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20일 거제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 갑횡포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
국내 조선3사의 고질적 하도급 '갑횡포' 이슈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선3사 직권조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
60개 업체가 참여한 ‘조선3사 피해하청기업 대책위원회(대책위)’는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중소벤처기업부에 피해신고서를 접수해 놓은 상태다. 삼성중공업에 관해서도 조만간 피해신고서를 낸다.
최근 중기부가 불공정행위 근절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선3사가 조사망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는 올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마트, 홈플러스 등 유통3사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벌였다.
대책위는 조선3사가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 등의 갑횡포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을 먼저하고 나중에 계약을 맺는 불법적 관행이 만연하다보니 조선3사가 정해준 가격으로 일을 해야만 하는데 이마저도 제때 주지 않는 데다 단가 인상을 요구하면 계약해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피해기업들에 따르면 이런 행위를 고발한 이후 보복행위도 돌아왔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대한기업의 김도협 대표이사는 “시공 비용을 5억5천만 원 썼는데 현대중공업은 기성금으로 3억3천만 원만 줬다”며 “이 내용을 7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올렸더니 바로 전산이 묶여 출입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선3사의 갑횡포 혐의에 관해 이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0월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삼성중공업 직권조사에 착수했으며 곧 대우조선해양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한다.
대책위는 최근 공정위 앞에서 적극적 조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현재 운영 중인 하청업체가 입을 열기는 쉽지 않은 만큼 이미 문을 닫은 하청업체로 조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업체들로부터는 이번 일이 보여주기식 조사로 끝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공정위가 4주 이상의 장기 조사에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10월 한달 동안 현대중공업 직권조사를 통해 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과 관련한 증거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이 자료 삭제 등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디지털 포렌식팀을 전격 투입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른바 '블랙매직' 프로그램으로 이메일과 파일 등의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한 협력업체 관리자는 대한기업 직원과 통화에서 "공정위에서 나온다고 한 때가 한 달이 다 돼 가는데 그 안에 물밑작업을 이미 다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주 동안 현장조사를 했는데 그런 의혹들과 제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증거인멸 시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형사고발을 비롯해 엄정한 제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자세히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