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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리조트 참사 1주년, 코오롱 이웅열의 위기관리 리더십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2-12 15: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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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리조트 참사 1주년, 코오롱 이웅열의 위기관리 리더십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18일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사망자가 안치된 울산 북구 21세기 좋은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극한의 상황이 닥쳤을 때 진정한 리더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자로 나선 윤호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극지기후변화연구부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윤 부장은 남극 고환경 탐사대 리더로 활동하며 세종기지를 지켜낸 인물이다. 그는 최근 기업이 위기대응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대한항공의 경우를 들었다.

윤 부장은 강연에서 “대한항공이 사태가 터졌을 때 모든 것을 벗고 내려갔어야 하는데 완장 5개 중 2개라도 지키려고 찔끔찔끔 대응하다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오는 17일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가 일어난 지 1주년을 맞는다. 2014년은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해다.

그 서막은 경주참사였다. 이 사고로 부산외국어대 신입생 등 10명이 청춘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당시 행사장에서 살아남은 학생들 역시 사고 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경영 전문가들은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실행해야 할 ABC로 ‘사과(Care&Concern)의 방식’, ‘상황 수습 방안(Action)’ 그리고 ‘재발방지 노력(Prevention)’을 든다. 그리고 이 3가지를 실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제때를 놓치지 않는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이웅열 코오롱 그룹 회장은 위기대응 오너십을 적절히 발휘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당시 사고가 난지 9시간만인 18일 새벽 참사현장을 찾았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사고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곧바로 회사 홈페이지에 “엎드려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 회장은 사고 이후 현장에 머무르며 사고수습을 주도하고 피해자 보상을 위해 사재출연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이런 적극적 대처에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당시 제기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피해자 배상에 대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도 건물 보험 관련한 질문에 대해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빌미가 됐다.

하지만 재벌 총수나 일가와 관련한 이슈가 유난히 많았던 지난해 이 회장의 위기대응 방식은 ‘평판 리스크 관리’에서 비교적 성공한 사례로 평가된다. 그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였으며 무엇보다 때를 놓치지 않았다.

이런 경우가 오너 지배체제 중심의 국내 기업문화에서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조현아 부사장 사건 뒤 대한항공의 사례가 잘 보여줬다.

이 회장은 이른바 ‘배지경영’으로 유명하다. 몇 년 전부터 한 해의 경영지침을 담은 배지를 만들어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올해 경영지침을 ‘타이머 2015’로 정했다. 올해의 배지에 이런 뜻을 담아 타이머 형상이 새겨졌고 시간대별로 영어 ‘ACT’가 표기돼 단계적 실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또 멀리 보면서도 어둠 속에서 작은 것 하나까지도 간과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독수리 날개와 부엉이 눈도 배지에 새겨 넣었다.

참사 발생 1년이 가까워오는 시점에서 피해자 배상과 관련한 잡음도 일고 있다. 피해배상 합의를 보지 못한 피해자도 3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마우나오션리조트가 후불배상을 고집하며 각종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등 피해자들에게 이중의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이 배지에 새긴 ‘부엉이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지난해 이 회장이 했던 사과와 약속이 악어의 눈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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