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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어두운 터널 어떻게 탈출하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1-25 08: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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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어두운 터널 어떻게 탈출하나  
▲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가 창업 이래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올해 철강업계 전망은 어둡다. 그동안 철강업황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던 철강재의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밀어내는 철강재 수출량은 연일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권 회장이 "중국의 철강 밀어내기 수출 문제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얘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정도다.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철강업계의 생존경쟁은 지난해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권오준 회장이 제시한 해법은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다. 철강에 집중해 고품질 철강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중국산 철강의 공세를 막겠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해외 경쟁사와 차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근원적 기술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 어두운 터널에 들어간 철강업계

철강업계를 둘러싼 외부환경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1340만 톤으로 전년보다 34.9%나 증가했다. 이는 국내시장에서 철강재가 공급부족 상태였던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해 중국산을 포함해 국내에 수입된 철강 수입재 비중은 41%에 이른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급증한 이유는 중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철강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과잉생산된 물량을 수출을 통해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늘면서 수입단가와 국내 철강재 가격도 하락했다. 대표적 철강재인 열연강판은 지난해 11월 평균 수입단가가 전년 11월보다 6.3% 하락하는 등 2012년부터 계속 내림세를 걷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은 권오준 회장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권 회장은 24일 중국 왕양 부총리와 오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철강 밀어내기 수출 문제에 대해서 여러 경로를 통해 얘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중국에서 철강 수출과 관련된 세금 환급금제도가 일부 폐지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한숨 돌리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권 회장은 중국업체들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계한다.

중국정부가 ‘보론’을 함유한 철강재의 세금환급을 중단하면 중국 철강회사들이 철강에 다른 성분을 함유해 합금강으로 분류한 뒤 철강을 수출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현지업체들은 또 다른 합금강 첨가물인 '크롬'을 섞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시행된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업계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차 계획기간에 정부에 요청한 탄소배출권 할당량은 3억2700만 톤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책정한 배출총량은 3억600만 톤으로 2100만 톤이 부족하다.

정부가 할당한 탄소배출량을 맞추려면 철강회사들은 올해부터 개장한 KRX배출권 시장에서 1톤당 1만 원인 배출권을 구입하거나 1톤당 3만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철강협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철강업체들이 앞으로 3년 동안 3650억 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서 경쟁력이 약화하거나 자칫 철강산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강산업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품질개발 등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금 부담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권 회장은 최근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중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지 않는 중국제품들과 가격차별이 생기지 않도록 국경세를 부과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저가공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 등의 문제들이 단기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인 만큼 살아남기 위한 철강업체들의 체질개선이 시급한 셈이다.

  권오준, 포스코 어두운 터널 어떻게 탈출하나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10월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열린 4열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 자동차강판 등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권 회장이 찾은 해법은 기술력이다. 중국이 생산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해외에 수출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한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철강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우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자동차강판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며 “자동차강판을 7대 핵심 고부가가치 전략제품 중 하나로 키워 세계 1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해 817만 톤의 자동차강판을 판매했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판매량이 800만 톤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포스코는 유럽의 아르셀로미탈, 일본의 신일철주금과 함께 글로벌 ‘빅3’ 자동차강판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동차강판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강판의 두께를 얇게 만들면 안전성이 떨어지게 되고, 안전성을 위해 두꺼운 강판을 적용하면 자동차의 연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자동차강판은 세계적 철강산업 불황 속에서도 수요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자동차 수요가 늘어난 데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높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생산규모는 전체 생산량의 24%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강판은 포스코의 새로운 먹거리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권 회장이 지난해 “2000년대 들어 포스코를 먹여 살리는 자동차강판을 집중 연구했던 게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밝힌 적도 있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혼다, 르노닛산, 포드, 피아트 등 15개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독일에 있는 폴크스바겐 생산공장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한다. 포스코가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의 자동차 생산공장에 자동차강판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는 연간 5만~7만 톤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술에서 앞섰다는 일본 철강회사도 독일 현지에 자동차강판을 공급하지 못했다. 그만큼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인 셈이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비중을 현재의 30% 수준에서 2016년까지 40% 이상으로 높이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 철강부문 연구개발비 크게 늘려

권 회장은 연구개발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포스코패밀리 기술 컨퍼런스’에서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는 기술경쟁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만큼 분명한 기술적 우위와 추격 불가능한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것은 그가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포스코기술연구소장을 거친 기술통이라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3분기까지 철강부문에서 연구개발비로 4810억 원을 썼다. 이는 2013년 같은 기간 철강부문 연구개발비 3910억 원에서 23% 늘어난 수치다.

이 비용은 같은 기간 철강 매출 23조9천억 원의 2.0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철강부문에서 연구개발비가 매출의 2%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강부문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에 1.52%, 2013년엔 1.68%였다.

포스코는 지난해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파이넥스(FINEX)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썼다.

철강부문 연구 인력도 2013년 1089명에서 지난해 12월 1157명으로 늘렸다.

  권오준, 포스코 어두운 터널 어떻게 탈출하나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22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냉연공장 준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포스코>

◆ 인도와 중국에서 활로 찾는다

지난해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전체 판매량은 늘었지만 국내 판매량은 오히려 줄었다.

포스코가 판매한 자동차강판 817만 톤 가운데 국내 판매량은 237만5천 톤으로 2013년에 비해 112% 감소했다. 국내에서 포스코의 가장 큰 고객인 현대차그룹 물량이 현대제철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해외 판매량은 2013년에 비해 17% 증가한 579만2천 톤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특히 해외수요를 현지생산으로 소화하고 있다. 물류비를 크게 줄이면서 경쟁력을 더욱 높여가려는 것이다.

권 회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인도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권 회장은 올해 첫 출장지로 인도를 선택했다. 권 회장은 지난 22일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빌레바가드 냉연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포스코는 이곳에서 생산된 자동차강판을 인도 현지와 인근 국가의 자동차업체에 공급한다.

권 회장은 오는 3월에도 철강가공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를 다시 방문한다.

포스코는 또 중국 충칭에 제2 가공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자동차강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2 가공공장의 생산규모는 약 14만 톤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제1 가공공장 생산 규모를 합치면 연간 31만 톤의 자동차강판을 가공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는 충칭에 일관제철소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일관제철소란 철강을 만드는 모든 공정을 갖춘 곳을 말한다. 현재 중국 중앙정부의 사업비준 승인만 남겨두고 있어 올해 안에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일관제철소가 완공될 경우 충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바로 가공해 자동차업체들에 납품하는 구상이 완성된다.

이 제철소에 사용되는 파이넥스 공법은 일반 용광로와 비교했을 때 경제적이며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의 친환경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권 회장은 24일 방한중인 왕양 중국 부총리를 만나 충칭 파이넥스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조속한 승인을 요청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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