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중부세무서에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이임용 창업주로부터 상속받은 차명주식 내역을 이복형에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전 회장은 이복형과 누나로부터 차명주식 반환소송을 당했다. 이 판결에 따라 차명주식 재산이 공개되면 숨겨진 재산을 놓고 형제들 사이의 상속다툼 규모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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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재판부는 “해당정보는 납세의무에 관련된 것으로 원고의 권리행사에 필요한 정보”라며 “비공개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중부세무서가 2008년 상속세 부과근거로 삼았던 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이씨는 2012년 이임용 창업주의 삼남인 이호진 전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해왔다고 주장하며 차명재산 중 상속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이 전 회장과 이 전 회장의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를 상대로 제기했다.
이씨는 일단 태광산업 보통주 5주, 대한화섬 5주, 흥국생명 5주, 태광관광개발·고려저축은행·서한물산 각 1주와 1억1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청구했으나 차명재산 규모가 밝혀지는대로 청구주식과 금액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전 회장이 상속받은 차명재산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가 이 소송의 쟁점이 되고 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결정한 자료에 이 전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해 온 주식 등 상속재산 전체의 종류별 명세서와 재판평가조서가 들어있다. 이씨는 차명주식 내용이 공개되면 이를 근거로 상속소송의 청구취지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회장의 차명주식은 2008년 태광그룹 세무조사를 통해 알려졌다. 중부세무서는 당시 이 전 회장이 이임용 창업주의 주식을 차명으로 관리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를 포함한 상속재산 전체에 세금을 부과했다. 이 전 회장은 그뒤 상속세와 가산세로 약 700억 원을 자진납부했다.
이씨는 이 전 회장에게 차명주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차명재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2008년 중부세무서에게 이 전 회장의 차명주식을 포함한 상속재산 전체의 세금부과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소송을 낸 것이다.
이씨는 1999년 이임용 창업주의 친생자임을 인정하라며 상속인들을 상대로 서울 가정법원에 소송을 내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그뒤 상속회복소송을 제기해 2005년 135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받은 적이 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 전 회장의 차명재산을 둘러싼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회장은 둘째 누나인 이재훈씨로부터 주식인도 소송을 당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 원대의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돼 2012년 항소심 판결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전 회장은 2012년 2월 태광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뒤 간암 판정을 받아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현재 병원에서 투병중이며 간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