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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은 대한항공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제보자’에서 심민호(유연석)는 줄기세포 연구가 거짓이었음을 밝히며 방송국 PD 윤민철(박해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모든 걸 걸고 여기까지 왔지만, 나는 모든 걸 버리고 여기까지 왔어.”
영화에서 주인공은 은폐된 진실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였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품었지만 진실을 ‘폭로한’ 대가는 혹독했다. 직장을 다닐 수 없게 됐고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 이직 역시 꿈꿀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조양호, 법정에서 박창진 사무장 거취 문제 입 열 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다.
21일 조 전 부사장 변호인에 따르면 조 회장은 오는 30일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다.
변호인은 “조 회장이 지난 19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공판에서 재판부가 양형 증인으로 채택한 사실을 보고받고 ‘아버지로서, 또 회사 대주주로서 나가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판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박창진 사무장의 대한항공 근무에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서부지범 형사 12부 오성우 부장판사는 19일 열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조 회장을 다음 공판 증인으로 채택했다.
오 부장판사는 “유무죄는 검사나 변호사의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박 사무장의 경우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도 재판에서 초미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조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면서 박 사무장의 향후 거취도 판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조 회장은 증인으로 나서 박 사무장의 향후 거취에 대한 확답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박 사무장의 '외로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
박 사무장은 현재 병가휴직 상태다. 그는 지난 10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사건을 무마하는 대가로 사건에 연루된 여승무원에 대해 교수직을 제안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대한항공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을 처음 알린 사람도 박 사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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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이 사건이 불거지자 박 사무장을 회유하고 협박한 정황은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사건이 터진 직후 대한항공은 박 사무장의 집까지 찾아와 국토부 조사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했다.
대한항공은 7일에도 박 사무장에게 메일을 보내 병가신청 서류를 문제 삼아 “당신은 적합한 근거없이 쉬고 있으니 근거를 빨리 내라, 그렇지 않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인사상 불이익을 가할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행정착오에 대한 일반적 안내 메일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박 사무장과 관련한 음해성 ‘찌라시’의 등장도 석연치 않은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이 찌라시에 박 사무장이 여승무원들과 문란한 성행위를 즐기고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박 사무장에 대한 내부 평가와 완전히 상반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이 박 사무장을 내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찌라시 작업을 한 것이라는 의혹도 사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도 박 사무장의 증언과 완전히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의 진술이 ‘의도된 것’ 혹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 전 부사장이 박 사무장의 손등을 파일철로 내리쳤다는 증언도 부인하고 있다.
◆'조현아 구하기' VS '박창진 구하기’
이런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내부고발자가 된 박 사무장의 거취문제에 이목이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오성우 부장판사가 변호인의 예상을 깨고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까지 큰 관심을 나타낸 것도 최근 박 사무장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게시판이나 SNS에 박 사무장을 응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전직 간호사는 캔디라는 아이디로 18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상사의 인신공격성 폭언으로 퇴사를 한 경험을 밝히면서 “박창진 사무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본인의 양심을 따른다고 했다”며 “참으로 공감이 가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썼다.
청원게시판에 17일 ‘대한항공에 바랍니다, 박창진 사무장의 승진을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을 비롯해 박 사무장과 관련한 네티즌 청원이 다수 올라와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조 전 부사장이 검찰에 출석한 17일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조 전무는 곧바로 사과하며 사태수습에 나섰으나 박 사무장 등 사건 관련자에 대해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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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영화평론가이자 방송인 허지웅씨는 12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대개의 변화는 경험치로부터 나온다. 사례가 필요한 것이다. 화제가 되는 사안부터 내부고발자가 보호받고 다른 길을 보장받을 수 있게 '지켜봐' 주어야 한다. 고발당한 자들은 이 모든 게 잊혀져 복수할 수 있을 순간만을 느긋하게 낙관하며 기다리는 중이다.”
허씨는 이 글에서 주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박 사무장과 관련한 내용임을 누가봐도 짐작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인영 의원은 19일 "국민은 당권·대권 논란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다"며 "어떻게 민생을 살릴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장그래'(드라마 미생의 주인공)를 보듬고 땅콩회항 사건에서 상처입은 박창진 사무장을 구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며 치열하게 다투는 전대가 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조사한 전국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0여년 만에 1위에 올라섰다.
당시 인크루트는 “올해 조사에서 대한항공이 1위로 오른 것이 의미가 있다”며 “구직자가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주된 포인트가 '복지', '사회를 선도하는 이미지', '즐거움'이라는 키워드였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