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의 주요 계열사들 가운데 연말 또는 내년 초 CEO들의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이 많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는 회장이 조만간 바뀌게 되는 데다 금융당국의 제재 가능성 등 외부 변수까지 더해져 현 경영진체제가 유지될지 더욱 시선이 몰린다.

유임이든 교체든 금융권 인사를 앞둔 터라 고위경영진들은 말 그대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조심’하고 있다.

◆ 하나금융 다음 회장 선임 과정에 관심 높아  

- 연말이 다가오면서 하나금융지주 다음 회장 선임절차가 언제 시작될지를 놓고 안팎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인데 1월이나 늦어도 2월 다음 회장 후보자군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공개적으로 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에서 유력후보로 꼽히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비롯해 이진국 부회장, 이은형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회장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 회장후보뿐 아니라 지성규 행장 등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계열사 대표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지 행장은 은행장 임기 2년밖에 보내지 않았고 올해 경영성과도 좋아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금감원이 이르면 12월 라임자산운용 펀드 은행 제재심의위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판매 증권사를 대상으로 한 데 이어 은행에 대해서도 징계조치를 내릴 수 있다.

하나은행도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과 함께 라임펀드 제재심의위원회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판매 증권사 CEO들도 징계대상에 올랐던 점에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라임펀드 관련해 징계 사정권에 들 수 있다.

◆ 우리금융, 권광석 인사스타일 궁금

- 우리금융그룹은 연말인사를 앞당겨 실시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원재 우리카드 대표이사와 이동연 우리FIS 대표이사가 12월31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데 경영공백 최소화를 위해 12월 초에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원재 대표는 ‘카드의정석’ 시리즈로 성장을 이끌어왔고 최근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안정과 전문성을 우선시해 장수 CEO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이동연 대표는 2년 임기밖에 지내지 않은 데다 손태승 회장의 디지털 최우선 전략에 핵심 역할이 부각되고 있는 만큼 역시 연임할 것이란 시선이 많다.

-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임기가 1년으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통상 시중 은행장들이 2년 임기를 보장받는 것과 달리 임기가 짧다. 12월 우리은행은 집행부행장 3명과 집행부행장보 10명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임원인사는 권 행장 취임 후 이뤄지는 첫 인사라로 그의 인사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권 행장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에 따라 권 행장 개인의 연임 여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우리은행 임원은 선임 전 지주사와 의견조율을 거쳐 은행장이 선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우리금융지주 완전 민영화 계획에 시동이 걸릴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17.25%를 올해 안에 매각해 자금회수에 나설 계획을 세웠는데 주가 하락에 발목이 잡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하반기 들어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1만 원대로 올라섰다. 연말 배당까지 이뤄지면 원금 회수를 위한 적정주가가 1만 원대로 떨어질 수도 있어 이른 시일에 지분 매각이 추진될 수도 있다.

◆ NH농협금융, 김광수 바통 누가 이어받나

- 김광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에 오르면서 다음 회장에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NH농협금융지주 다음 회장의 실질적 임기 첫 해가 될 내년은 출범 10년째를 맞는 해이기도 하다.

전례로 보아 이번에도 외부출신 인사가 맡을 것이란 시선이 많지만 내부출신 회장이 배출될 때도 됐다는 기대 섞인 말도 나온다. 하지만 NH농협금융의 특수성과 금융회사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현정부 기류에 비춰볼 때 내부출신 회장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11월 금융권 주요 협회장 자리를 관료출신들이 독차지한 것만 놓고 봐도 NH농협금융 회장후보군에 전·현직 관료들이 대거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번에 김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이동하면서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의 매력은 더욱 돋보이게 됐다. 관료출신이지만 민간 금융회사에서 경력을 쌓아 이른바 관피아 논란을 희석한 뒤 다음 유력한 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징검다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 NH농협금융지주 회장뿐 아니라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도 주목된다. 12월 자회사 임원후보 추천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대표이사 거취를 논의하게 된다.

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이구찬 NH농협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뒀다. 홍 사장과 이 사장은 이미 임기 2년을 채웠는데 농협금융은 후임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2년 정도 지나면 물러나는 분위기가 강하다.

다른 금융지주에서 계열사 대표 임기가 ‘2+1’이 기본인 것과는 다른 셈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여러 금융사들이 변화보다 안정에 초점을 맞춰 기존 CEO 연임 결정하는 추세를 NH농협금융도 고려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NH금융지주 실적 효자인 NH투자증권은 올해 이어 옵티머스 사태 관련 후폭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징계로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제재도 시간문제란 시선이 늘고 있다. 두 건 모두 단순한 금융사고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 이슈로 옮아갈 소지가 많아 금융당국뿐 아니라 검찰수사 과정에서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