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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한국과 일본 갈등에 유탄 맞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9-07-09 15: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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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한국과 일본 갈등에 유탄 맞나
▲ 3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과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국내 조선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심사 과정에 딴지를 걸 가능성이 떠오르는 탓이다. 일본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정부의 조선산업 지원에 불만을 품고 틈틈이 견제구를 던져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한 데 이어 7월 안에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 등에도 기업결합을 위한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그동안 유럽연합이 해운사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독과점 규제도 까다로워 가장 쉽지 않은 관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일본 역시 만만치 않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인수가 단순히 기업 사이의 거래가 아닌 정부 주도의 조선산업 재편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와 조선업계의 시선이 더욱 차가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우리 조선업계를 놓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의 조선업계 공적자금 투입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한국 정부가 1조2천억 엔의 공적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해 낮은 가격으로 선박을 수주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 가격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올해 6월 말에는 불공정무역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시장의 공평성을 왜곡한다며 보조금 지급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조선산업에 대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압도적 크기의 조선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일 무역갈등이 단순히 산업적 측면을 넘어 정치적 감정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은 두 조선사의 기업결합 과정에 더욱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유럽연합 심사가 독과점에 초점을 둔 만큼 이 부분만 방어하면 큰 어려움 없이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정부가 어깃장을 놓는다면 이를 피해갈 만한 마땅한 방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계 3위와 8위 조선사도 거느리고 있다. 1위 현대중공업이 2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둘을 더해 점유율이 21%까지 높아져 3위 일본 이마바리조선소(6.6%)가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진다. 1960년대부터 30여 년 동안 조선업 왕좌를 지키다 우리에게 왕좌를 내준 일본 처지에서 더욱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이 기업결합을 불허한다고 해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완전히 물 건너 가는 것은 아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공동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기업결합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에 선박을 수출하지 않으면 기업결합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일본시장을 아예 포기하는 것도 현대중공업 처지에서는 실리를 잃는 것이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수출 규제에 그치지 않고 대상을 확대하면 기업결합을 신청한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매각 및 인수를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이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하고 지난해부터 속전속결로 매각 및 인수를 추진했다. 

조선업계에서 기존 '빅3'에서 '빅2'로 재편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지 오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월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맺은 뒤 “지금의 적기를 놓치면 우리 조선업도 일본처럼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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