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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왜 외부와 소통에 인색할까?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올해 93세인데 누가 뒤를 이어 롯데그룹을 이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도 최근 후계구도와 맞물린 지배구조 변화에 촉각이 쏠리며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공식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홈쇼핑 비리에 연루된 데 이어 제2롯데월드의 거듭된 안전 논란을 겪으며 질타를 받자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국내 굴지의 재벌 가운데 유난히 소통하지 않는 밀실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3일 일본에서 귀국하는 길에 형인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짧게 답변했다. 신 전 부회장의 임원직 해임은 “아버님이 하신 일”이며 일본롯데 총괄 경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롯데그룹은 국내 재계 순위가 5위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표적 오너 경영기업이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후계자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롯데그룹의 직원들이나 협력사 관계자, 투자자들에게 오너가 장남의 해임은 뜨거운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신동빈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결정한 일이라고만 밝힐 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롯데그룹도 입을 다물기는 마찬가지다. 후계구도와 관련한 온갖 풍문이 나도는 상황에서도 롯데그룹은 공식적 반응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제과 주가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소식이 알려진 지난 5일 7% 가까이 상승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의 주가도 같은날 11.4% 올랐다. 롯데손해보험과 롯데푸드 역시 각각 2.6%와 3.8%씩 주가가 상승했다.
주가상승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후계구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자칫 그 반대의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할 경우 롯데그룹 계열사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롯데그룹은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에서 ‘롯데제국’을 건설했다. 롯데그룹 산하의 수많은 계열사들이 한국과 일본에 흩어져 있어 구체적인 지분현황조차 잘 파악되지 않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오너가 소통에 나서지 않고 기업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기업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부쩍 소통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해 롯데홈쇼핑 비리와 제2롯데월드의 거듭된 안전논란으로 소통이 부재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 소통 강화하지만 여전히 의문부호
롯데백화점은 15일 대외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백화점의 핵심조직인 상품본부를 1본부와 2본부로 나눴다. 또 의사결정단계도 기존의 ‘본부장-부문장-상품기획(MD)팀장-선임상품기획자(CMD)-상품기획자(MD)’체제를 ‘본부장-부문장-수석바이어-바이어’로 바꿔 한 단계 줄였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주목되는 것은 대외협력실의 신설이다. 제2롯데월드 안전논란과 유통법 규제 등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그룹이 대외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백화점의 대외협력실과 그룹 홍보실, 동반성장팀을 합쳐 외부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실시된 정기임원 인사에서도 홍보와 대관업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인 이종현 세븐일레븐 이사를 대외협력단에 합류시켰다. 대외협력단은 홍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온 소진세 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이끄는 조직이다.
이종현 이사는 맹형규 의원 보좌관을 시작으로 서울시 대변인과 춘추관장을 거쳤다. 이 이사는 가맹점주·중소상공인과 마찰이 잦아 정부와 정치권이 주목했던 세븐일레븐에서 대관 및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롯데그룹은 또 제2롯데월드 건설과 운영을 맡는 롯데물산의 홍보역량도 강화했다. 롯데제과 홍보실장으로 근무하던 최경인 이사를 롯데물산으로 승진발령했다. 그는 19년 동안 그룹과 계열사에서 홍보업무를 전담해 온 홍보전문가다. 롯데그룹에서 가장 오랫동안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롯데그룹의 이런 변화에 대해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다닌다.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십이 강한 회사일수록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투명경영을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직이나 인원만 늘린다고 대외소통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에서 특파원 생활을 하는 한 외신기자는 “대통령보다 어려운 취재가 재벌총수”라며 “인터뷰가 끝난 뒤 연락처를 주며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전화나 이메일을 달라고 하는 외국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너무도 다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