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안을 놓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고의적 분식회계’와 ‘무혐의’ 사이에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진행 과정을 근거로 활용해 ‘과실’ 혹은 ‘중과실’ 처분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기존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안을 수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초강수를 뒀다는 말이 나온다. 

증권선물위는 6월20일 금감원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 적정성을 판단해 조치안에 추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중과실’ 처분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금감원이 조치안을 수정하면 증권선물위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 처리의 시시비비를 놓고 결론을 낼 수 있게 되는 만큼 금감원이 주장하는 ‘2015년도 회계 처리의 고의성’은 묻히는 분위기였다. 

증권선물위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과실로 회계 처리를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면 2015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처리를 변경한 것이 뒤늦게 회계 처리 오류를 바로잡은 모양새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증권선물위에서 요청한 조치안 수정을 거부함에 따라 초점이 다시 2015년 회계 처리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선물위는 금감원이 제출한 조치 원안만을 최종 의결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한 회계 처리 변경이 타당했는지만 판단하고 결론을 내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봤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2015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으로 회계 처리를 변경했다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증권선물위는 난처하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하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 잘못이라고 증권선물위가 방향을 잡아줬지만 금감원이 "논지를 흐리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이번 금감원의 결정을 놓고 금융당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는 말이 떠도는 이유다. 금감원이 금융위의 의견을 거스르는 것이 이례적이기도 하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리서치팀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는데 여기에 더해 금감원이 예상 밖의 행보를 보이면서 증권선물위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의 주장은 참여연대나 여러 국회의원들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김경률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증권선물위가 2015년이 아닌 2012년을 들춰내는 것은 2015년에 있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과의 연관성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라며 “증권선물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성을 자꾸 희석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의적 분식회계’ 처분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결론인 만큼 증권선물위의 부담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적 분식회계’가 인정된다면 대표이사 해임 권고와 검찰 수사 의뢰, 과징금 부과 등의 중징계가 내려진다. 또 고의적 회계 부정에 따른 증권선물위의 검찰 고발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폐지 심사요건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위기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증권선물위 회의에서 진행된 내용을 바탕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높다. 증권선물위에서 파악한 것이 맞는데 금감원에서 조치안을 수정하지 않아 잘못된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증권선물위가 기존 원안만 놓고도 ‘중과실’이나 ‘과실’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선물위의 1차와 2차 회의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회계 처리가 ‘고의성’이나 ‘무혐의’가 아닌 ‘과실’로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3차례 진행된 감리위원회 회의에서도 ‘과실’ 의견이 나왔다. 당시 ‘고의적 분식’이라고 판단한 감리위 위원이 3명, ‘무혐의’라는 쪽이 3명으로 둘 사이에 의견이 팽팽했고 1명은 ‘고의성이 없는 과실’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선물위 회의에서 2015년 회계 처리만 보더라도 ‘과실’ 혹은 ‘중과실’로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에 처분을 놓고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수정 조치안을 내지 않아 2012년부터 2014년 회계 처리의 적정성에 처분의 판결을 내릴 수는 없지만 당시 회계처리를 근거로 활용해 2015년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가능한 만큼 종합적으로 사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