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은 왜 유튜브와 고려대 '고파스' 통해 내부고발 나섰나

▲ 신재민 전 사무관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 캡쳐.

유튜브 채널이 새로운 형태의 내부고발 및 제보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튜브 영상 등의 파급력이 커지자 언론에서 이 내용을 다뤘고 기획재정부는 그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유튜브가 지닌 파급력이 다시 확인됐다. 
 
2일 신 전 사무관이 유튜브를 통해 올린 내부고발 영상의 조회수는 30만 회를 넘어섰다. 

신 전 사무관은 기존 내부 고발자들과 다른 방식으로 의혹을 폭로했다. 기존 내부고발자들은 익명으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기성 언론을 통해서 제보해왔다. 

신 전 사무관은 12월29일 유튜브에 직접 얼굴과 이름을 밝히면서 ‘뭐? 문재인정권 청와대가 민간기업 사장을 바꾸려했다고?!’라는 이름의 영상을 올렸다. 이어 30일 '내가 기획재정부를 나온 이유 2' 영상을 올렸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시도 의혹을 폭로한 데 이어 청와대가 4조 원 규모의 적자 국채발행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의혹은 2017년 11월14일 국고채 1조 원 조기상환(바이백)이 취소된 것을 놓고 제기한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를 퇴사하면서 내부고발을 폭로하기로 한 통로로 유튜브를 선택했다는 것은 유튜브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김성호 한양대학교 교수는 발표한 논문 ‘소셜 미디어 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재개념화’를 통해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지닌 파급력을 놓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는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나눌 수 있고 그것을 사회적 수준으로 확산할 수 있는 파급력이 있다”며 “이를 통해 자신과 공동체에 비판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신 전 사무관도 유튜브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파급력에 주목한 것이다. 적자 국채발행 의혹 관련 자료도 기성 언론이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1일 처음 증거로 제시했다.
 
신 전 사무관은 모교인 고려대학교 재학생·졸업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처음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등 증거자료를 공개했다. 

신 전 사무관이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조규홍 재정관리관(차관보)은 “핵심은 17년 국가 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보의 국가 채무비율을 떨어뜨리지 말라는 발언이 청와대를 의식한 ‘정무적 발언’이라는 것이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다. 
 
신재민은 왜 유튜브와 고려대 '고파스' 통해 내부고발 나섰나

▲ 신재민 전 사무관이 고파스에 게시한 카카오톡 메시지.


그는 고파스를 통해 “부총리가 8조7천억 원을 추가 발행하라고 지시했는데 ‘그건 정말 채권시장 흔드는 것’이라고 (기획재정부 등에서) 반대했다”며 “반대하자 (부총리 등이) 국채시장이 허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추가적으로 발행할 수 있는 규모를 모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그 발행 규모가 4조 원 정도로 검토됐다”며 “발행할 수 있는 범위까지 최대한 발행하라는 의미에서 (차관보가) ‘GDP 대비 채무비율을 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과세수가 들어 온 만큼 적자국채를 줄이는 게 일반적 재정운용원칙이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 등 고위층이 정무적 판단으로 이 원칙을 묵살했다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이런 내용을 지닌 근거자료를 커뮤니티에 게시한 뒤 형성된 여론과 반응들을 바탕으로 유튜브에서 ‘라이브 영상’에 출연해 1시간 동안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할 뜻을 밝히자 고파스 등 소셜미디어에서 반응을 보이면서 유튜브 라이브 영상과 관련한 의견을 냈고 신 전 사무관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고파스를 통해 알게 된 이용자가 신 전 사무관에게 ‘라이브 영상’을 제작할 것을 제안해 함께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2시16분 신 전 사무관은 유튜브 라이브 영상에 출연해 1시간 정도 의견을 밝혔다. 이 영상은 4천여 명이 시청했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와 언론보도, 검찰 고발에 이르는 과정이 소셜 미디어에서 이뤄진만큼 유튜브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된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 언론에서 “유튜브의 정치 콘텐츠들은 세팅이나 편집, 말하는 방식 등에서 기존 주류 언론의 뉴스 포맷을 차용한다”며 “주장을 뉴스 형태로 전달함으로써 그 형식의 권위 또한 빌려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기존 언론만큼 권위를 지니지만 쌍방향의 소통과 즉각적으로 여론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기성 언론권력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신 전 사무관을 이날 오후 5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열린 강남구 역삼동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고발이 이뤄지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