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실적부진, 구본준 스마트폰 G4만 쳐다본다  
▲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LG전자 향후 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부정적 전망 때문에 실적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연이어 LG전자의 1분기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LG전자의 주가와 실적을 끌어올릴 만한 긍정적 요인이 없다고 지적한다. TV사업은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스마트폰사업은 후속모델 부재가 아쉽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2분기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공개되고 에어컨 성수기가 시작되면서 실적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 1분기 실적, TV사업이 발목 잡을 것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LG전자의 올해 실적과 목표주가를 계속 하향조정하고 있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LG전자에 대한 12개월 목표주가를 기존 9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린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LG전자 목표주가를 8만5천 원에서 7만7천 원으로 낮췄다. 현대증권(8만2천 원→7만5천 원)과 토러스투자증권(9만4천 원→8만9천 원)도 목표주가를 내렸다.

임 연구원은 “LG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TV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다른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며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조4270억 원에 영업이익 17억 원을 기록했다.

TV 성수기 진입으로 매출이 직전분기보다 20% 늘었지만 신흥시장 통화약세와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4.6%에서 2분기 3.3%, 3분기 3.0%로 떨어지더니 4분기 0%로 추락했다.

  LG전자 실적부진, 구본준 스마트폰 G4만 쳐다본다  
▲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부사장)
TV사업의 부진은 올해 초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환율은 여전히 불안한 반면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어 주요 원재료를 달러화로 매입하는 LG전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TV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패널가격은 현재 사이클로 볼 때 상저하고가 예상된다”며 “TV사업 마진 회복이 단기간 이뤄지지 않아 수익성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3739억 원에서 2782억 원으로 내렸다. 2015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1조4600억 원에서 1조3600억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 2분기부터 ‘G4’효과 기대

LG전자의 실적은 올해 2분기나 돼야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패널가격은 2분기부터 소폭 하락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UHD(초고화질) TV 신모델 출시로 제품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는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G4’를 앞세워 전체 실적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MC사업본부는 실적 개선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플래그십 모델인 G4가 2분기 초 출시돼 제품믹스 개선과 판매단가 상승에 따른 매출액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MC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3조7831억 원에 영업이익 674억 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1560만 대로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직전분기보다 7% 감소했다.

하지만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과 신제품 부재 등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MC사업본부는 ‘G3’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대인 591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 G3을 공개한 뒤 아직 차기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말 출시한 ‘G플렉스2’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이라기보다 LG전자가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LG전자 실적부진, 구본준 스마트폰 G4만 쳐다본다  
▲ 조준호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장(사장)
G4는 다음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가 아닌 2분기 별도행사를 통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정도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실적설명회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2분기에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사업의 경우 에어컨을 중심으로 실적개선이 기대된다.

권성률 연구원은 “에어컨과 가전은 2분기가 최성수기”라며 “스마트폰과 에어컨사업 실적개선에 힘입어 2분기 영업이익은 5천억 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퀄컴칩 발열논란과 갤럭시S6이 변수

LG전자의 G4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동시에 우려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G4에 탑재될 것이 유력한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가 여전히 발열과 성능저하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LG전자를 고민하게 만든다.

퀄컴은 수차례 입장발표를 통해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팀 리랜드 퀄컴테크놀로지스 제품 담당 부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워크숍에서 “동일한 조건에서 같은 게임을 구동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했을 때 스냅드래곤 810은 전작인 스냅드래곤 800보다 발열이 적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지난달 실적설명회에서 “발열문제는 초기 샘플에서만 발견됐고 현재 퀄컴이 이를 개선했다”며 “문제가 모두 해결됐기 때문에 G4 출시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6’이 G4보다 먼저 출시된다는 점도 LG전자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6은 3월 초 공개한 뒤 이르면 3월 중순께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단통법 시행 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삼성전자가 46%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6을 앞세워 점유율을 33%까지 올리며 국내시장 2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줄곧 20%대 점유율을 유지하다가 14% 대로 추락하며 3위로 밀려났다. 단통법 시행 뒤 보조금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이 브랜드 파워가 강한 삼성전자와 애플에 쏠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 반등을 위해 갤럭시S6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G4가 LG전자만의 차별적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