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상품 제안서에 실질 수익률을 제시하면 가입자들이 고수익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7일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운용 행태 개선을 위한 행태경제학적 연구결과 및 감독정책 반영사례’를 내놨다.
 
금감원 “실질 수익률 제시하면 고수익 퇴직연금 선택 많아져”

▲ 금융감독원이 7일 내놓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운용 행태개선을 위한 행태경제학적 연구결과 및 감독정책 반영사례’에 따르면 퇴직연금 상품제안서에 실질수익률을 제시하면 고객들이 고수익 상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에 실질 수익률을 제시할 때와 가입자가 실질 수익률을 판단할 수 있도록 명목수익률, 물가상승률, 수수료율 등을 별도로 제시한 때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의미가 있는 변화가 있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에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시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고수익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등 선택의 변화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실험 참여자에게 같은 정보를 제시하더라도 제시 형식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 제공 형식에 따라 상품 선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입자가 쉽게 활용 가능한 형태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위험과 중수익의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상품 구성을 제시하는 것도 디폴트 옵션을 제공하지 않을 때보다 가입자들이 고수익 상품으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에서 디폴트 옵션이란 가입자가 자산을 고르지 않아도 되도록 연금운용사가 미리 자산배분을 해 놓은 연금상품이다.

보고서는 “가입자의 무관심 등에 따른 불합리한 선택을 개선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의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제시된 디폴트 옵션 상품 구성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다만 퇴직연금 교육 제공, 수익률 표준편차 제시 등은 가입자의 선택에 의미있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행태경제학적 연구 결과를 금융감독 정책에 활용한 국내 최초 사례”라며 “금융감독원은 2018년 12월에 마련된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 표준서식’ 제정에 이번 연구결과의 일부를 반영했고 앞으로도 정책 수립을 위해 행태경제학적 연구주제를 적극 발굴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갤럽을 통해 선정한 630명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금감원과 김덕규 독일 만하임대학교 교수, 김상현 연세대학교 교수, 신은철 KAIST 교수 등 3명의 외부 교수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