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9-01-21 16: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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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편의점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발을 빼려는 것일까?
미니스톱 인수전은 본입찰 결과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미니스톱 가격을 놓고 일본 이온그룹과 롯데그룹의 눈높이가 달라 미니스톱 인수전이 유찰될 수 있다는 말도 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1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따르면 미니스톱 매각과 관련해 본입찰이 진행된 지 두 달이 지났다.
미니스톱 인수전은 노무라증권이 매각주관사를 맡아 2018년 11월20일 본입찰이 진행됐다. 본입찰에는 롯데그룹이 약 4300억 원으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내 인수에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우세했는데 정작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미니스톱 인수전이 늦어지는 이유를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미니스톱 지분을 쥐고 있는 일본 이온그룹과 롯데그룹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일본 이온그룹은 한국 미니스톱 지분 76%가량을 쥐고 있어 이번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편의점회사들이 신규 출점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에 몰린 만큼 이온그룹이 시간을 끌면서 미니스톱의 몸값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등 국내 주요 편의점회사들은 한국편의점산업협회를 통해 편의점 근접출점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의 자율규약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 편의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가 편의점 점포 수를 대폭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미니스톱을 인수하는 것밖에 없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일본 이온그룹이 미니스톱을 인수할 주체로 사모펀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미니스톱 본입찰에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도 참여했는데 이런 회사에 미니스톱을 넘기면 미니스톱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가맹점주들도 사모펀드에 미니스톱이 매각되면 최저수익 보장제가 현재 5년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세븐일레븐으로 브랜드를 모두 바꾸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미니스톱이 롯데그룹에 인수되면 이름이 바뀔 뿐 아니라 최저수익 보장제도 코리아세븐과 마찬가지로 1~2년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면 롯데그룹이 미니스톱을 높은 값에 인수하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망설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 미니스톱 로고.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다면 외형을 확대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인수자금 소요로 재무 부담이 커지며 초반에 브랜드 전환 비용, 한국미니스톱의 저조한 실적 등 때문에 수익성에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미니스톱 점주들이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어 미니스톱을 인수한다고 해도 인수효과를 볼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편의점업계에 대규모 재계약 시점이 돌아와 미니스톱같이 규모가 작은 편의점은 자연도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그룹이 신세계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보다 1천억 원 가까이 웃돈을 주고 미니스톱을 인수해도 실제적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함심사도 롯데그룹에게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은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인수합병을 통해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가 넘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을 제한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코리아세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 BGF리테일의 CU, GS리테일의 GS25의 시장점유율까지 90%가 넘어 공정위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에 구체적 진행상황은 알 수 없다”며 “이온그룹 측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