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함께 추진하는 수소 프로젝트를 비롯해 친환경 신사업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 아이오닉5.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은 주요 미래 먹거리로 풍력터빈을 점찍었다.
단일 단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전남 신안 해상 풍력발전사업에서 얼마나 많은 수주성과를 내느냐가 도약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주주총회을 앞두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연임을 낙관한다.
다만 최 회장이 산업재해와 내부자거래 의혹으로 질타를 받은 만큼 연임 안건에 반대표가 얼마나 나오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5를 앞세워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출시한 첫 전기차다.
아이오닉5의 올해 세계시장 판매목표 7만 대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공개된 글로벌 주요 차종 가운데 아이오닉5와 경쟁 가능한 모델로는 테슬라를 비롯해 폴크스바겐의 ID4, 제너럴모터스의 볼트EUV 등이 꼽힌다. 공개된 제원과 성능 등을 감안할 때 아이오닉5는 가장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차는 E-GMP 3차 물량 배터리를 받을 업체로 중국의 CATL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기차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은 중국산 배터리 보호정책이 강한 데다 글로벌 전기차시장을 이끌 주요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차로서는 글로벌 전기차시장 선도업체가 되기 위해 중국 시장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
현대차는 2021년 아이오닉5를 비롯한 전기차 판매목표를 16만 대로 잡았다. 2020년보다 60% 늘어나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2019년보다 55% 늘었는데 또다시 공격적 시장 확대를 예고했다.
국내시장에서는 아이오닉5의 흥행 잠재력이 이미 확인됐다.
아이오닉5는 2월25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단 1주일 만에 국내 사전계약 대수가 3만5천 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변형모델이었던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화재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5 국내 판매목표를 2만6500대로 잡았는데 사전계약 1주일 만에 목표를 30% 이상 초과달성했다.
아이오닉5는 국내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흥행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2월25일 유럽에서 아이오닉5의 한정판인 ‘아이오닉5 프로젝트45’의 사전계약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준비한 물량 3천 대의 3배가 넘는 1만여 명이 몰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판매 전망 역시 밝다는 분석이 많다. 현대차는 2021년 제네시스 판매 목표로 20만 대를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55%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이 최소 6조 원 이상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8조 원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단 배터리 화재 같은 돌발 악재가 새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 기아
기아는 2030년까지 목적기반 차량(PBV) 글로벌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차량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요자의 요구에 적합한 차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화물용 밴, 택시, 레저용트럭, 푸드트럭 등을 포함한다.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물류, 자율주행 택시 등을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아는 2025년까지 모두 10조1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런 만큼 재무적 기반을 닦기 위해 기아는 올해 수익성 강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 강화의 선봉에는 스포티지가 선다.
스포티지 신차는 2분기에 시장에 나올 예정인데 2015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을 6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한 5세대 모델이다.
기아는 글로벌 볼륨모델인 스포티지의 신형모델을 출시하면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의 판매 증가를 이끌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2월9일 열렸던 ‘CEO인베스터데이’에서 SUV를 포함한 레저용차량 판매 확대 전망에 따른 수익성 개선 등을 반영해 2020년에 제시한 2022년 5%, 2025년 6%의 영업이익률 목표를 각각 6.7%와 7.9%로 1%포인트 이상 높여 잡았다. 스포티지를 중심으로 SUV 차량의 흥행에서 얻은 자신감에 바탕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아 역시 7월 전기차 CV(프로젝트명)를 내놓는다. 현대차 아이오닉5 흥행 돌풍에 힘입어 기아 전기차를 향한 잠재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가 법원의 자율구조조정프로그램 기한 연장에도 사전기업회생제도(P플랜) 추진은 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사전기업회생제도는 기업회생절차를 법원에 신청한 기업이 신규투자나 채무변제 가능성이 있을 때 채권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면서 회생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의 핵심조건은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부터 투자유치다. 다만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협상을 지연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잠재적 투자자의 선제적 투자와 함께 쌍용차의 사전기업회생제도 계획안을 본 뒤 추가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고용문제를 고려해 쌍용차에 지원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하다. 산업은행으로서도 정부의 정책방향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만큼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로서는 시급히 투자를 결정할 이유가 줄었다.
