플랫폼. KT는 플랫폼 기업이다. 생각해보면,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건 모든 서비스가 하나로 모이는 ‘정거장’이잖아요. 이걸 확장하면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들의 플랫폼이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러니까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건 모든 사업들의 상위에 위치해 있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KT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그 아래 통신, 금융, 미디어 등등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 실제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김홍식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의 레포트를 보면 KT가 지주회사로 나아갔을 때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기존의 통신부문을 유선, 무선, 미디어사업으로 나누고 금융, 부동산, 위성사업부문을 병렬로 배치하는 가운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존의 KT가 플랫폼 비즈니스까지 맡게 되는 구조의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했어요.
윤: 그렇군요. KT가 이번에는 과연 지주회사 전환을 실제로 추진할지, 이걸 지켜보는것도 매우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겠네요.
그럼 지주사 이야기 한 김에, 중간지주사 이야기도 해볼까요? 이 얘기는 지주사 전환 이야기와 달리 실제로
구현모 사장이 직접 언급한거죠?
◆ 미디어에서 시작되는 중간지주사체제, 금융과 B2B에 필요한 것은 ‘인수합병’
박: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구현모 사장이 이렇게 말했죠. “신설 콘텐츠법인(KT스튜디오지니)이 중간지주사로 KT그룹 내 스토리위즈, 스카이TV, 지니뮤직, 시즌 등 관련 회사를 통합하고 증자를 통해 몸집을 키우겠다.”
윤: 이건 선언이라고 봐도 좋겠네요. 그러니까 지금 KT 아래에 중간지주사로 KT스튜디오지니를 두고, 그 아래 KT의 모든 미디어, 콘텐츠 관련 회사를 병렬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그림인거잖아요.
박: 그렇죠. 미디어사업을 하나로 묶겠다는거죠.
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생각이 나는데요, 인터넷TV(IPTV)사업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위성방송은? 스카이라이프도 저 중간지주사 아래로 들어가는 건가요?
박: 저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는데요, 스카이라이프는 아닌 것 같아요. 역시 지금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확실한건 아니긴 한데, 일단 스카이라이프는 미디어 비즈니스가 아니라 플랫폼 비즈니스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IPTV도 마찬가지구요. 대신 현재 스카이라이프 아래 있는 스카이TV, 여기가 사실상 KT의 방송콘텐츠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거든요. 여기는 미디어지주회사 아래로 묶일 것 같아요.
윤: 그렇군요, 플랫폼비즈니스다, 이렇게 하니까 또 그럼 아까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KT, 이게 생각이 나는데요. 그럼 KT의 IPTV사업과 스카이라이프가 합쳐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 저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또 이게 애매한게, 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이잖아요, 그러니까 공익적 측면이 IPTV나 이런 플랫폼들보다 좀 더 강조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막 합치기는 어려울거다,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윤: 그래도 스카이라이프가 뭔가 앞으로 KT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될 것 같기는 해요. 스카이라이프를 지금 이끌고 있는 김철수 사장이
구현모 사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들었거든요.
김철수 사장을 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앉힐 때 노조에서 ‘정실인사’라며 반발하기도 했다고. 그리고 현대HCN 인수주체가 스카이라이프였던 걸 보면 KT의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에서 엄청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니까,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되네요.
그리고 그 다음 문제, 중간지주사는 그럼 미디어사업에서만 하는걸까요? 단순히 미디어사업에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박: 그건 정말 모를 문제같아요. 사실 저도 똑같이 생각해서 관계자한테 물어봤는데, 그 관계자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금융사업 같은 건 아직 BC카드와 케이뱅크밖에 없지 않냐.”
윤: 아직. 저는 아직이라는 말이 걸리네요.
박: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자연스럽게 인수합병과 관련된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수합병은 예전부터
구현모 사장의 특기였어요. 제가 기억하는데,
구현모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한적도 있거든요. “나는 인수합병으로 큰 사람이다. 기업이 어떻게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윤: 실제로 KT는
구현모 사장 취임 이후 바로 현대HCN을 인수해버렸죠. 딜라이브 인수도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 같구요.
박: 맞아요. 그러니까 저 말은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미디어 관련 계열사 말고는 신사업 쪽에서 중간지주사를 만들만큼 묶을만한 자회사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인수합병 등을 통해 자회사가 많아지면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금융, B2B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윤: 금융과 B2B, 정말 지겹게 들은 말이네요.
구현모 사장이 공식석상에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강조하는 사업이잖아요?
박: 맞아요. 그런데 아까 KT 관계자의 말처럼 금융자회사는 아직 BC카드와 케이뱅크밖에 없고, B2B 관련은 이제 막 KT엔터프라이즈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킨 상태죠.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기업구조 개편은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윤: 그렇다면 지금
구현모 사장이 눈독들이고 있는 인수합병 대상이 있나요?
구현모 사장이 그런말도 했던데요, “현재 금융과 핀테크분야 기업 인수합병에 관심을 두고 있다.”
박: 얼마 전에 KT가 핀테크기업 뱅크샐러드 인수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그런데 좀 알아보니 뱅크샐러드 인수는 아직 잘 모르겠는 상황이고 웹캐시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심지어 최근 웹캐시 대표가 KT 본사를 방문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윤: 웹캐시라하면 그 경리나라~ 하는데 맞죠? 핀테크라면 핀테크인데, 저는 경리나라라고 하니까 B2B 플랫폼, 이쪽으로도 눈이 가네요.
박: 실제로 핀테크사업은 금융과 B2B사업을 이어줄 수 있는 아주 좋은 연결고리이기도 하죠.
