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는 국내 기저귀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저귀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육박한다.
그래도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깊이 고민한다. 유한킴벌리가 저출산 수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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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 |
우리나라 저출산 기조는 10년 동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 신생아는 유한킴벌리의 대표상품인 ‘하기스’가 첫 선을 보였던 1983년보다 절반이나 줄었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기저귀 판매량은 전년보다 20%나 감소했다.
최 사장으로서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데 대한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최 사장은 유한킴벌리의 성장정체 탈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유아용품에 화학물질을 넣지 않겠다는 안전기준을 공개해 신뢰를 다지는 한편으로 이마트와 손잡고 PB제품도 내놓기로 했다.
중국에서 ‘한가정 한자녀’ 정책이 폐지돼 신생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국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유아용품에 콧대가 높은 일본진출도 꾀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가 급격히 고령회에 접어드는 점을 감안해 국내 성인 기저귀시장도 선점하려고 한다.
◆ 유한킴벌리, 초저출산으로 위기 직면
유한킴벌리가 저출산으로 기저귀사업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가임 여성 한 명당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19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이는 OECD 평균 1.7명보다 한참 낮다.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 ‘톱3’으로 꼽히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보다 출산율이 낮다.
이런 추세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다. 미혼 남녀가 결혼하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5세 이상 가운데 결혼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 비율이 38.6%로 OECD 평균보다 11.5%포인트나 높다.
게다가 기혼여성들도 교육비 등 경제적 문제 때문에 둘째 아이를 낳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한 자녀 기혼여성 60%가 둘째를 출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출생아는 1970년대 연간 100만 명에서 2000년대 들어 4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최저수준인 43만 명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43만5천 명)과 2013년(43만6천 명)이다.
기저귀시장도 덩달아 위축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내수 기저귀 판매량은 전년보다 21% 줄어들었다.
국내 기저귀시장은 수년째 5천억 원에 머물러 있다. 유한킴벌리 실적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2012년 매출 1조4128억 원에서 2013년 매출 1조366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2년 1657억 원에서 2013년 1634억 원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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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유한킴벌리 베이비 패션쇼'에서 천연펄프 소재의 아기물티슈 원단으로 제작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국내시장 점유율 유지 안간힘
유한킴벌리는 70%에 이르는 국내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고 한다.
유한킴벌리는 지난달 14일 기저귀와 아기 물티슈 등 어린이 용품에 안전성이 우려되는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한킴벌리는 자체적으로 정한 사용제한 물질 파라벤류, 합성향 원료, 알러지 유발 향료 59종을 공개했다.
일부 글로벌기업에서 파라벤 등 일부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정책을 발표한 적이 있으나 유한킴벌리처럼 아기와 어린이용품 전반에 사용제한 물질을 공개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이는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해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사내 제품안전 법규팀과 외부전문가 자문위원단 운영 등 제품안전을 위한 다양한 조처를 취해 왔다”며 “앞으로도 사용제한 물질종류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업계 1위 자존심도 버렸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12월 이마트와 손잡고 자체브랜드(PB) 상품인 ‘이마트 크린베베 기저귀’를 내놓았다.
시장1위 업체가 후발주자들이 주로 생산하는 PB상품을 만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위업체들은 PB상품이 자칫 1위의 브랜드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에 PB상품 제작을 꺼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기저귀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데 대한 유한킴벌리의 위기의식을 짐작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 고품질 기저귀로 해외사업에 사활 걸어
유한킴벌리가 기댈 곳은 수출뿐이다. 유한킴벌리는 중국, 러시아, 영국, 일본 등 20여 국가에 기저귀 수출비중을 늘리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내수시장은 성장이 계속 둔화할 것으로 보여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앞으로 수출비중을 2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킴벌리의 주력제품인 ‘하기스 기저귀’는 매년 2천억 원 안팎의 수출을 하면서 2013년 누적수출이 1조 원을 넘어섰다.
특히 거대시장인 중국에서 성과가 눈에 띈다. 하기스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도시에서 벌써 6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시장선점에 성공했다. 중국시장에서 하기스는 고품질 기저귀로 통한다.
중국시장은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된 데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어 고품질 기저귀를 찾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외산 제품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마존 재팬 등 온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기저귀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의 기저귀 시장규모는 약 1조7천억 원이며 세계적으로도 5위권에 해당한다. 일본 신생아는 연간 약 100만 명으로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 소비자들은 일본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유한킴벌리는 일본 진출을 위해 여러 노력을 했다.
유한킴벌리는 3년 전부터 일본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기저귀의 얇고 부드러운 질감을 중시한다는 것을 파악해 하기스 제품에 반영했다.
최규복 사장은 당시 기저귀를 포함한 유한킴벌리 유아용품 전체 총괄책임자로 직접 주요 의사결정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사장은 사장이 된 뒤에도 일본시장에서 한국산 기저귀를 꼭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최 사장은 “일본 기저귀시장 진출은 3년 동안 절치부심한 끝에 만들어낸 결과”라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해도 고급화 전략을 취해 한국산에 대한 편견을 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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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맨왼쪽)이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과 김성수 사회연대은행 이사장과 고령자친화기업 설립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성인용 기저귀시장에 눈 돌려
유한킴벌리는 그동안 주력했던 아기 기저귀시장에서 노년층 기저귀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조만간 일본처럼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란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인구비율이 20%를 넘는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640만 명으로, 2026년이면 전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성인용 기저귀 매출은 전체 기저귀 시장의 10%도 채 안 된다. 소비자들이 요실금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데도 요실금 팬티 등의 제품을 쓰는 것이 부끄러워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이런 인식을 깨뜨리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 그래서 최 사장은 ‘노년층’이란 말을 쓰는 것도 꺼린다. 유한킴벌리 기저귀 제품을 쓰는 고객층에게 늙어 보인다는 느낌을 주기 싫기 때문이다. 유한킴벌리는 대신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을 밀고 있다.
최 사장은 “시니어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이 자괴감을 느끼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며 “유한킴벌리는 액티브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펼쳐 매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주변에 성인용 기저귀를 소개하는 ‘입소문 마케팅’을 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시니어 세대는 일할 기회를 얻었고 유한킴벌리 매출도 늘어났다. 이는 대표적 공유가치창출(CSV) 사례가 됐다.
유한킴벌리는 지난해 말 액티브 시니어용품 판매점인 ‘골든프렌즈’의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골든프렌즈는 기능성 신발, 선글라스, 마스크, 요실금 패드 등을 판매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성인용 기저귀 등 시니어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요실금 인식 개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중년 여성 50여 명을 대상으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시니어사업 확대를 위한 ‘시니어 비즈니스 아이디어 챌린저’라는 공모전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