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요기요를 사들일 후보기업들이 벌써부터 주목된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쿠팡과 위메프 등이 꼽히는데 IT·유통부문 대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1분기 안에 한국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에 관련된 최종 결정문을 서면으로 받고 기업결합을 최종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6개월 안에 요기요 운영사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딜리버리히어로 CEO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이라는 조건에 깊은 안타까움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인 셈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을 발판으로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요기요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전체 매출의 31%를 아시아에서 거두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결정했을 때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에게 아시아사업을 맡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 대표도 28일 “딜리버리히어로와 파트너 관계를 맺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아시아의 배송산업 혁신에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한국에서 10년 이상 배달앱을 운영하면서 인공지능(AI)과 물류시스템 관련 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베트남 배달앱시장에 진출한 뒤 하노이 지역의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1월부터는 일본에서도 배달앱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배달앱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국이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매각을 기업결합 승인조건으로 내세운 뒤 1개월 정도의 기간이 있었다”며 “이때부터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 매각을 검토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딜리버리히어로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의 배달앱 후발주자 운영사들이 인수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시장 점유율은 올해 9월 기준으로 배달의민족 59.7%, 요기요 30%, 쿠팡이츠 6.8%, 위메프오 2.28% 순이다.

쿠팡이츠 운영사인 쿠팡이나 위메프오 운영사인 위메프가 요기요를 인수한다면 단숨에 배달앱업계 2위로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다만 쿠팡이나 위메프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수에 뛰어들기에는 가격 부담이 크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예상 매각가격이 1조 원 이상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 인수가격을 4조7500억 원으로 책정했다. 요기요가 배달앱업계 2위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몸값은 우아한형제들의 절반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쿠팡은 2015년부터 해마다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데다 쿠팡플레이 등 신규 서비스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위메프도 지난해 영업손실 369억 원을 봤다.

이 때문에 자본력을 갖춘 IT나 유통부문 대기업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T부문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후보로 꼽힌다. 카카오는 배달서비스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네이버는 ‘동네시장 장보기’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나 네이버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면 ‘동네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유통부문에서는 롯데나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매장 조리식품 배달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데다 마트 배달 등과 연계하기도 쉽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요기요의 새 주인을 빠르게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배달앱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 온라인플랫폼법 등의 규제도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도 딜리버리히어로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을 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다면 매각기한을 6개월 추가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