윤: B2B와 금융이라, 사실 저는 그런 케이뱅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케이뱅크가 잘 할수 있을까. 이미 카카오뱅크가 인터넷 은행 시장을 꽉 쥐고 있는것같은데. 그런데 B2B와 금융릉 잇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뭔가 색다르게 들리네요.
박:
구현모 사장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비씨카드의 고객 이야기를 하면서, 개인고객 못지 않은 비씨카드의 주요 고객이 바로 가맹점 고객이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완전히 다른 포지션을 잡겠다.
이 말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금융과 B2B의 결합, 이렇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윤: 제가 통신기자할 때가 막
구현모 사장이 취임해서 첫 인사하고 이럴 때였는데, 그 때 기억나는게 B2B부문, 그러니까 기업사업부문과 글로벌 부문을 합쳤던거거든요. 이걸 확장하면 금융-B2B-글로벌, 세 개의 사업이 유기적으로 엮이는, 그런 구조가 나올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구현모 사장이 구상하는대로 KT가 중간지주사체제로 나아간다, 이렇게 본다면 점점 KT가 일반 사기업처럼 되어간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당장 SK를 본다면, SK텔레콤 아래에 IT, 디지털 관련 자회사들이 정렬하고, SK이노베이션 아래에 정유 화학 관련 자회사들이 자리잡고, 많은 지주회사 형태의 대기업 집단이 이런 형태를 띄고 있잖아요. KT도 비슷한 그림으로 간다,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면 이 얘기로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KT의 공기업마인드. 이게 또 영원히 질리지 않을 화제 가운데 하나잖아요. 과연
구현모 사장이 “KT는 공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 혹은 편견을 날려버릴 수 있을까요?
◆ 마지막 암초 ‘공기업 마인드’까지도 같이 쪼갤 수 있을까
박: 재밌는 이야기죠. 저는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구현모 사장의 1년을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구현모 사장이 지금 취임한지 1년이 지났는데, 구 사장의 1년은 지금까지 얘기했던 모든 것들, 이것들을 열심히 준비해왔다고 볼 수 있겠죠. 지금까지 얘기했던 수많은 기업구조 개편 작업들이 지금 1년 동안 다 시작된 것들이거든요. 스토리위즈 분사, 시즌 분사, KTH와 KT엠하우스 합병, KT파워텔 매각 등등.
윤: 군살빼기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구현모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단행했던 임원인사, 이 인사의 키워드가 바로 군살빼기였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그런 내용으로 기사를 썼었던 기억도 나구요. 비대하고 방만해진 KT를 개편하기 위한 가장 첫 작업이 바로 임원 다이어트였던 것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 케이뱅크 정상화도 빼놓을 수 없죠. B2B브랜드인 KT엔터프라이즈를 출범시킨 것 도 구 사장이구요. B2B라는 게 사실 황창규 회장 때까지만 해도 어떤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구 사장이 비로소 눈에 드러나는 형태로 만들어놓은 거죠.
윤: 그런데 이 내용이 공기업 마인드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박: 공기업 마인드, 말이 참 애매한데 저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기업 마인드란 뭐냐, 바로 적극성과 모험정신의 부족이다. 그렇다면 KT는 왜 적극성과 모험정신이 부족했을까.
윤: 비대해서군요.
박: 맞아요. 서로 사업과 사업이 막 복잡하게 얽혀있고 책임소재도 여기저기 다 엉켜있고, 이러다보면 적극성과 모험정신이 두각을 드러낼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구현모 사장이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이 ‘KT 쪼개기’를 계속 한다면, 그래서 쪼개진 기업 하나하나가 전문성을 지니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그러면 KT를 계속 따라다니는 공기업 마인드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윤: 설득력이 있네요.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사실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어요.
구현모 사장이 취임한 뒤로 KT에서 잡음이 계속 터져나오는 것도 사실이잖아요. 사업적 잡음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잡음.
예전에 블라인드에 올라왔던 글 있잖아요. 구 사장이 젊은 사원들을 모아놓고 소통을 위한 간담회를 하는데, 오히려 구 사장의 불통만 보여줬다. 뭐 이런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최근에 또 시끌시끌 했더라구요. 누가 이번에는 구 사장에게 드리는 ‘시무7조’를 올렸다고.
박: 네, 저도 봤어요. 사실 내부 일이라서 맞다, 틀리다 뭐라고 말을 하기 힘들긴 하지만,
구현모 사장의 리더십과 관련해 소통 측면에서 잠잠하다 싶으면 한 번씩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해요. 최근에는 KT 새노조에서 비판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죠.
윤: 사실 지금
구현모 사장이 하고 있는 ‘KT 쪼개기’, 그러니까 기업구조 개편작업들이야말로 내부의 공감대 형성과 결속이 매우 중요한 일이잖아요. 조직 자체를 흔들어버릴 수 있는, 굉장히 커다란 영향이 있는 일이니까. 사실 우리가 다이어트다, 슬림화다 얘기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사실 인력의 구조조정문제,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구요.
박: 맞아요. 그러니까
구현모 사장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내부의 의견도 확실하게 들으면서 취할 건 취하고, 흘려들을 건 흘려듣는 리더십을 또 보여주고.
윤: 박기자, KT가 1999년에 우리나라 시가총액 1위였던거 알고 계신가요?
박: 사실 지금 순위를 보면 참 믿기 어려운 일이긴 하지요.
윤: 우리가 오늘 주가 이야기도 많이 했잖아요. 물론 KT가 지금와서 삼성전자를 꺾기는 어렵겠지만,
구현모 사장이 직접 라이벌로 언급했다는 네이버와 카카오, 여기가 지금 각각 시가총액 순위 3위, 9위거든요.
구현모 사장이 과연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기업구조 개편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 그래서 과연 KT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받고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박 기자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의 꼬꼬경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돌아옵니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