쌍용차는 공장 재가동을 시작하며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전기업회생제도 추진이라는 고차방정식은 쉽게 풀리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함께 추진하는 수소 프로젝트를 중심에 놓고 친환경 신사업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은 일찍부터 아람코와 관계에 공을 들였는데 수소 프로젝트로 아람코와의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에서 LPG(액화석유가스)를 수입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신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블루수소란 가스 등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배출되는 탄소를 별도로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가 생산하는 수소를 탈황설비에 투입하거나 차량 및 발전용 연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오일뱅크의 블루수소 생산이 안정화하면 아람코가 추진하는 ‘네옴(NEOM) 프로젝트’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을 탄소제로 도시로 재구축하는 사업이다.
네옴 프로젝트에 쓰일 수소를 운반할 선박을 한국조선해양이 수주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정 실장은 그룹 지주사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계열사들의 신사업 전략을 주관하고 있다. 정 실장의 그룹 신사업계획은 친환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기업공개를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상장을 통해 1조 원을 확보한 뒤 이를 친환경선박이나 자율운항선박 등 미래선박 관련 기술의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이 상장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래 실적으로 이어지는 수주를 올해 크게 늘려야 한다. 정 실장은 현대중공업의 수주영업을 이끄는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에 정 실장의 어깨가 무겁다.
◆ 삼성중공업
국제유가가 높아지면서 해양자원 개발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중공업이 재고 드릴십의 매각이나 임대 등 처분에 성공한다면 7년 만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는 최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를 웃돌고 있지만 원유시장에서 공급이 늘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점차 진정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 해도 국제유가가 크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스태드에너지(Rystaad Energy) 등 주요 에너지시장 분석기관들의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는 50달러 중~후반대다.
조선업계에선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만 넘어도 드릴십의 수요가 발생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시선이 많다. 삼성중공업은 지금보다 낮은 수준에서 국제유가가 안정화해도 재고 드릴십의 매각 성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재고 드릴십 5기는 계약가격 기준으로 29억9천만 달러어치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수취한 선수금은 10억1천만 달러에 그친다.
삼성중공업으로서는 이 드릴십들의 매각을 통해 나머지 19억8천만 달러를 놓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회수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재고 드릴십 5기의 합산 장부가치를 12억8천만 달러로 잡고 있다. 모두 매각할 수 있다면 1조4천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2020년 6년 동안 해마다 영업손실을 내 왔다. 이 기간 합산 영업손실은 3조9655억 원에 이른다.
재고 드릴십을 매각할 수 있다면 삼성중공업이 7년 만에 영업흑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커진다. 국제유가 추이와 이에 따른 해양자원 개발시장 업황은 삼성중공업 실적에서 가장 주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풍력터빈을 주요한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풍력터빈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대형 풍력터빈사업의 실적이 절실하다.
전남 해상 풍력발전사업에서 대형 풍력터빈 수주를 따낸다면 두산중공업은 해외진출 기반을 위한 실적을 쌓을 절호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전남 신안에 3단계에 걸쳐 2030년까지 8.2GW(기가와트)규모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1단계에서 4.1GW 규모를, 2단계에서 2.1GW를, 3단계에서 2GW를 각각 조성한다. 총투자규모는 48조 5천억 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이와 관련해 신안 해상 풍력발전사업 투자에도 힘을 보태면서 풍력터빈 입찰에 참여할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풍력터빈 가운데 3MW와 5MW급만 보유해 글로벌 수주 경쟁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용량으로 분류되는 8MW급을 서둘러 개발해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절실하다.
다만 두산중공업이 8MW급을 앞세워 글로벌시장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사업실적(트랙 레코드)가 필요하다. 전남 해상 풍력발전사업에서 풍력터빈 수주를 따낸다면 두산중공업이 다시 도약하는데 계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철강>
◆ 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은 1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이 통과되면 두 번째 임기를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임기 시작 전부터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으려다 집중 질타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 포스코 주식 매입에 대한 내부자거래 의혹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최 회장을 포함한 포스코 임원들이 지난해 포스코 주식을 매입한 것을 내부자거래로 의심해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최 회장은 2020년 3월에 임원들과 함께 주가부양과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내세워 포스코 주식 1만6천 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포스코가 4월 이사회를 열고 1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면서 최 회장과 포스코 임원들이 이 정보를 미리 알고 포스코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심을 사게 된 것이다.
검찰 고발이 이뤄지면 연임 안건이 처리될 주주총회에서 70%가 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물론 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재까지 우세하다.
하지만 반대표가 예상외로 많이 나온다면 최 회장은 두 번째 임기 시작부터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의 결과와 새로 내놓을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향한 사회적 반응은 최 회장 2기체제의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