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정방안을 내놓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를 향해 비핵심 계열사 보유주식을 팔라고 '경고'하는 등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의선, '김상조 경고'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서두르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세우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철회하고 다시 개편안을 짜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재벌그룹 대주주의 비주력 및 비상장 계열사 보유지분 매각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요구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에 시선이 몰린다.

현대차그룹은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짜고 있는데 정 부회장이 보유한 비주력 및 비상장 계열사 지분 처리 문제까지 다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23.3%를 비롯해 현대차 2.28%, 기아차 1.74%, 이노션 2% 등이다.

비상장 계열사는 서림개발 100%, 현대엔지니어링 11.7%, 현대오토에버 1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주력 계열사 업종으로 시스템통합(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분야를 찍어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물류), 이노션(광고), 서림개발(부동산), 현대오토에버(IT서비스) 지분 처리방안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은 정 부회장 지분이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분 매각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이노션은 정 부회장의 누나 정성이 이노션 고문이 최대주주로 27.99%를 보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노션 같은 회사는 계열 분리를 서두르는 것이 좋다고 말한 만큼 정 부회장이 지분을 매각하고 계열을 분리하는 방안을 서둘러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했다.
 
정의선, '김상조 경고'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서두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고심 끝에 현대모비스의 일부 사업을 떼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세우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합병비율을 놓고 논란이 커지자 자진해 철회했다.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정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해 최상위 지배회사가 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글로비스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소하고 정 부회장 보유지분도 처리할 수 있어 김 위원장의 경고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수정 지배구조 개편방안에도 이런 뼈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시간이다.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둬 재벌개혁 기조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김 위원장이 대기업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 만큼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서둘러 수정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그룹의 핵심사업과 관련 없는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일감 몰아주기 하는 행태는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총수일가 지분 매각이 어렵다면 가능한 빨리 계열을 분리해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