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규, 보광그룹의 전자계열사 위기 어떻게 탈출하나  
▲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보광그룹의 핵심계열사인 STS반도체가 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STS반도체는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애착을 보이며 키워온 핵심 전자계열사다.
 
STS반도체는 부실 관계사에 대한 채무보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결국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됐다.
 
보광그룹은 뿌리를 삼성그룹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보광그룹 전자계열사의 추락은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다.

◆ STS반도체,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하나

28일 보광그룹에 따르면 STS반도체는 25일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제1차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75% 이상의 찬성으로 STS반도체 워크아웃 개시를 의결했다. 채권단은 3개월 가량 실사를 거친 뒤 9~10월경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STS반도체는 지난 17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날 STS반도체 주가는 거래소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첫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STS반도체의 관계사인 BKE&T와 코아로직이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STS반도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STS반도체는 이 두 회사에 각각 536억 원, 120억 원의 지급보증을 하고 있다.

STS반도체는 지난해 45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관계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채권자들이 일시에 채무보증을 요구할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STS반도체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으나 영업에 문제가 있지 않은 만큼 경영 정상화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반도체 업황이 좋다. 이에 따라 STS반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출하량이 증가해 STS반도체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STS반도체가 필리핀 정부로부터 초과로 낸 전기요금 2700만 달러(300억 원)를 돌려받게 됐다는 점도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TS반도체는 2008년 필리핀에 반도체 생산법인을 설립하면서 10년 동안 전기요금 60%를 할인받기로 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2011년 할인혜택을 중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는 7월 이후 전력보조금을 집행해 그동안 낸 초과요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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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규 회장이 STS반도체 정상화를 위해 사재를 투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 회장이 STS반도체에 보이는 애착이 크기 때문이다. 

홍 회장은 지난 4월 STS반도체 지분 1.86%를 추가로 인수했다. 약 52억 원 규모다. 홍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문화진흥도 지분 30억 원을 들여 지분 1.07%를 인수했다. 홍 회장은 그만큼 STS반도체에 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여줬다.

홍 회장은 당시 STS반도체 지분에 YG플러스 지분 매각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은 지난해 11월 YG플러스(옛 휘닉스홀딩스) 경영권을 YG엔터테인먼트에 넘겼다.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 뒤에도 YG플러스 지분 11.40%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STS반도체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기 직전에 YG플러스 지분 2.58%를 매각해 84억 원을 확보했다.

홍 회장에게 남은 YG플러스 지분은 8.82%로 26일 종가 기준으로 216억 원 수준에 이른다. YG플러스 주가가 최근 하락해 지분가치도 떨진 상태이지만 홍 회장이 상황에 따라 시장가치에 관계없이 YG플러스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보광그룹의 오너 일가들이 홍 회장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은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BGF리테일과 보광창업투자의 경우 아직도 지배구조가 얽혀 있어 보광그룹과 한 배를 타고 있다.

홍석규 회장을 제외한 보광그룹 형제들은 지난해 상장한 BGF리테일을 통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확보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상장 이후 몸값이 세 배 가까이 올랐다. 홍석현 회장은 4월 BGF리테일 지분 2%를 매각해 600억 원을 손에 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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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월21일 야구장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 삼성과 보광이 낳은 전자계열사 STS반도체


보광그룹은 삼성그룹에서 갈라져 나온 방계회사다.

홍진기 보광그룹 창업주의 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아들 이건희 회장과 혼인을 하며 두 가문이 사돈으로 맺어졌다. 홍 회장은 삼성그룹 소유였던 동양방송과 중앙일보 회장을 지냈다.

보광그룹이 전자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선택한 데는 삼성그룹의 방계라는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광그룹의 모체 역시 홍진기 회장이 1983년 설립한 TV브라운관 제조사인 보광이다.

보광은 1989년 보광창업투자, 1991년 보광환경개발, 1994년 보광훼미리마트를 설립하며 성장해 나갔다. 보광은 1995년으로 휘닉스파크를 설립하며 레저사업으로 도약을 시작했다.

홍석규 회장은 4형제 중 막내였지만 이때부터 보광 총괄전무를 맡으며 형들보다 먼저 경영일선에 나섰다.

보광그룹은 1999년 중앙일보와 함께 삼성그룹에서 분리됐다. 하지만 삼성그룹과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STS반도체가 바로 그 증거다.

STS반도체는 삼성전자가 생산한 반도체 원판(웨이퍼)을 패키지로 가공하는 반도체 후공정사업을 하는 회사다. STS반도체는 1998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분리해 나와 보광창업투자가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었다.

보광창업투자는 2001년 STS반도체가 코스닥에 상장한 뒤 2003년까지 보광그룹 계열사에게 지분을 차례로 넘겼다. 홍석규 회장도 2005년 STS반도체의 지분 1.18%를 매수했다.

STS반도체는 보광그룹에 인수된 뒤 크게 성장했다. STS반도체는 2003년 매출 528억 원에서 2011년 매출 4225억 원으로 8년 만에 매출이 8배나 성장했다. STS반도체는 보광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성장이 STS반도체의 성장을 견인했다. STS반도체 생산라인 70% 가량이 삼성전자로부터 임차한 장비였고 STS반도체 임원들 역시 대부분이 삼성전자 출신일 정도로 삼성전자와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홍석규, 보광그룹의 전자계열사 위기 어떻게 탈출하나  
▲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재계 관계자들은 “보광그룹이 사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STS반도체는 2012년과 2013년 매출이 역성장했다. STS반도체는 2012년 당기순손실 99억 원, 2013년에 당기순손실 362억 원을 기록하며 계속 적자를 봤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후공정 외주물량을 줄이고 자체생산을 늘린 것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STS반도체는 지난해 매출을 소폭 늘리며 영업이익 333억 원을 냈다. 당기순이익도 42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재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홍라희 관장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서 STS반도체가 도움을 받았다는 관측도 왔다. 앞으로 삼성전자와 STS반도체의 협력관계가 강화돼 STS반도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문제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BKE&T와 코아로직이다. BKE&T는 LCD모듈, 코아로직은 모바일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회사로 홍석규 회장이 2005년과 2007년 각각 인수했다.

홍 회장은 이 회사들과 함께 에이원테크, 일창프리시전 등 전자부품회사를 계속 인수해 전자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BKE&T는 LCD모듈이 OLED로 대체되고, 코아로직의 경우 주력제품이었던 피처폰 프로세서 수요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두 회사의 적자는 눈에 띠게 늘었다. BKE&T는 지난해 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법원이 두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가 보광그룹 전자사업의 앞날을 좌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