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 열리는 금융감독원 3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두 대표이사의 제재수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11월5일 열린 제재심의위에서 소명을 진행한 만큼 3차에서는 금융감독원과 증권사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 제재수위를 집중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박 대표에게 직무정지를, 김 대표에게 문책경고를 각각 사전통보 했다. 직무정지와 문책경고 모두 중징계에 포함돼 사전통보안이 확정된다면 두 사람은 KB증권의 대표이사로서 현재 임기는 마칠 수 있지만 연임은 할 수 없게 된다.
당초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와 관련해 박 대표만 제재대상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대표도 2019년 호주 부동산펀드 관련해 제재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회장은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세대교체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의 두 각자대표가 모두 중징계를 받게 되면 윤 회장으로서도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KB증권은 올해 높은 실적 증가세를 보이며 윤 회장의 '비은행계열사 강화'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두 대표는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각자의 부문에서 성과를 내며 KB금융지주 비은행부문 수익 40%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은 3분기에 순이익 209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무려 275.8%나 급증했으며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33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6% 증가했다. 이런 성과로 KB증권의 지주사 손익 기여도는 지난해 8.1%에서 올해 11.8%로 높아졌다.
수탁수수료가 약 2440억 원 증가했고 투자은행(IB) 사업의 적극적 확대와 지원으로 수수료가 약 290억 원 늘어나는 등 박 대표와 김 대표가 각자 맡은 부문에서 고루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 줌인터넷과 협업하며 대형 테크핀기업들에 대항할 협력전선을 갖추는 등 개인고객 확보를 위한 디지털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증권사 최초 여성 경영자라는 상징성도 지닌다.
박 대표는 재연임이 결정된 허인 KB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올해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시되는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향후 '포스트 윤종규' 후보군으로 꼽히며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이란 시선을 받았다. KB국민은행 출신이란 점에서 허 행장의 재연임 임기 이후 은행장 바통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열려있었다.
김 대표는 기존 강점이었던 채권주관시장 선두를 지켜나가는 상황에서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인 원스토어 상장을 따내는 등 기업부문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윤 회장은 코로나19와 급격히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올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계열사들의 조직 연속성을 염두한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망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비은행부문 핵심 계열사인 KB증권을 맡고 있는 두 대표가 금감원 징계대상에 오른 상황은 윤 회장에게 뼈아플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직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통제를 이유로 현직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KB증권은 2차 제재심의위에서 6시간에 걸쳐 사실관계 및 법리해석 등과 관련해 소명을 진행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사전통보 징계수위가 최종 결정에서 변경된 사례가 드문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두 대표에게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KB증권이 행정소송을 통해 효력정지 신청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제재심의위 최종결정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의 의결을 거쳐 12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 징계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소송전에 나선다면 두 대표는 결과에 상관없이 연임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문책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이 이에 불복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정지됐다.
다만 KB증권이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의 결정을 소송으로 대응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만큼 윤 회장의 결단이 요구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