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석 기자 yongs@businesspost.co.kr2021-03-2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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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개인정보 노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C2C(개인 사이 거래) 중개업계가 반발하는 데 이어 개인정보위원회도 검토에 들어감에 따라 공정위의 대응이 주목된다.
▲ 당근마켓 로고.
28일 공정위와 C2C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위는 최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개인정보 노출 위험이 있다는 여러 지적에 보완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조항은 개정안 제29조이다.
이 조항은 개인 사이의 거래(C2C)에서 문제가 생기면 중개업체가 이용자 이름·주소·전화번호를 피해자에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렇게 개인정보를 넘긴다 보면 거래상대가 이를 악용할 길이 열린다고 지적한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3월5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하며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의 안전과 합리적 선택권이 확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로 밝혔다.
그동안 대표적인 C2C업체인 당근마켓을 둘러싸고 불법 의약품 거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판매자의 환불 거부문제도 빈번했다. 심지어 '신생아 판매 시도'도 있었다.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지난해 10월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약품 무허가 거래’에 관한 질의를 받기 위해 운영이 미흡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이처럼 개인정보 '일부 공개'에 나선 것은 판매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어 구매자는 분쟁조정 신청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소송을 통해 피해구제를 받을 길도 쉽지 않다.
네이버 또는 중고나라 등은 회원가입을 할 때 '실명인증'을 거쳐야 하기에 문제가 생기면 추적 등이 가능하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제 20조)는 판매자를 놓고 사업자가 아닌 경우 플랫폼업체(네이버 등)은 판매자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거래 당사자가 상대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당근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은 전화번호만으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더 이상의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이는 전자상거래법(제 20조)에 일상 용품, 음식료 등을 인접 지역에 팔기 위한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편리하지만 판매자가 하자 상품을 보내고 환불을 거부하면 손해를 배상받기 힘든 구조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자 연락 두절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일각에서 불안해 하는 것처럼 신원정보를 일반적으로 공개하게 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개정안의 '필요한 경우'를 문제삼고 있다.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거래상대자에게 제공한다고 했는데 너무 포괄적이라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고소, 고발 등 법적 절차를 밟을 때 공개해야 하는지, 고객센터 등으로 불만이 접수됐을 때 공개해야 하는지, 불분명한 게 사실이다.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것 자체가 플렛폼기업에게 부담을 주기도 한다. 거래 당사자들이 플랫폼에서 활동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공정위의 개정안을 놓고 개인정보 침해 소지를 검토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국무총리실 소속 위원회이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질문에 "(공정위로부터) 의견을 달라는 얘기를 듣고 검토 중"이라며 "공정위와 협의해 사생활 및 권리 침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위원회는 범정부 개인정보보호 컨트롤타워로 역할하기 위해 다른 법령에 대해 관계기관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플랫폼에 보관하는 개인정보를 최소화하려는 글로벌 추세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5년 시작된 미국의 온라인 벼룩시장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 2013년 7월 사업을 시작한 일본 C2C 이커머스 플랫폼 '메루카리'도 가입 때 연락처 이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진 않는다.
일부 소비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정모(31)씨는 "물건 하나를 팔았는데 구매자가 억지로 딴지를 걸고 소송을 걸면 당근마켓이 내 개인정보를 넘긴다는 것 아니냐"며 "법이 개정되면 당근마켓에서 거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 이용자들은 ‘스토킹’ 범죄 등에 악용될 것을 걱정했다.
공정위도 업계 등의 문제 제기에 귀를 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3월12일 당근마켓 등 C2C업체, 유관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는 공식적으로는 C2C업체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다. 네이버, 카카오 등 포털과는 지난해 8월21일, 우아한형제들 등 배달앱과는 닷새 뒤인 8월26일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3월7일 성명을 통해"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의견을 무시하고 투명한 정보공개 없이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을 거쳤다"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외부적으로 얘기할 정도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방향성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며 "이와 관련해 판단,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