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재보선을 준비하기 위해 발을 처음 내딛는 단계에서부터 당내 중진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대위가 재보궐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낙점한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내정이 전날 철회되면서 재보선을 둘러싸고 김 위원장과 당내 중진 사이 마찰이 표면화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비대위는 재보선을 준비하는 기구를 선대위에서 경선준비위원회로 바꾸고 영남지역 중진인 3선 김상훈 의원을 경선준비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유 전 부총리를 앞세워 재보선 준비를 하려 했다가 당내 중진들의 반발로 애초 계획을 철회했다고 봤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친박인사인 유 전 부총리와 관련해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김 위원장이 비대위의 결정을 독단적으로 전격 번복했다는 말도 나온다.
어느 쪽이든 재보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안에서 갈등이 불거졌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12일 비대위 회의 전 비대위원들에게 ‘이렇게 하면 대선에 이길 수 없다’, ‘비대위를 못 끌고 가겠다’고 말하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갈등과 불화설을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뼈 있는 말도 꺼냈다.
김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선준비위원 임명장 수여식 이후 기자들을 만나 “경선준비위 인선에 하등의 잡음이 없었다”며 “‘선거에 진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4·15 총선 이후의 긴장감을 계속해서 유지해야지 안이한 사고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비록 김 위원장이 경선준비위 인선에 ‘하등의 잡음이 없었다’고 했지만 경선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시선이 많다. 경선준비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사이 의견 차이가 있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재보선이 김종인 비대위와 김 위원장의 정치운명에 매우 중요한 만큼 김 위원장이 재보선의 모든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재보선 준비를 당의 실무기구에 맡겨 지켜보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후보를 만들고 키워 국민들 앞에 선보이는 일에 주역으로 나선다는 것이다.
경선준비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불거진 마찰음을 두고 재보선을 자기 중심적으로 이끌어가려는 김 위원장과 이에 반발하는 당내 중진 사이 알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내년 재보선은 다음 대선 전에 치러지는 유일한 공직선거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선거까지 치러지며 ‘미니대선’으로도 불리는 정치 이벤트다. 재보선 결과가 1년 뒤 대선에 미칠 파급력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는 애초 내년 재보선을 준비하는 역할까지 맡는 것으로 임기가 정해졌는데 재보선이 비대위의 성과를 평가받는 최종 시험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의 재신임 논의도 이뤄질 수 있는 데다 김 위원장에게 대통령선거도 맡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리더십 흔들기에 정면돌파하며 재보선 준비의 주도권을 단단하게 붙들 것으로 본다.
선대위를 경선준비위로 바꾼 게 선거준비 기구의 역할과 권한을 줄여 비대위원장이 개입할 공간을 넓히기 위한 의도란 시선도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의 재보선 구상이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김 위원장이 끝까지 재보선 주도권을 강하게 쥐고 나갈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는다.
애초 김 위원장은 서울시장후보와 부산시장후보로 참신한 인물을 강조하며 당내 초선의원들의 도전을 독려했지만 정작 초선의원들의 반응이 미지근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 경험이 적은 당사자들이 큰 무대에 뛰는 게 부담스러운 데다 당내 중진들도 김 위원장의 초선 우대 방침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후보와 부산시장후보는 원외인사가 적합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다소 바꾸기도 했다.
당내 터줏대감인 중진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을 향한 반발이 나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보선 준비에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모든 정치일정과 인사를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비대위의 문제가 다시 한번 외부로 드러난 것 같다”며 “지나치게 독선적으로 당을 운영하며 원내외 구성원들의 마음을 떠나가게 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김 위원장은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며 특유의 ‘마이너스의 손’을 휘두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당 운영방식을 확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