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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의 과감한 GS 위기탈출작전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4-30 19: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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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의 과감한 GS 위기탈출작전  
▲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리더십은 진화하고 있는가. 허 회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2005년 LG그룹에서 분가해 GS그룹이 출범한 뒤 계열사가 13개에서 80개로 늘어났다. 성장하는 속도만큼이나 허 회장의 리더십도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LG그룹 시절 구본무 회장의 그늘에 가려진 2인자였다. 조용하고 차분한 행보를 보였다. 그 시절 허 회장의 별명은 ‘은둔의 경영자’, ‘얼굴없는 경영자’였다.

허 회장이 GS그룹을 이끌면서도 한동안 변화는 없는 듯 보였다. 신중하다못해 너무 소심해 그룹의 성장기회를 놓친다는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며 임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번번이 인수합병에 실패하더니 STX에너지도 품에 안았다.

그런데 이런 허 회장 리더십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GS그룹이 창립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허 회장의 진화하는 리더십이 이제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 허창수, 최악의 위기에 최대규모 투자하다


“이럴 때 일수록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허 회장이 지난 16일 열린 GS그룹 임원모임에서 계열사 CEO 및 경영진 150여 명에게 던진 말이다. 그는 “경영환경의 변화를 투자기회로 활용해 달라”며 “환경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일신우일신의 각오를 다지자”고 단호하게 주문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3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GS그룹이 출범한 뒤 최대 규모의 투자다. 허 회장은 긴 고민 끝에 4월 중순이 돼서야 이런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GS그룹의 실적악화로 안팎에서 위기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오히려 투자를 크게 늘리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허 회장은 “비록 경제전망이 불확실하더라도 기본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등 미래를 준비하는 전략적 투자를 지속해야만 사업기회의 발굴이 가능하고, 기회가 왔을 때 포착하기도 쉬워진다”고 강조했다.

허 회장의 이런 결정을 놓고 재계는 ‘과감하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이 예전과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GS그룹은 지금 위기에 빠져있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GS그룹 전체 매출의 70% 가까이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 GS칼텍스는 수익성 악화로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영업적자를 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름유출사고와 사고은폐 의혹까지 터졌다. 천문학적 배상금이 드는 것은 물론 도덕성까지 타격을 입어 GS그룹의 이미지까지 나빠졌다.

지난 2월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GS칼텍스 핵심사업인 정유와 파라자일렌 영업이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생산물량의 6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 중동 생산이 늘면서 앞으로 12∼18개월 동안 경영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승승장구하던 GS건설에도 대규모 악재가 닥쳤다. 건설경기 침체와 해외사업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창립 이래 최초로 해외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고 실적부진을 숨긴 채 회사채를 발행해 과징금도 20억 원을 맞았다. 분식회계 의혹에도 시달렸다.

  허창수의 과감한 GS 위기탈출작전  
▲ 허창수 회장(오른쪽)이 2011년 경기 평택 생산기지내 GS건설이 시공중인 LNG 저장탱크 공사현장을 방문하고 있다.<뉴시스>

허 회장은 GS건설의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동생 허명수 사장 대신 전문경영인 임병용 사장을 CEO 자리에 앉히는 결단력을 보여줬다. 허 회장은 또 올해 GS건설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에서 실적부진을 이유로 총수가 아예 보수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은 허 회장이 처음이다.


다른 계열사 사정도 좋지 않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사업을 하는 GS리테일은 실적부진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라 그나마 잘나가던 편의점 GS25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 GS왓슨스도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믿었던 GS홈쇼핑마저 1분기 실적에서 최초로 CJ오쇼핑에게 매출액과 취급액 모두 따라잡혀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런 상황에서 허 회장은 올해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3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6일 임원모임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창의적 도전과 지속적 실행을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배짱 필요한 ‘M&A'도 성공하는 허창수


허 회장은 지난 2월 STX에너지의 인수합병 절차를 끝냈다. STX에너지는 GS이앤알(E&R)로 바뀌어 앞으로 GS그룹의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 허 회장은 이번 인수합병에 5649억 원 정도를 투입했다. 허 회장이 성공한 최초의 대형 인수합병이다.


GS그룹은 사업분야가 한정돼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인수합병은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하지만 그동안 GS그룹의 인수합병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GS그룹이 그동안 인수한 기업들을 보면 GS그룹의 덩치에 걸맞지 않는 규모들이다. 그나마 인수한 기업 중에서는 쌍용이 1200억 원, 새한미디어가 1천억 원 정도로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GS그룹은 2005년 인천정유 인수전, 2007년 하이마트 인수전, 2008년 대한통운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도 참여했지만 모두 경쟁사에 밀리거나 중도포기했다.


