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태가 정치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7일 이사회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지급안을 재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정치권의 관심이 커지면서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옵티머스에 몰리는 정치권 시선, NH투자증권 지급안 놓고 고심 커져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17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달 사이에 NH투자증권에서 2명의 사외이사가 중도사퇴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시선이 몰린데 따른 부담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이 앞서 70%의 선지급 비율을 결정한 한국투자증권보다 낮은 지급안을 내놓게 된다면 피해투자자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포화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야권에서는 피해투자자 구제와 함께 현정권의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은 환매가 중단되거나 불가능한 옵티머스 펀드 4407억 원을 판매한 최대 판매사로 70% 비율의 선지급안을 내놓는다면 약 3천억 원을 선지급해야 한다.

2020년 상반기 순이익 2616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앞서 NH투자증권은 7월23일 이사회를 열고 긴급 유동성 지원방안(선지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일부 사외이사의 반대의견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당시 일부 사외이사들은 선지급과 관련해 주주 이익과 충돌할 수 있다며 경영진과 다른 의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안 마련 결정이 늦춰지는 상황에서 이사진이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14일 NH투자증권은 삼일회계법인 고문인 박상호 사외이사가 13일 중도사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도 7월10일 임기 중간에 사퇴를 결정했다.

두 사외이사의 사퇴를 놓고 지급안 결정을 둘러싼 견해차 외에 정치권에서까지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데 따른 부담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야권에서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 '정권 책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주제 특별위원회(사모펀드 특위)'를 구성하고 NH투자증권과 금융당국에 적극적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특위는 7월30일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판매경위와 피해 구제방안을 논의했다.

사모펀드 특위 위원장인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은 만남 직후 “정영채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게 옵티머스에 대한 투자 경위에 관해 설명을 들었으나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러 곳이 있었다”며 “이 부분과 관련해 진상을 밝히기 위해 특위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금융당국의 적극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은 옵티머스 환매중단 사태의 배경에 현정권의 핵심인물이 연루됐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6일 사모펀드 특위 소속 강민국 미래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펀드 판매, 유니버설 인컴 빌더 펀드 판매 등을 결정한 해당 임원이 준법감시기구 임원으로 발령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은 “NH투자증권은 투자자와 회사에 수천억 원의 피해를 일으킨 해당 임원을 내부 징계나 제재 없이 준법감시기구 임원으로 발령했다”며 해당 임원이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한양대 동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밖에 현재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 미국 체류중인 이혁진 전 대표 등도 모두 한양대 출신이다. 

NH투자증권 측은 해당 인사가 2019년 12월 정기인사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며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또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이 위조된 서류를 제기해 검증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측이 펀드 판매사들을 속이기 위해 실사 과정에서 위조된 서류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하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민 바른사회운동연합 대표 변호사는 7월23일 윤창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주재로 열린 옵티머스 사태 관련 세미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뒤 '직접 수사를 줄이고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으로 1월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한 게 심각한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금융범죄는 더욱 교묘해지고 대형화하는데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그에 대처할 수사기구를 해체해 버렸다"며 "이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말했다.

원외정당인 민생당도 14일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피해보상과 관련자 처벌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토론회의 부제는 '문재인 정권 신적폐 사모펀드 사태, 586 기득권 세력과 금융마피아'였다.

이수봉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라임,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사태 등 최근 사모펀드 환매중단사건을 통해 드러난 권력유착형 금융비리 의혹을 들여다보고 정경유착 타파와 올바른 금융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해 보는 차원에서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생당은 최근 금융과 정치권이 결탁한 형태의 권력을 '신적폐'로 규정하고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정권 연루설 등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정치권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투자자들도 판매사의 책임을 물으며 연일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피해투자자들은 14일 NH투자증권 본사, 농협금융지주, 금융감독원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피해투자자들은 옵티머스 사태를 "부정부패, 청탁, 관피아(특정 이익집단과 연루된 정부관료)와 권력이 총망라한 금융사기"라고 규정하고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