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트 주가, SSG닷컴 성공에 달렸다.
이마트의 미래는 온라인사업 성공에 달렸습니다.
유통업계 주전장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식품은 물론 명품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물러간다 해도 이 상황이 뒤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이커머스기업의 도전과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상황을 맞이해 고객도 수익도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마트는 온라인 전장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았습니다. 그 자리는 바로 신선식품시장입니다.
전국 160개 이마트 매장이 신선식품 배송의 전초기지로서 콜드체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이마트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만큼은 쿠팡을 앞서나갈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 우위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이커머스기업들은 신선식품 시장을 포기할 마음이 없어보입니다.
쿠팡은 올해 들어서만 대전, 광주, 김천, 제천에 대규모 물류센터 신설계획을 연이어 발표했습니다.
쿠팡은 이곳 물류센터에 신선식품 배송에 적합한 냉동시설을 갖춰 이마트의 파이를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네이버는 언젠가부터 조용히 온라인 거래 플랫폼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최근 신선식품 배송 스타트업 아워박스를 인수하면서 신선식품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10월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도 함께 맡겼습니다.
SSG닷컴과 이마트의 협력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이 정도의 의미를 뛰어넘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제 SSG닷컴이 이마트의 미래에 가장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 강희석 월마트식 변화로 신선식품 배송전쟁 준비
SSG닷컴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급증한 온라인 주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더 많이 갖추는 일입니다.
SSG닷컴 신선식품 물류센터 3곳과 전국 이마트 매장 114곳 안에 마련된 피킹앤패킹센터(PP센터)에서 쉴새 없이 주문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마트와 SSG닷컴은 거점 이마트 매장을 매장형 물류센터(EOS)로 전환하거나 새 물류센터를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SSG닷컴은 현재 김포, 용인에 3곳의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수도권 서부에 치우쳐 있어 동부권 물량을 전담하기 위한 물류센터가 필요합니다.
경기 구리시와 하남시에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건설하려고 했으나 주민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산업단지 내 입주가 가능해졌고 조만간 수도권 동부에 신선식품 물류센터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물류센터 한 곳을 건설하는 데 2년에서 3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강희석 대표는 기존의 이마트 매장을 이용해 물류 처리량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및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피킹앤패킹센터센터를 갖춘 이마트 점포 수를 늘리고 기존 피킹앤패킹센터는 규모를 더 크게 늘린다는 것입니다. 또 폐점예정인 이마트 점포를 통째로 물류센터로 개조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도심에는 청계점과 같이 배송과 수령에 초점을 맞춘 매장형 물류센터(EOS)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이를 놓고 월마트식 옴니채널 전략을 참고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2020년 치러진 이마트와 쿠팡의 경쟁은 2016년 벌어진 월마트와 아마존의 경쟁과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월마트는 2016년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의 공세에 밀려 35년 만에 역성장을 보였습니다. 미국 내 유통시장 점유율도 하락하면서 ‘월마트가 벽에 부딪혔다’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월마트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강점을 지닌 신선식품에 온라인서비스를 적용해 소비자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커머스기업이 따라오기 힘든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월마트의 온라인몰은 미국 소비자들이 아마존, 이베이에 이어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온라인쇼핑몰이 됐습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유통기업들은 모두 월마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 이마트 주가 올해 반등에 성공, 더 가려면?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 주가가 하염없이 추락하던 2019년 10월 취임했습니다. 그때까지도 12만 원을 지키고 있었던 이마트 주가는 이듬해 3월 이마트의 2019년 실적 발표와 함께 급락해 9만 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마트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9조629억 원, 영업이익 1507억 원을 내면서 2018년보다 매출은 11.8% 늘었으나 영업이익이 67.4%나 줄었습니다.
이마트가 2019년 부진했던 것은 쿠팡 등 이커머스가 부상하면서 주력인 대형할인점이 힘들어졌고 이마트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한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전문점사업도 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강희석 대표는 취임 직후 전문점들을 구조조정하고 이마트 수익성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 대표 취임 이후 3분기 만에 이마트 실적을 반등시켰습니다.