재계에서 허 회장이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원래 신중하고 모험을 하지 않는 성격인데다 재무통 출신으로 가격을 놓고 지나치게 까다롭게 군다는 얘기도 돌았다. 전문가들은 인수합병은 경영권 프리미엄과 경쟁에 의한 가격거품이 붙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과감히 선택해야 하는 데 허 회장은 그렇지 못하다고 수군댔다.

허 회장이 2012년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다시한 번 막판에 고배를 마시자 GS그룹 내에서조차 “오너가 워낙 신중한 스타일이라 공격적 투자에 약하다”는 얘기가 돌 정도였다.

그러나 허 회장은 이번에 STX에너지 인수에 성공해 이런 평가들을 일순간에 물리쳤다. 일부에서 허 회장에게 붙여줬던 ‘M&A 울렁증’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털어낼 수 있게 됐다.

◆ LG그룹의 2인자 시절의 허창수, '얼굴없는 경영자'


허 회장이 경영일선에 등장한 것은 1995년 무렵이다. 당시 구본무 회장이 LG그룹의 회장으로 추대되는 것과 동시에 허 회장도 LG전선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허준구 LG전선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둘의 장남이 나란히 자리를 물려받았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47세의 나이로 LS산전 부사장에서 단번에 3단계나 승진했다. LG그룹의 2세경영이 막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3세경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LG전선의 회장이 되면서 그룹 내 2인자가 됐지만 허 회장의 존재감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는 1977년 LG그룹에 입사해 LG상사와 럭키, LG산전 등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하지만 눈에 띠는 대외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원래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인 데다가 얼굴이 알려지는 것도 싫어했다. 회사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허 회장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고 한다.

허 회장이 해오던 일 역시 화려하거나 겉으로 잘 드러나는 업무는 아니었다. LG그룹에서 구씨 일가는 주로 사업확장과 건설 등 바깥 일을 도맡아 회사를 키우는 일을 했다. 반면 허씨 일가는 대부분 재무나 회계 같은 안살림을 맡았다. 허 회장도 입사 후부터 줄곧 재무나 회계 등 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허창수의 과감한 GS 위기탈출작전  
▲ 허창수 회장(오른쪽)이 2010년 GS칼텍스 신에너지연구센터 내 GS나노텍 클린룸에서 남상철 대표(왼쪽)로부터 박막전지 생산설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허 회장은 LG전선을 맡고 난 뒤 꾸준히 성장을 이끌어 냈다.

허 회장이 LG전선에서 LG건설로 자리를 옮기기 바로 전인 2001년 LG전선의 성적표는 수익성 면에서 창사 이래 가장 좋았다. 전반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회사 설립 이후 가장 많았다.

그해 LG전선은 '7억불 수출탑’을, 허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최고의 명예인 수출유공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당시 허 회장은 선진시장 개척 및 신기술 개발을 통해 지난 3년간 연평균 30% 이상 수출을 늘리고 2001년 수출실적 7억 불을 초과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허 회장이 2002년 LG전선을 떠나 LG건설 회장 자리에 오른 후에도 조용한 행보는 계속됐다. ‘얼굴없는 경영자’,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도 이때 생겨났다. 언론에 얼굴을 비추는 일도 거의 없었다. 몇몇 공식행사 속 사진에서만 그를 찾아볼 수 있다.


◆허창수  'GS그룹의 얼굴'이 되다

2005년 3월 31일 GS그룹이 출범했다.


허 회장은 GS그룹의 초대 회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자질과 역량을 신뢰한 허씨 일가가 한 목소리로 그를 추대했다.


허 회장은 좋든 싫든 간에 당시 재계 서열 7위인 신생 GS그룹의 얼굴이 됐다. 허 회장은 GS그룹 출범을 앞두고 열린 그룹 CI(기업이미지)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역할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LG에서 LG의 대표인 구본무 회장을 보좌하는 일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GS의 대표자가 된 만큼 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대답했다.

허 회장의 말대로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GS그룹을 대표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는 만큼 총수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언론에 노출되는 횟수도 늘어났다. 매년 말 정기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그룹의 경영방침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행사나 경제단체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비췄다.


허 회장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도 윤곽을 드러냈다. 흔히 허 회장의 리더십을 얘기할 때 자주 쓰이는 현장경영, 신뢰, 배려 등의 단어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GS그룹이 출범하고 열흘이 채 지나지 않은 2005년 4월 초 GS칼텍스 여수공장을 찾았다. 특히 허 회장은 사외이사 4명과 함께 생산현장을 방문해 주목을 끌었다. GS홀딩스 당진공장도 사외이사들과 함께 방문했다. 이를 놓고 당시 GS그룹은 “각 계열사가 이사회 중심의 독립 경영을 강화하도록 하고, 허 회장은 그룹 중장기 비전 등 큰 틀을 짜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 신뢰를 중시해 사람을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고 맡긴다. 그룹 전체회의 때 주요사안에 대해 큰 흐름과 방향만 제시해 ‘선이 굵은 경영자’라는 평가도 이때부터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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