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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불황에도 안 식는 베스트셀러 열풍 '미움받을 용기'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7-03 20: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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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곧 지옥이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1960년 희곡 ‘닫힌 방(Huis-Clos)’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한 남자와 두 여자가 한 호텔 같은 방 안에 갇힌다. 이들은 출구없는 방에서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 지옥불의 고통도, 혹독한 심판관도 없다.

  출판계 불황에도 안 식는 베스트셀러 열풍 '미움받을 용기'  
▲ 알프레트 아들러.
하지만 세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천형을 경험한다. 타인의 시선에 갇힌 현대인의 실존을 극적으로 다룬 예화다.

올해 상반기 서점가에서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미움받을 용기’다.

이 책은 지난해 11월 출간된 뒤 지금까지 약 45만 권이나 팔렸다. 출판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세는 아직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7월 첫주 주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는 일본에서 아들러 심리학의 대가로 잘 알려진 철학자다.

미움받을 용기의 메가히트에 힘입어 ‘엄마를 위한 미움받을 용기’, ‘아버지를 위한 상처받을 용기’ 등에 이어 최신간 ‘늙어갈 용기’도 출간됐다. 그야말로 ‘용기’ 시리즈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경영자독서모임이 ‘CEO가 뽑은 2015 여름휴가 추천도서’ 10종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모임은 1995년부터 시작된 모임으로 200여 명의 경영인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독서토론모임이다.

매주 1권씩 책을 읽고 월요일 저녁마다 저자 특강과 토론시간도 연다. 박용현 연강재단이사장이나 이찬의 삼천리 사장, 이철 하나의료재단 회장 등이 이 모임의 열혈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미움받을 용기가 이처럼 일반인들은 물론 경영인들에게도 돌풍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

출판계의 신드롬은 뒤집어 독해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마이클 샌들러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불었다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정의에 목 말라 있었다는 뜻이다.

미움받을 용기의 인기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용기가 절실하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이치로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알프레트 아들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 심리학자다. 아들러 심리학은 동시대를 살았던 프로이트나 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프로이트가 유년기의 트라우마를 통해 인간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 했다면 아들러는 개개인의 행동과 시각에 따라 심리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출판계 불황에도 안 식는 베스트셀러 열풍 '미움받을 용기'  
▲ 고가 후미타케 기시미 이치로 저, '미움받을 용기'.
그런 점에서 아들러가 제시하는 이론은 타인과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치로가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형식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철학자와 청년이 다섯 번의 밤에 걸쳐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한다.

단지 쉽고 재미있게 읽히기 위한 전략만은 아니다. 독자들은 어쩌면 철학자의 말보다 청년의 질문에 더 큰 공감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치로라면 아들러 심리학을 빌어 청년 사르트르에게 "타인이 곧 지옥"이라고 말하는 대신 이런 충고를 할 법하다.

철학자 : 몇 번이고 말했지만, 아들러 심리학에서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라고 주장하지. 즉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해방되기를 바라고,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갈망하네. 하지만 우주에서 혼자 사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해. 생각이 여기에 이르렀다면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결론은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네.

청 년 : 뭔데요?

철학자 :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일세.('미움받을 용기' 가운데, 고가 후미타케·기시미 이치로 저, 인플루엔셜 출간)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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