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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대한항공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다. 그렇다 보니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제약받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을 계기로 한진그룹의 오너 일가 전횡이 불거지면서 사기업인 대한항공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됨에 따라 오너 일가의 전횡을 막지 못해 독단적 기업경영으로 이어졌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4일 대한항공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항공 노조 내부에서도 대한항공을 사유재산으로만 인식하고 전횡을 한 오너 일가를 견제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에 노조가 3개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대한항공 조종사 새노조, 객실·정비·운송 등의 직원들이 포함된 대한항공 일반노조 등이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홈페이지에 5일 염진수 노조위원장 명의로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희망이 없습니다’라는 신년 메시지가 올라왔다.
염진수 위원장은 이 글에서 “뉴욕 회항사건을 다루고 처리하는 회사를 지켜보면서 아직도 본질적 변화와 개선을 기대하기에 거리가 멀다고 누구나 말하고 있다”며 “2만여 직원은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다 잘 알고 있는데 정작 회사의 최고경영층은 모르고 있는지, 알면서 무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대한항공은 개인의 사유물이 아닌 수많은 우리 선배 동료 후배들의 희생과 노력, 국가와 국민의 지원과 관심으로 커 온 우리의 긍지와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했다. 올해 조종사 노조는 회사의 임금동결방침 철회와 함께 기업 문화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선다. 조종사노조는 이를 위해 새노조 등과 통합해 조합원 권익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도 올해 대한항공의 임단협 협상에서 사내문화 개선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일반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협상에서 사내문화 개선과 관련된 내용이 논의될 것”이라며 “회사가 이번 일로 큰 물의를 빚었는데 하루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노조원들은 오너 경영의 폐해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대한항공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점을 꼽는다.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조현아 전 부사장 파문과 관련 대국민 성명을 내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때문에 조종사노조는 2007년부터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제한받게 됐고 회사의 일방적 노무관리를 견제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1999년 국내에서 처음 설립됐으나 정부가 2007년 대한항공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하면서 단체행동권이 제한받고 있다.
정부는 2005년 대한항공의 조종사 파업으로 수출 피해가 발생하자 2006년 12월 항공업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했다.
필수공익사업장은 도시철도나 항공회사 국제선의 경우 평소 업무의 80%, 가스나 발전회사는 100% 가까이를 파업에 참여할 수 없는 필수유지업무로 지정해 파업이 별다른 위협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노동자가 꺼내들 수 있는 최후 권리인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노조는 오너 일가의 독단을 막고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필수공익사업장 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종사노조는 “사기업인 대한항공을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한 노조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재벌의 독단적이고, 안하무인적 경영행태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는 무분별한 파업을 막고 국가경제를 위해 이 제도가 필수적이라고 본다.
해외에서 항공사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드물다. 유럽에서 파업으로 항공편이 묶이는 일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독일 국적항공사 루프트한자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4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11번이나 파업했다. 벨기에에서도 지난달 15일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벌여 브뤼셀공항 항공편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