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게 김종인은 ‘별’ 안길 안내자인가, 보궐선거부터 서로 '절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보궐선거 서울, 부산시장 경선결과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정치를 하겠다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면서 정치권의 눈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원장을 향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김 위원장이 모종의 역할분담을 하면서 함께 큰 그림을 그려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전 총장이 정치의 길에 새로 들어건 만큼 조만간 김종인 위원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지금 당장 정치권에 '비빌 언덕'이 아직 없다. 김 위원장은 내년 대선을 위해 판을 흔들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이라는 변수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다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윤 전 총장은 야당, 야권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다른 당외, 야권 인물들과 편치 않은 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많이 다른 태도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윤 전 총장을 향해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이어왔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전부터도 윤 총장의 정치적 잠재력을 눈여겨 봤다”며 “현직 검찰총장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안 주기 위해 따로 만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윤 전 총장의 정치 도전을 놓고 ‘별’이라는 표현이 유독 많이 나오는 것도 김 위원장 때문이다.

‘별의 순간(Sternstunde)’은 독일어권에서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으로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이 윤 총장의 정치입문 결단을 촉구하면서 이 표현을 사용했다.

김 위원장은 1월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자기 인생이 국가를 위해 크게 기여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에게 정치입문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국민의힘 외연 확장에 정성을 기울여 왔다.

김 위원장은 ‘보수’라는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하거나 광주를 찾아 5·18 관련 사과를 내놨다. 당내 반발을 억누르면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이명박씨 일을 두고 국민에게 사과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당내 주류였던 영남권 중진의원들과 관계가 악화됐고 당내 반발에 김 위원장은 21대 국회 개원 이후 초선 의원 등 새로운 인물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4월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초선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등에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할 것을 권유지만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두고도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의 등장으로 새로운 카드가 생긴 셈이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높은 지지율 외에도 여러 장점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라는 신선함에 더해 충청 쪽 지역연고도 강점이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논란을 중심으로 대여 공세의 구심점이 될 잠재력도 갖췄다.

윤 전 총장도 김 위원장이 손을 내민다면 뿌리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정치경험이 전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에 더불어 함께할 세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다.

정치는 개인기만으로 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준비한다면 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과거 두 차례 대선에서 정권을 창출해 본 경험은 윤 전 총장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당분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형태로든 국민의힘과 함께 가는 게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주도적 역할을 한 만큼 보수야권 내 윤 총장을 향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세력도 있다. 김 위원장은 윤 전 총장과 이런 보수세력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정치적 연대를 한다고 해도 4월 재보궐선거 이후로 보는 듯한 태도다.

윤 전 총장은 이번 4월 재보궐선거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인터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강연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우회적으로 재보궐선거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재보궐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몸풀기에 앞서 영향력을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보궐선거 뒤 국민의힘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접합점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