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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허인 'KB금융 동행 1년', 'KB사태' 트라우마 씻었다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8-09-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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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왼쪽부터). 
KB금융그룹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분리 경영체제로 돌아선 지 1년 가까이 됐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분리 경영 1년 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역할을 분담하면서 조율과 화합을 이뤄내 KB금융그룹이 4년 전 겪었던 KB사태의 상처를 털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그룹은 2014년에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주전산기 교체과정에서 알력 다툼을 벌여 금융당국으로부터 각각 중징계를 받고 두 명 모두 물러나는 이른바 'KB사태'를 겪었다. 

KB사태 이후 윤 회장이 3년 동안 행장을 겸임했지만 지난해 10월 허 행장이 KB국민은행으로 내정되면서 겸임체제가 끝났다.

◆ 안살림 챙기는 허인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뒤 KB국민은행의 가장 큰 변화로 조직문화의 새 바람이 꼽힌다.

새로운 조직문화의 중심에는 허 행장이 있다.

허 행장은 지주회장과 은행장이 나뉘면서 또다시 4년전 'KB사태'의 악몽이 되살아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직의 의식부터 바꿨다.

따뜻하고 행복한 조직문화에서 안정감을 찾고 내실을 다져나갈 수 있도록 '안살림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허 행장은 행장에 오른 뒤 고객과 직원 모두 최우선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업무환경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들에게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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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 KB국민은행장.

우선 KB국민은행에서 회의와 보고가 줄었다. 회의자료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프레젠테이션 형식을 만들지 않고 문서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작성하도록 했다.

복장도 유니폼과 자율복장 가운데 편한 옷을 선택하도록 했다. 내년 5월부터는 여직원 유니폼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본점 업무공간도 임원실과 부장실을 개방형으로 바꾸고 팀장이 가운데 앉고 팀원들이 양쪽에 앉던 자리 배치도 팀장과 팀원이 함께 나란히 앉도록 바꿨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허 행장은 근무하는 직장이 행복한 곳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고객과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시너지를 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업무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직원 심리 상담도 확대하고 직원들의 교육과 연수 기회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채용의 최종 전결권자도 기존 인사 담당 부행장에서 행장으로 바꿨다. 모든 직원을 한 사람씩 직접 챙기고 채용비리도 책임지고 근절시키겠다는 허 행장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큰 그림 지휘하는 윤종규

허 행장이 지난해 행장으로 내정될 때부터 윤 회장과 허 행장이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금융권의 관심이 높았다.

1년의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허 행장이 KB국민은행의 안살림에 힘썼다면 윤종규 회장은 계열사의 시너지 모색과 해외사업 강화 등 KB금융그룹의 큰 그림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윤 회장은 7월 초에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KB금융그룹 투자설명회에도 참석했다. 9월에는 중국에서 열린 KB자산운용의 상하이 현지법인 설립 기념식과 캄보디아에서 열린 KB국민카드의 해외 자회사 개소식에 모두 참석해 숨쉴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허인 행장의 선임에 윤종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데다 KB금융그룹이 KB사태로 워낙 타격을 크게 받았던 만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한 뒤 조그마한 잡음도 나오지 않도록 여러 면에서 의견 조율에 힘쓴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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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허 행장도 지난해 행장으로 내정된 뒤 "윤종규 회장의 철학을 따라 잘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주 회장과 행장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행은 형식적으로는 금융지주의 여러 계열사 가운데 하나지만 규모와 위상이 막강하다.

KB금융지주뿐만 아니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가 은행과 다른 계열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형태인데도 갈등을 빚는 일이 종종 있어왔다.

과거 우리금융지주 시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은 매트릭스 조직 도입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KB사태는 KB금융그룹의 씻을 수 없는 흑역사로 남았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주 회장은 계열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룹을 이끌어 가고자 한다면 행장은 은행 자체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나치게 비중이 높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에서 전체 시너지를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로 특히 큰 아픔을 겪었던 KB금융그룹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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