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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택배진출, 택배회사들은 왜 겁내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2-12 17: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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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 택배진출, 택배회사들은 왜 겁내나  
▲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왼쪽)과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두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농협은 2011년부터 택배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다. 그동안 농축산물 유통에 특화한 택배가 있어야 한다는 농민의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우체국이 토요일 배송을 중단하면서 속도가 생명인 농산물 유통에 새로운 택배업자가 더욱 필요해 졌다.

하지만 물류업계 전체는 농협의 택배진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할 경우 택배단가를 더 떨어뜨려 택배사들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 농촌, 여전히 택배시장에서 소외

농협의 택배시장을 가장 환영하는 곳은 농촌이다. 택배업계가 포화상태라고 알려져 있지만 농촌은 여전히 택배업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몇몇 대기업이 장악한 현재의 택배시장에서 농축산물의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은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CJ대한통운이나 롯데로지스틱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택배사들이 부피가 크고 중량이 많이 나가는 데다 유통기한이 짧은 농축산물의 배송을 꺼린다고 주장한다.

배송이 까다로운 농축산물이 아니더라도 이미 택배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힘들여 농축산물 배송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촌지역의 높은 택배단가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농촌지역의 택배단가는 한 건당 5천~7500원으로 전국 평균단가 2500원의 2~3배 수준이다.

지난해 우체국에서 토요일 배송을 중단한 뒤 농축산물 거래 자체가 위축됐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농협 역시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을 공익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농축산물 택배는 신선도 유지 등 일반 택배와 완전히 다른 만큼 전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 택배진출, 택배회사들은 왜 겁내나  
▲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농협 택배업 진출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한국통합물류협회>

◆ 물류업계 한목소리로 반대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로 민간 택배사와 물류시장에 미칠 혼란과 타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농협이 택배사업 진출의사를 철회할 때까지 총력을 다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CJ대한통운,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등 15여 개 업체 대표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요금인하 경쟁심화와 함께 농협의 일감몰아주기가 시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농협이 농협법을 적용받는 것이 기존 택배사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도 말한다.

택배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택배의 평균단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업계는 택배단가가 이미 최저치까지 내려왔다고 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물량은 2013년보다 7.5% 증가한 16억2325만 개로 집계됐다. 국내 택배물량은 2009년 11억 개에서 매년 10%의 꾸준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건당 4700원대였던 택배단가는 지난해 2400원대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면 택배단가가 더 떨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한다. 실제 우체국이 택배시장에 진출한 뒤 택배단가가 크게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이 전국 곳곳에 위치한 하나로마트를 택배 영업소나 택배 취급점 등으로 활용하는 데에도 반대하고 있다. 농민들을 위해 공공목적으로 만든 하나로마트와 창고 등 각종 시설을 수익사업인 택배사업에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이 민간 택배사와 달리 농협법의 적용을 받는 것에도 불만을 보인다. 민간 택배사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적용을 받는다. 민간 택배사는 영업용 화물자동차가 부족해도 마음대로 차를 늘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농협은 농협협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아 차를 늘리기 쉬울 뿐 아니라 세제감면, 보조금 지원 등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농협은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농협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과 무관하게 택배단가는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단가가 떨어진 것도 유통망이 개선되고 물량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단가가 인하된 것이라는 얘기다.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 대해서도 오히려 대기업 택배사들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협 내부물량을 다 합쳐봐야 1500만 건 정도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홈쇼핑과 온라인 등에 비하면 적다는 것이다.

농협법을 적용받는 것이 특혜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농협이 기존 택배사를 인수해 택배시장에 진출할 경우 당연히 다른 민간 택배사들처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택배진출, 택배회사들은 왜 겁내나  
▲ 11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 택배코너에서 직원들이 강추위 속에 택배포장 및 배송작업을 하고 있다.

◆ 농협 택배 진출해도 성공 장담 못해


찬반논쟁과 별개로 농협이 택배사업에 진출한다 해도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 택배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4대 업체가 택배 물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이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은 CJ대한통운이 3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현대로지스틱스와 한진택배, 우체국이 따르고 있다. 이 4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70%가 넘는다.

여기에 농협은 농민들을 위해 주 7일근무와 택배가격 인하를 들고 나왔다. 다른 택배사들보다 운영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고 택배기사와의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하는 데 최소 1천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택배사들은 대기업이더라도 영업이익률이 1~3%대로 매우 낮은 편이다. 농협의 경우 피해가 농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은 최종적으로 국토교통부가 결정하게 된다. 택배업은 단순 신청사항이기 때문에 누구나 등록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운송사업허가권을 쥐고 있다.

농협이 택배업 등록을 해도 국토부가 택배차량에 대해 운송사업허가를 내줘야 실질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국토부는 기존의 물류업체들이 워낙 강하게 반발해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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