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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파고를 어떻게 넘을까?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두 회사는 지난해 중국산 저가 철강제의 대량공급에도 견고한 실적을 냈다.
두 회사는 이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라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해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1차 계획연도인 2018년까지 각 기업에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놓고 할당량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한국거래소(KRX)에서 배출권(KAU, 탄소 배출량 1톤에 해당)을 서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현재 시장에서 1KAU는 약 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만약 배출권을 구입하지 않고 할당량을 초과해 탄소배출을 하게 되면 배출량 1톤당 약 3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는 ‘고로공법’을 쓰고 있는 데다 철강업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그동안 ‘탄소경영’ 시대의 비용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배출 감축 노력에 주력해왔다.
◆ 포스코와 현대제철 올해 더 힘들다
국내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지난해 중국산 저가제품이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돼 가격인하 압박을 받는 속에서도 선전했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각각 3조2135억 원과 1조4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포스코는 2012년 이후 2년 만에 영업이익 3조 원대를 회복했고 현대제철은 2013년보다 영업이익이 2배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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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업계 관계자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견고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으로 솔루션마케팅 강화(포스코)와 차량용 특수강 사업비중 확대(현대제철)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더 힘든 경영환경을 극복해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실 계열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에만 쏠려있는 차량용 특수강 판매구조를 다각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달 12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영환경을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 현대제철, 연간 비용부담 6천억 원 발생
철강업계는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이 업계 요구량보다 부족해 추가 발생분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들이 져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1차 계획연도인 2018년까지 철강업계에 모두 3억600톤의 배출량을 할당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요구량보다 2100만 톤이나 적은 수치라고 볼멘 소리를 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개별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얼마의 배출권을 할당받았는지에 대해서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동안의 생산량을 근거로 할당량을 정했기 때문에 이들 두 기업이 철강업계 가운데 손실도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으로 2018년까지 두 회사가 합쳐 매년 6천억 원이 넘는 비용부담을 떠안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감축 목표량이 더 많아지는 2018년부터 비용부담이 수 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5일 한국철강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권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지 않는다”며 “중국산제품에 국경세를 부과하든지 하는 방법으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국내 철강생산 2위 현대제철도 주요 업체 5곳과 함께 정부에 추가 할당량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1차 계획연도까지 남는 배출권을 다음해로 이월하는 것을 허용한 것도 기업들의 손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을 가로막아 초과 배출량을 벌금으로 충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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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가 2007년 세운 연산 150만 톤 규모의 2세대 파이넥스 공장 전경 |
◆ 권오준 “신기술로 파고넘는다”
철강업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권 회장은 2018년까지 모두 1조5천억 원을 투자해 각종 친환경공법을 상용화하려고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면서 권 회장이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상용화에 성공한 파이넥스(FINEX)공법에도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은 파이넥스 공법의 권위자이자 시범생산에만 머물던 파이넥스공법 상용화의 1등 공신이다. 권 회장은 2008년 파이넥스공법 상용화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파이넥스공법은 기존 고로공법에서 가루상태인 철광석을 덩어리 형태로 바꾸는 ‘소결’과 무연탄을 점결탄으로 바꾸는 ‘코크스’과정을 생략한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공법을 이용하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비산 먼지 발생량을 기존보다 각각 97%, 99%, 72%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권 회장은 포스코 기술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연간 60만 톤 규모의 시험가동에 머무르고 있던 파이넥스공법을 발전시켜 연간 150만 톤 생산이 가능한 상용화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간 200만 톤 생산이 가능한 상용 2호기도 가동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현재 연간 400만 톤 생산이 가능한 파이넥스설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권 회장은 파이넥스공법 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는 2013년 중국 ‘충칭강철’과 연간 300만 톤 규모의 파이넥스공법 수출에 관한 협약을 맺고 내년 시공을 앞두고 있다.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도 이 공법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제 파이넥스는 고로공법에 필적할 만한 경제성을 갖춘 설비로 인정받았다"며 "기술보호를 위해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224건과 5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말했다.
◆ 권오준, 수소환원 공법도 상용화 성공할까
포스코는 현재 파이넥스공법에 이어 수소환원공법에 대한 상용화 연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수소환원공법은 파이넥스 공법처럼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 기술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연구를 시작한 차세대 제선공법이다.
수소환원공법은 쇳물속의 불순물과 산소를 제거하는 제선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기존의 제선공정에서 쇳물에 섞여 있는 불순물과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탄소환원제를 이용하다보니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포스코는 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수소환원 공법을 도입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려고 한다. 수소 환원제는 쇳물속의 불순물과 산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020년대 중반까지 수소환원공법의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스코는 지금의 파이넥스공법과 수소환원공법을 결합하면 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보다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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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왼쪽)이 2014년 10월 28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폐가스를 연료로 하는 발전소 8호기 준공을 기념해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과 식수하고 있다. |
◆ 현대제철, ‘쇠똥’ 이용한 방법도 주목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공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를 발전설비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설비를 짓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2008년부터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1조2258억 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공장에 폐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발전설비 8기를 지었다.
현대제철은 이 기술로 지난달 15일 이산화탄소 321만 톤 감축에 대한 국제 인증기준인 VCS(Verified Carbon Standard) 인증 등록에도 성공했다.
VCS는 2007년 11월 세계경제포럼과 국제배출권거래협회 및 기후그룹에서 제정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의 글로벌 인증 기준이다. 현대제철이 이번에 인증받은 321만 톤의 감축량은 같은 량의 탄소배출권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321만 톤을 줄인 것은 소나무 230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다. 현대제철은 폐가스를 연료로 대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연간 최대 350만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 부회장은 연소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미분탄(석탄)의 사용량을 줄이는 데도 노력을 쏟고 있다.
현대제철은 쇠똥(우분)이 미분탄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2012년부터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현대제철은 관련 특허 7건을 출원 하고 지난 22일 75톤의 쇠똥을 이용한 연소실험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