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올해 안에 KDB생명보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려 네 번째 매각 시도인데 성공 가능성을 놓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이 올해 안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산업은행 아픈 손가락 KDB생명 올해 안 매각 성공할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018년 10월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던 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연합뉴스>


이동걸 회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한 뒤 숨가쁘게 자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겼고 동부제철 매각작업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6500억 원을 들여 KDB생명(금호생명)을 인수했다. 현재 KDB생명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KDB생명에 1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64억 원을 거두며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급여력비율(RBC)도 큰 폭으로 올랐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2017년 12월 108.4%에서 지난해 12월 215.03%로 상승했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로 보통 200%를 넘으면 안정적으로 평가된다.

이 회장은 KDB생명의 외적 경영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된 만큼 이 참에 매각을 추진하려 하지만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2년여 동안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영업력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DB생명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말까지 지급여력비율이 금융감독원의 권고수준인 150%를 밑돌면서 방카슈랑스, 대리점 등 각종 영업채널에서 판매에 제한을 받았다. 또 2017년 하반기에 지점 통폐합 및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속설계사도 다수 이탈했다.

KDB생명이 전략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보장성보험의 새 계약 규모도 2017년과 2018년 모두 전년 대비 역성장을 보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8일 정기평가를 통해 KDB생명의 무보증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저조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 전반적으로 영업력 회복이 미흡한 점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채명석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흑자는 상반기에 발생한 일회성 이익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보장성보험 확대에 따른 초기 사업비 부담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수익성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바라봤다.

주요 금융지주들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모두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매물을 찾고 있지만 KDB생명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KB금융지주는 현재 가장 의욕적으로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려 하고 있지만 KDB생명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인수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생명보험과 합해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규모의 생명보험사를 찾고 있다. 시장에서는 동양생명 등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사모펀드(PEF)에게도 KDB생명이 큰 매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몇 년 뒤 되팔아 매각 차익을 노려야 하는데 금융권 큰 손인 금융지주마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2014년부터 세 차례나 KDB생명을 매각하려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에 매각이 추진되면 네 번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