이마트는 2020년 3분기 매출 5조9077억 원, 영업이익 1512억 원을 내며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6.7% 영업이익은 30.1% 늘어났습니다.
3분기 실적발표 직후 이마트 주가는 16만 원 선을 회복했습니다.
다만 최근 어려움에 빠진 호텔계열사 신세계조선호텔에 지분거래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해주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아 현재는 15만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 주가가 정상궤도에 올라왔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이마트 주가는 2014년과 2018년에 지금의 2배 수준인 30만 원 선을 넘은 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의 눈높이는 이 30만 원 선을 바라보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강희석, 전문점 쳐내고 할인점 비즈니스 재설계 1년 만에 해내
이마트 별도법인의 사업영역은 대형할인점과 창고형 매장, 전문점 등으로 나뉩니다. 대형할인점이 80%, 창고형 매장이 10% 가까운 매출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2010년대 들어 이커머스에 추월당하고 정부의 골목상권 규제에 발이 묶이면서 2017년 4분기부터 11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이마트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한 신사업들도 대부분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손실을 봤습니다.
강희석 대표는 2019년 10월 이마트를 맡고 곧바로 전문점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식 만물상 삐에로쑈핑을 접었고 가구매장인 메종티시아도 철수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드러그스토어 부츠와 남성복 편집숍 쇼엔텔 매장도 상당 부분 정리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대신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PB상품 전문매장 노브랜드와 전자제품 매장 일렉트로마트에는 힘을 실어주면서 성장동력으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강희석 대표는 이어 대형할인점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의 강점인 신선식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집객시설을 늘려 고객방문과 상품구매를 늘린다는 구상을 짰습니다.
이마트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소비자들의 구매활동은 크게 목적구매와 충동구매로 나눌 수 있는데 목적구매로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이커머스 기업을 이기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마트는 오프라인 쇼핑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많이 제공해 충동구매를 유도한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트 월계점 리뉴얼이 한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마트 월계점은 신선식품 매대를 늘리고 공산품 매대는 과감히 줄였습니다. 패션과 완구 브랜드 매장도 들여놨습니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방문이 늘었고 구매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이마트 월계점은 매장 리뉴얼 직후 매출이 30%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희석 대표는 이런 방식으로 전국의 할인점 매장을 저마다 특색이 있는 공간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합니다.
◆ 정용진의 무한신뢰 받는 강희석, 올해부터 큰 그림 그린다.
강희석 대표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농림부에서 일하다 2005년부터 컨설턴트로 직업을 바꿨습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월마트 등 다수의 글로벌 유통기업을 컨설팅하며 성과를 내 파트너 자리까지 올랐습니다.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와 인연을 맺은 지는 10년 가까이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마트 대표직을 맡기 전부터 정용진 부회장에게 월마트의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고 합니다.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기업의 도전을 이겨내려면 월마트의 옴니채널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월마트가 아마존의 공세를 이겨낸 원동력을 이마트가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더그 맥밀론 월마트 CEO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기도 하면서 월마트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이마트 청계점에서는 이마트가 월마트의 옴니채널 전략을 어떻게 이마트식으로 녹여내려고 했는지 노력의 흔적을 많이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9년 10월 강희석 파트너를 아예 이마트의 CEO로 불러들여 이마트의 변화를 진두지휘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 전부터 이마트 내부에서는 강희석 파트너를 불러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하네요.
신세계그룹은 순혈주의가 비교적 약하지만 외부인사가 이마트 대표 같은 핵심적 자리를 맡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강희석 대표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동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3분기 성과발표 이후로는 더 큰 신뢰를 받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마트는 2020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9077억 원, 영업이익 1512억 원을 냈습니다. 2019년 3분기보다 매출은 16.7%, 영업이익은 30.1% 증가했습니다.
그룹 관계자들은 강희석 대표가 실용적인 것을 좋아해 형식에 발목 잡히는 것을 싫어한다고 합니다.
강희석 대표는 이마트를 궤도에 끌어올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10월 정기인사에서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게 됐습니다.
정기인사에서 주요 임원진이 대거 강희석 사람으로 채워졌다고 하니 이마트의 온라인 길찾기가 궤도에 오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